정보지식화 사회의 구축과 콘텐츠 산업의 역할

보신각로타리클럽 강연
와이즈인포넷 회장 재임시 : 2000년 12월 22일


97년 외환위기 이후 3년이 되는 지금 시점에 제2의 위기에 대한 논의들이 많고, 97년보다는 더 본질적인 위기의 도래에 대한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감에 대한 논의들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와 지식기반사회라는 큰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외환위기가 97년 11월경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낸 것이 97년 연말과 98년 1월부터입니다. 외환위기 발생전인 97년 10월 중순경 매일경제신문이 주관하고 정부와 유수한 기관들이 협조하여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와 문제점 그리고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물론 국내 연구기관들도 할 수 있는 과제이지만 편견과 기존의 발상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인 '부즈알렌 앤 해밀턴'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기관에 의뢰했습니다. 1년간의 심층적인 연구 끝에 외환위기 발생전인 97년 10월에 보고서의 초안이 나왔고, 국내의 유명인사들을 모아놓고 브리핑도 했었습니다.

이미 책자로도 나와있어 지금도 보실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는 '한국은 한국이 이룩한 성공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입니다. 즉 한국은 그 동안 성공을 이루어왔지만 기존의 성공했던 방식을 계속한다면 한국 경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둘째는 '한국은 한국이 따라가야 할 선진국과는 엄청난 지식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이 격차를 메우는 노력이 없는 한 한국의 발전은 없다'라는 메시지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는 지식의 격차가 엄청나고, 중국과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들의 발전 속도는 빨라 호두까기에 끼여있는 형국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탈피하는 길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 지식 격차를 빨리 극복할 수 밖에 없다는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부즈알렌 앤 해밀턴이 처음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한국이 자신들의 현황과 문제를 정말 모르기 때문에 의뢰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한국의 문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무수한 자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이 연구보고서를 잘 모아서 정리한 결과 훌륭한 보고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한국의 문제는 '문제를 몰라서가 아닌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없으며,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적인 노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말은 많은데 행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공식적인 실업률은 2.2%였는데 이 기관이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 개방된 경쟁구조하에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기업과 산업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11.3%라고 말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약 10%에 해당되는 인구가 실질적인 생산성이 없는 곳에서 종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한계 생산성이 제로인 산업이나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그 보고서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지식사회와 연계하여 우리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며 그것을 염두에 두고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금년부터 시작된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떠들썩했었습니다만 금년이 신통치 않자 실질적인 밀레니엄은 2001년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에 대한 논의보다는 새로운 시대와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시대변화를 정확한 인식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이미 10년 전, 15년 전부터 인식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중의 하나는 물론 정치적으로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동서 냉전의 종식에 따른 새로운 질서의 창설로 구체화되었지만 이러한 변화는 이미 80년대 초반과 중반부터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결론중의 하나는 '지식기반사회', '지식기반경제'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OECD가 1996년에 'Knowledge-Based Economy'라는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세계적인 화두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피터 드러커, 다니엘 벨 등 유명한 석학들과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매우 의미 있게 분석한 발표들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최근까지 일본의 기획청 장관을 역임했던 '사까이야 다이찌'는 지난 20여년동안 수많은 강연과 저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일본 경제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제시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이미 86년 '지가혁명(知價革命)'이라는 책을 통해 앞으로의 사회는 지식과 지혜의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 생산에 있어서도 지식과 지혜의 가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서구의 어느 학자보다 더 분명하게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고 제시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기반사회의 실체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저 자신도 어렵습니다만 OECD는 지식의 구성요소를 네가지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Know-What' 즉 무엇이 사실인지를 아는 것을 첫째 요소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Know-Why'로 원리와 법칙에 대한 지식이며, 세 번째는 'Know-How'로 어떻게 할 것인지 즉 문제해결 능력에 관한 것이며 마지막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요소인 'Know-Who'로서 누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그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즉 사람과 조직의 역할에 대한 요소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어떤 사람이 문제 해결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지식이 'Know-Who'인 것입니다.

OECD의 이 네가지 요소가 지식의 의미를 가장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저도 자주 인용하고 있습니다. 'Know-What'과 'Know-Why'가 정보화사회의 단계라고 한다면 이를 종합하여 사회와 조직이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나가는 것이 'Know-How'이며, 그러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한 역할 분담과 역할 수행의 단계가 'Know-Who'의 단계입니다. 최종적인 'Know-Who'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지식기반사회의 완성이라고 OECD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문제에 대한 본질을 조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말에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우둔한 사람을 빗대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은 나름으로 현명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1차 위기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2차 위기를 또 만난다면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는 우려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속담이 만들어진 사회는 매우 단순했기 때문에 이러한 속담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식의 속담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만일 소를 잃었다고 한다면 단순히 외양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외양간은 문제가 없었는데 도둑이 들었다거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면 외양간 전부를 고치는 것이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즉 소를 잃은 이유에 대한 상당히 심도 있는 분석을 해야만 소를 잃은 이유와 향후 대처방안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자칭 세계 11위 규모의 국가라면 소를 잃었는데도 아무 생각이 없거나, 소 잃었기 때문에 무조건 외양간만 고치면 된다는 발상이 아닌 보다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2의 위기 가능성에 대해 말을 합니다만 정부는 올해도 9.5% 성장을 이룩했으며 물가와 실업률이 안정되어 있다고 말을 합니다. 97년 당시에는 달러가 부족하여 문제를 겪었지만 지금은 900억 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의 기초지표(Fundamentals)는 좋다는 말을 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 심리적 현상이며, 유가 상승 및 아시아와 미국 경제의 하강에 따른 요인들 때문이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낙관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정부도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통령도 얼마 전에 정부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만일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또다른 경제적 위기로 구체화된다면 97년 외환위기보다는 금융과 기업에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가져올 것이며, 우리나라 경쟁력의 전반적 문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이번의 위기는 심리적 현상과 외부의 여건 그리고 내부의 문제 이 세가지 모든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외부의 여건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사람들이 필요이상의 패닉 현상으로 위축되어 있어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경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15%, 20% 내외의 소비와 투자를 줄이게 되면 그 이상의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이 경제구조인 것입니다. 어찌보면 지금과 같은 때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소비하는 '소비가 미덕'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만일 심리적인 요인과 외적인 요인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요인을 찾는다면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제1차 위기를 통해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1차 위기의 원인에 대해 종합적이며, 전문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러한 분석을 통해 마련된 처방을 토대로 각 경제주체들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지식사회가 갖추어야될 네가지 요소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외환위기가 왔다면 외환위기의 본질인 'What'에 대한 고민과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Why'에 대한 연구 그리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How'에 대한 노력 마지막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경제 주체들의 역할인 'Who'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즉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총체적인 대처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데 있으며 우리 사회의 문제 인식 능력과 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와 같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태국 같은 나라는 아주 합리적이며 균형적인 시각으로 외환위기의 발생 원인에 대한 규명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나온 보고서에 대해 그후에도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없을 정도의 내용을 갖추었으며 보고서의 제시 방향과 내용에 대해 사회적 컨센서스가 모아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하지 못했고, 정치적 목적이 아닌 균형적인 시각으로 외환위기로의 원인과 배경을 밝히고 이로부터 교훈을 찾아내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요즘 발생하고 있는 노사갈등 문제, 남북관계 등 사회적인 의견의 불일치는 물론 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될 방향으로 컨센서스가 모아지는 모습과는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요즘 논의되는 위기의식의 근저에 깔려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가 외환위기를 다 극복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분좋게 술집에서 술은 마셨는데 새벽녘에 술집을 나서야 될 때 과연 주머니에 돈이 남아 있느냐는 문제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외환위기에 대한 문제점을 밝혀내고, 그 노력의 결과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형태의 위기도 극복할 대처가 되어 있다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없이 위기가 극복되었다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정립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불안감이 지금 우리 의식의 근저에 깔려있고, 이것이 위기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며 배경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부와 기업, 개인이 이러한 위기의 극복을 위해 제대로된 활동을 해 나가는 것이 지식경제의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지식기반 사회라는 말을 하기 전에는 주로 정보화사회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식기반사회의 본질을 이해하고 기업과 국가경영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식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부도 그렇지만 기업들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규명과 해결방안의 도출, 주체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 등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며, 이것이 기업경영을 지식경영으로 해 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식컨텐츠 산업이 지식경영을 추구하는데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요즘 미국 경제가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최근의 것이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존의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번영을 구가해 왔습니다. 높은 생산성, 높은 수준의 고용과 성장률을 보이면서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 경제의 모습은 과거의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용이 높고, 성장이 높으면 물가의 앙등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 두가지 측면을 조화시키는 것이 경제학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이것은 미국의 IT 산업 등 신산업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산성의 증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빌 게이츠 등을 상상하면 되는데 머리 하나로 세계 최대의 기업인 GM이나 GE를 능가하는 자산가치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 미국 경제 발전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러한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창의적이며, 투명하며, 합리적이며, 예측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준 미국의 힘이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본질적인 요인이라고 말을 합니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앨런 그린스펀이나 전임자인 폴 볼커 등 미 연방준비제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매우 합리적이며, 유연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친 결과 미국의 신경제가 이룩된 것입니다.

우리가 기업경영을 하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보컨텐츠라고 하면 본래 책이나 논문의 목차를 말했는데 이제는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디지털 정보를 총칭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컨텐츠 산업은 정보통신 기술, 통신망, 디지털 방송망, 디지털 저작매체 등을 활용하여 정보를 제작, 가공, 유통, 서비스를 하는 산업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비즈니스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첫째는 컨텐츠가 부실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익모델이 분명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문제점을 집약한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보강하는 노력이 산업적으로도 필요하고, 정부차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요즘 정부의 각 부처들도 각종 정보와 자료의 공유를 목적으로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 도움을 주고, 내실 있는 정보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회사중의 하나가 제가 있는 와이즈인포넷이라는 기업입니다.

컨텐츠 제공 기업이 갖추어야 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전문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오락성위주의 정보는 많았는데 정작 전문성을 갖춘 컨텐츠 산업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었습니다. 둘째는 그러한 정보들이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는 경제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컨텐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며, 무료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도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짜로 언제까지 좋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셋째는 중립성의 문제입니다. 컨텐츠의 내용은 편견이 없고, 균형된 내용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래서 특히 기업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만드는 것보다는 아웃소싱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스스로 만들어낼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획실, 연구소, 정보관련 기구들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기업 오너나 경영자의 구미에 맞는 정보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어 최고경영자의 판단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수요에 맞추어 우리나라에는 많은 컨텐츠 제공기업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컨텐츠 제공기업들의 상태는 매우 초기적인 모습이며, 아직은 이들 기업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집니다. 지식 컨텐츠 제공기업의 경우 특히 그러하고 수익모델을 잘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어 지식기반사회의 틀이 잘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즈는 컨텐츠 산업 중에서도 해외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 가공, 유통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93년 외국에서 공부한 젊은 사람들이 시작하여 그 동안 7년간 나름의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제가 오늘 배포한 자료에는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상품에 대한 소개도 있습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들이 있으면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무료 아이디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도 저희 회사에서 생산되는 정보중의 매우 일부만을 매일 볼 뿐이며, 아마 여러분들도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들을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볼 수 있는 정보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며 그 많은 정보들 중에서 일년중에 한건이라도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고 이로부터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정보의 값어치는 나올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의 가치는 조직의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인정이 뒷받침되어야만 제대로 그 값어치가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질의 응답 ]

⊙ 질문
'Know-Who'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민주화 투쟁을 이끌어오던 세력과 개발연대를 이끌어 왔던 군부와 테크노크라트에 의해 이끌어져 왔습니다. 지금의 대통령께서는 초기 취임시에는 사회적 화합을 위해 다양한 세력을 안고 통치해 왔으나 지금은 민주화 세력만을 의지하여 통치하는 것이 사회불안의 원인이며, 통치기반이 취약해지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민주화세력의 경우 투쟁경력은 높이 살만하나 국정운영에 대한 경험과 훈련은 매우 부족합니다. 국정을 위해서는 국정운영에 대한 능력과 경험 있는 사람들의 등용이 필요하나 지금은 파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Konw-Who'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오랜 경륜을 토대로 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관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지적하신 문제들을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준은 되지 못합니다. 다만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정치의 리더쉽으로 귀결이 됩니다. 오늘 주제가 그렇지 못해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한국의 경제문제는 더 이상 경제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의 총체적 해결능력 즉 정치력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30여년간 경제관료의 경험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경제문제에 있어서 정치논리를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정치력이라고 봅니다.

그런 각도에서 볼 때 아직 2년여의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현재의 정권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시대의 지도자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감지하고 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힘을 결집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지 과거와 단절된 시대는 있을 수 없습니다. 물흐르듯 연속성이 있는 것입니다. 즉 과거와 단절되어 새 시대를 연다는 발상은 버려야 합니다. 잘되었던 못되었던 과거의 유산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이며, 과거의 것중 잘잘못을 현재의 관점으로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당시 그 관점에는 그것이 옳을 수 있으나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 동안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공적을 인정해 주어야 하나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물러나야 함도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집권하는 동안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발상도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사회나 경제가 2년에서 5년간의 노력으로 무엇을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리더쉽이라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주춧돌을 놓고, 그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1년반만에 IMF를 극복하고, 금년안에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문제의 본질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총체적 문제가 유동성 위기인 IMF 위기로 표출되었다는 인식이 밑에 깔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고, 개혁과정에 모든 사람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잘못했다는 반성과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같이 뛰자는 호소를 해야 합니다. 만일 그러한 과정이 있었다면 오늘날 사회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거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동안 30여년 동안의 우리나라 정치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씨를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전 정권에 대한 차별화를 위하여 사정의 형식을 빌어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김영삼 대통령의 실패의 싹이 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 김영삼 대통령의 실패를 보았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더 심하게 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그 수단으로 시정기관을 이용했습니다. 나는 과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과거로부터의 단절'과 나의 집권기간동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겠다는 '미래로부터의 단절'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접근방식으로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 질문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 사이에서 정책결정 과정에 충분한 토론이나 의견교환이 있는지 전 정부와 현 정부를 비교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 저는 과거 직책상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청와대에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물가국장 할 때도 정기적으로 브리핑을 했었습니다. 그 때 저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었습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을 모실 때에도 듣기 싫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대통령 앞에서 바른 말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평소에 바른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 앞에서 부디 그 말좀 해달라고 모셔오면 대충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지 대통령이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말하는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듣기 싫은 이야기도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리기는 하지만 다 듣습니다. 수석회의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모두 했었습니다. 특히 김현철 사건이 있을 때 민정수석이 직접 말로 하기 어려우니까 사회적으로 나쁜 여론 등을 보고서로 작성해서 15분 정도 읽었는데 YS는 눈을 감고 모두 들었습니다. 경제문제도 그랬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아 외환위기가 왔다는 언론의 지적들이 있었는데 너무나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너무나 보고를 많이 해서 문제일 정도였습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제가 직접 참여하지 않아서 잘 모르나 이번 정부의 수석회의 등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허심탄회하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사람만 바꾸어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본질적인 사고가 달라지는 것이 중요하지 사람이 바뀌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