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1월호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재임이후 : 2002년 1월


시장경제연구원ㆍ월간조선 심층토론6 - 수요자가 선택하는 교육―핵심적인 인적자원의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月刊朝鮮과 시장경제연구원 공동 주최 심층토론회 ⑥
수요자가 선택하는 교육―핵심적인 인적자원의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 일시: 2002년 11월28일 오후 2～5시
◎ 장소: 은행연합회관 뱅커스 클럽

◎ 사회: 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前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 주제발표 및 토론: 禹天植 (KDI 연구위원)

◎ 토론: 文龍鱗 (서울대 교수, 前 교육부 장관)
         李仁浩 (국제교류재단이사장, 前 러시아 대사) 
         李秉南 (LG 구조조정본부 인사담당 부사장)


金仁浩 오늘은 최대의 사회적인 이슈라고 하는 교육과 인적자원개발을 주제로 말씀을 나눌까 생각합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 경쟁력 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49개국 중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7위이고, 인적자원분야의 경쟁력은 28～29위 정도라고 해요.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13～14위가 되는데, 경쟁력 수준은 그보다 2배쯤 떨어져 있다는 것은 결국 국가의 최종 경쟁력은 바로 인적자원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李仁浩 인적개발을 논의할 때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인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라는 주제로만 국한시킨다면 다소 미흡한 토론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의 공급이란 문제는 교육 시스템 전체와 연결시키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범위를 확장시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文龍鱗 「인적자원개발(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과 「인력개발(Man Power Development)」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인력」이라고 얘기할 때는 취업 문제 등 산업사회의 수요공급을 다분히 염두에 둔 개념이었는데, 요즘 이 분야는 별로 어려운 점이 없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용접공을 기르려면 여러 가지 인프라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트레이닝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거든요.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의 개발이며, 인력개발도 인적자원 개발의 일부분에 속해 있습니다. 변화해 가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개발과 공급 문제는 먼저 대한민국 4800만 명의 인적자원 개발 전략을 수립한 후에 산업현장의 수요와 공급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李仁浩 인적자원개발은 기술훈련이나 좁은 의미의 교육과 구분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삶의 주체로서의 인간교육을 무시하고 인력개발만 강조해왔기 때문에, 역으로 필요한 인력을 훈련시키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 것이죠. 한국인의 교육열이 세계적으로 제일 높다고 하지만, 사실 상당히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자식교육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도, 교육과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거든요. 『잘 살기 위해서는 學閥(학벌)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머물 뿐입니다. 특히 국가의 교육정책은 큰 프레임 속에서 수립되어야 하지만,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교육을 그 자체의 문제로써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압력단체와 학부모들은 교육받을 기회와 결과의 균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복지정책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거든요. 이런 주장에 굴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적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실상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李秉南 삶의 주체로서 인간의 교육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중요해요. 근래에는 기업이 사원을 뽑을 때 창의성, 자발성, 팀워크를 강조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기업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경우는 굉장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직장에서 기능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되어 있지 않으면 힘들어요. 암기 위주로 공부한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도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 했을 때 수요자를 기업, 혹은 경제활동의 다양한 주체들로 본다면, 역시 이 부문에서도 기초교육의 바탕이 잘 갖춰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죠.

金仁浩 양과 질의 면에서 수요와 공급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연결시스템 즉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로 봐도 좋은 것인지, 아니면 더 본질적인 이슈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文龍鱗 대한민국의 경제적인 성취를 이룬 배경에는 한국 사람들의 인적 우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잘 것 없는 산업기반에서 특유의 활력을 지닌 세일즈맨들이 全세계로 진출하여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에 기업도 성장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교육이나 정부 정책은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최근 대구시는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섬유산업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가 섬유산업의 본고장이라는 영예를 누리는 까닭은 단순히 織造機(직조기)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디자인과 패션에서 뛰어난 인적자원을 양성했기 때문이거든요. 밀라노는 세계 제일의 유치원 시스템이 50년 동안 작동하면서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창의적인 인재들로 키웠습니다. 우리는 織造機를 먼저 수입하려고 하니 제대로 되겠어요? 계획이 성공하려면 유치원부터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책을 펴나가면서 인적자원의 중요성보다 물적 요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요. 국군 현대화라고 하면 탱크와 비행기만 얘기합니다. 그런데 첨단 무기보다 중요한 것은 국방의식의 신장이고 군대에 들어가는 인적자원의 質이라는 말이죠.

李秉南 인적자원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다들 하지만, 명목상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지요.

『외부 프로젝트나 맡으려고 교수가 됐느냐』

文龍鱗 그동안 교육부는 전체적인 안목에서 인적자원을 개발하는데 치중한다기보다는 학교교육부로서의 성격이 강했거든요. 초ㆍ중ㆍ고등학교, 대학에 매달려서 입시제도와 내신성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쟁점에 장관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끝납니다. 인적자원 관리를 하려면 4800만 국민을 하나의 유닛(Unit)으로 보고, 이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신경을 쏟아야 해요. 초ㆍ중ㆍ고등학생을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나무 기르듯이 키워서 유통시켜야 합니다. 인재의 유통은 경제학의 물류개념과 똑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외국으로 가서 박사학위를 따더라도, 귀국해서 대학에 들어오면 끝입니다. 대학이 감옥처럼 외부와 막혀 있거든요. 일단 교수로 들어가면 기업과 함께 몇 년 동안 무엇을 연구하고 싶어도 성사되기 어려운 여건이에요. 학생들이 반발하고, 동료교수는 『외부 프로젝트나 맡으려고 교수가 됐느냐』며 핀잔한다는 말이죠. 따라서 우리나라는 고급인력을 키워놓아도 유통이 되질 않습니다. 고급인력 뿐만 아니라 3D 직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3D 직종에 들어가면 평생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 직종을 기피합니다. 그러나 10～20대 정도의 연령에서는 3D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30대를 벗어나면 더 좋은 직장을 구하게 되는 유통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됩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학생들을 교육이라는 시스템 속에 완전히 가두어 둡니다. 학교에서는 공부하고 밖에서는 아르바이트나 건설현장 막노동도 하면서, 인격을 키우고 국가 경제활동에도 참여하도록 유통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대학을 졸업한 여성인력 활용률이 겨우 40% 내외이거든요. 다른 나라는 적어도 80%를 활용합니다. 대학까지 나온 사람을 집에서 애나 보게 한다면 말이 안 되죠.

禹天植 인적자원 양성이 점점 새로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과 관계가 깊습니다. 종래의 패러다임은 「조립형(assembly)」 내지 「투입형」 모델로서, 교육과 기술의 상호작용이 중요시되지 않고 필요할 때 기계적으로 끼워 맞추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혁신형 시스템으로 가려면 양자간에 화학적이고 유기적인 결합이 필수적이 됩니다. 이질적인 요소의 통합과 활용이 중요시되면서 교육과 기업의 연결도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金仁浩 金泳三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교육부문 투자를 GNP 대비 5%로 하기로 공약했잖아요. 제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을 때 이 문제로 교육부와 재경원이 많이 다투었고, 제가 조정하느라고 애를 먹었습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있어야지, 대통령 공약이라 해서 내용을 불문하고 예산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 재경원의 입장이었죠.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많은 자원이 흘러가야 하는데, 과거처럼 정부가 주체로 기능할 것이냐, 아니면 시장을 통할 것이냐, 과연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겠느냐는 것이 포인트가 아닐까요.

李仁浩 정부가 주도하는 기능과 민간의 능력을 최대한 흡수하는 기능이 잘 조화가 되어야겠죠.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육에서는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키려는 부모들의 욕구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시장 원리에 많은 부분을 맡겨서 학교들이 자율 경쟁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국가대로 재정을 지원해야 해요. 대신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부분에서는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고, 대학을 비롯한 전문기구에게 맡겨서 집행하게 하는 이원구조가 필요합니다. 유럽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무상으로 교육시키는 체제로 갈 수는 없고, 민간이 가지고 있는 교육열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인문사회 계통을 보면 1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이 연구비로 투입되고 있는데 대부분 낭비되고 있습니다. 연구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들이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30～40%밖에 나지 않아요. 앞으로 아무리 자원이 확보된다 해도 집행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기술교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력사원의 채용 비율 증가

金仁浩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이 지원하는 재원이 적절히 투입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의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대기업은 세계적 규모이기 때문에 기업의 이해와 직결된다면 훨씬 많은 자금이 교육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매카니즘이 없어 민간의 참여가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대학의 질의 문제는 수요자들의 선택에 의해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기업의 수급과 교육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李秉南 최근에 대졸 신입사원들의 취업난이 굉장히 심해서 저도 걱정이에요. 반면 신규채용시 경력사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LG의 전자회사 중 하나는 신입사원에서 경력사원의 비중이 30%예요. 과거에는 많아야 10%였거든요. IT쪽의 어떤 계열사는 경력사원이 70%나 됩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워낙 인력의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을 활용하기보다 다른 데서 근무하다 온 사원들이 훨씬 일을 잘 한다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육에 대해 기업이 상당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지요.

金仁浩 인재의 유동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까, 아니면 기업이 신규 인적자원 투자를 줄이려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봐야 합니까.

李秉南 다른 기업이 키운 인재를 고의로 빼가려는 의도(Poaching)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LG의 그룹 연수원인 인화원에서 투입하는 교육훈련비용은 매년 200억원이 넘고, 각 계열사에서 집행하는 액수를 추산하면 2000억원이 넘을 것입니다. 대졸 신입사원의 교육훈련 아이템 하나만 해도 LG전자의 경우 1년에 30～40억원에 이릅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에 교육훈련투자가 25% 정도 떨어졌지만, 1999년부터 회복하면서 지금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보다 다소 높아졌어요. 일부러 교육훈련비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경력사원을 뽑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똑같은 지원자라면 경력사원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文龍鱗 정부의 전체 예산 대비 교육투자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입니다. 가령 1년 예산을 100조원으로 보면, 20조원을 교육비로 지출해요. 그 중 3조원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등 유관부처의 예산으로 대학에 집행하고, 나머지 17조원은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보통교육에 씁니다. 이렇게 돈은 잔뜩 들이는데, 학부모들은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私교육비로 20조원을 따로 지출합니다. 보통교육 예산 17조원 중에서 10조원만 지출하고 나머지 액수는 줄이되, 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그 예산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풀어주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립학교를 자율화하면 심각한 과외문제도 없애면서, 학부모의 기호에 맞는 교육을 철저히 할 수 있죠. 고등학교에서 잘 가르쳐주면 3개월 수업료로 지금보다 더 많이 내겠다는 학부모들이 꽤 많습니다.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선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이렇게 해서 여유분으로 조성된 7조원 중 절반만 지원해도 대학은 훨씬 많은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金仁浩 우리 교육의 큰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에 공감을 합니다. 사실 정부가 그렇게 유능한 집단이 아니란 말이죠. 규제를 하다 보면 모든 부분이 하향평준화 되게 되어 있습니다.

李仁浩 公교육에서 이미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었으니까, 교육에 대한 복지정책의 하한선으로서 누구나 고등학교 교육은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좋은 학교로 보내겠다는 부모들을 고려하면 사립학교는 얼마든지 허용해야 해요. 국가는 학교기관으로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몇 가지 요건만 만들어주고, 학교가 잘 되느냐 망하느냐는 교육 수요자들의 판단에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못 사는 사람은 영원히 못 살아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어요. 문 교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가난하지만 재주가 있는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아 사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이 같은 원칙이 고등학교를 넘어서 대학교로까지 연장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金仁浩 입시제도에 대해서도 장기간에 걸쳐 고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의 요구와 대학 입시제도를 조화시키는 방안이 없겠습니까?

대학 입시는 완전 자율화해야

李仁浩 시장의 요구도 반영되어야 하겠지만, 대학교는 당장 필요한 것만 만들어내는 곳이어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문학 연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지금과 같은 입시지옥은 제도만 간단하게 손질해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해요. 이번에 연세대학교 등에서 수시 모집 인원의 비율을 50%로 상향시켰다고 하는데, 교육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지금의 방식은 별 의미가 없어요. 대학이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에 따라 50%든 그 이상이든 자율적으로 뽑게 해야죠. 나머지 수험생은 대학별이 아닌, 공학계열이나 인문계열 등의 전공분야별로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험을 보게 하고, 성적에 따라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계열의 학교를 골라가게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전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어 하는 분야로 갈 수 있게 되며, 시험관리에도 용이할 것입니다. 지금은 대학교수들에게 입시문제를 출제하라며 며칠씩 한 군데에 가둬 놓는데, 다른 나라의 대학교수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기여입학제에 대한 논란도 분분한데, 지금처럼 돈만 내면 입학시키겠다는 방식은 설득력이 없어요. 그보다는 대학 발전에 특별히 기여하는 요소로서 운동 특기자, 콩쿠르대회 우승자 등을 포함하여 일정 액수를 기부하는 사람의 자녀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산점 부여는 공부를 전혀 못하는 학생을 무리하게 입학시키지 않는다는 면에서 타당성이 있거든요.

文龍鱗 입시문제에 대해 정부가 손을 떼라고 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학부모들은 교육부와 대통령을 나무랍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대학을 처벌해야지, 그 대학은 놔두고 모든 대학을 한꺼번에 규제하려는 발상은 비합리적이죠.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대학 입시는 완전 자율화가 필요합니다.

金仁浩 이번에는 기업의 인적자원 수요와 관련한 수급상의 문제점을 진단하겠습니다. 대기업이 대학 졸업생을 채용할 때,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는 기본자질만 보고 뽑아서 완전히 새로 교육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취업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특히 IT쪽은 굉장히 많은 인력부족이 예상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李秉南 인력이 매우 부족한 분야가 있습니다. 전자 계열을 봐도 첨단부문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은 인력이 부족해요. 반면 사법연수원생이나 공인회계사는 채용하기가 용이해지고 있습니다. 전공과 무관한 취업 문제는 미스매칭(Mismatching)이라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IT시스템을 개발하는 LG CNS의 경우 직원이 5500명 정도 되는데, 대졸여성이 20%를 넘습니다. 전공을 불문하고 신입사원을 선발한 뒤, 5주간의 사내교육을 통해서 IT에 관련된 기본 교육을 시키죠. 반드시 전자공학과나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더라도 잘하는 직원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학과만을 토대로 한 미스매칭만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통계학과 졸업생이 회사에 취직해서 독자적인 통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2년 동안 일을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를 가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취업 준비를 하는데 평균 15.5개월이 걸린다고도 해요. 이처럼 현업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되는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소요되는데 취업시즌이 가까워오면 학생들의 취업을 취해 교수님들이 이리저리 부탁하시고 상당히 애를 쓰십니다. 평소에 수업방식과 내용에 있어서 수요자들과 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면서 커리큘럼을 개발해야지 그런 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金仁浩 교육현장과 취업현장과의 괴리는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문제라고 봅니다. 언 듯 생각하기에 대학 4년 중 2～3년은 보편적인 기본교육에 할애하고, 나머지 1～2년은 기업과 연계하여 전공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李仁浩 외국에서도 그러한 시도들이 많은데 그것은 대학보다는 전문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직을 위해 기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봐요. 지금 사회가 초고속으로 발전하면서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능력과 기본적인 자질을 불어넣어서 학생들로 하여금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넣어주는 것이 오히려 대학교육의 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金仁浩 기업의 인적자원 투자는 기업 규모의 발전에 비례하여 늘어나고 있습니까,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까?

기업의 인력 투자비율은 낮은 수준

禹天植 우리나라는 순수한 인력 투자비율이 좀 낮은 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를 줄였다가 회복하는 추세이지만, 아직 정점에 올랐던 1997년 수준은 아니라는 통계입니다. 그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격차가 상당히 심해요. 특히 중소기업은 여전히 저조합니다. 轉職(전직)이 많아지면서 중소기업은 인력투자를 더욱 꺼리고 있어요. 최근에 노동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데, 인적자원 투자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미국과 일본 시스템을 비교할 때, 미국은 외부 노동시장이 유연해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낮은 것이 특징이었거든요. 일본은 기업의 내부 시장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하는 시스템이었어요. 우리의 기업은 일본의 기업구조와 유사한 성격이었는데, 미국 시스템으로 가게 되면서 기업 내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기반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정규적인 교육?훈련부문이 이 괴리를 메워야 할 텐데, 아직 기업의 수요와 잘 연결되지 않고 있어요.

金仁浩 기업이 수요자로서 교육부나 교육기관 등 공급자와 연결되는 메커니즘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李秉南 교육정책이나 인적자원개발 정책에 기업이 의견을 개진하는 통로가 매우 제한되어 있어요.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교수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벗어날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文龍鱗 교육의 수요가 자유로워야 하는 것처럼 공급도 자유로워야 하잖아요. 정년까지는 공무원 신분이 보장되어야 하니까, 탄력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컴퓨터와 초등학교 영어교육 등에 대한 학교교육에서의 수요가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반면에 기존의 과목은 거의 없어지지 않거든요. 또한 지금 독일어와 불어는 학생들이 배우려고 하지 않아요. 일본어와 중국어를 선호합니다. 불어와 독일어 선생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이 분들은 정년인 62세까지 가르칠 게 없잖아요. 교육부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계속 교직에 남을 분들은 6개월～1년의 기간 동안 일본어나 중국어 등으로 담당 과목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교원들이 『나는 독일어 선생으로 들어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여 한동안 처리할 방도가 없었어요. 결국 연세가 드신 선생님은 그만 두셨고, 나머지는 지금 대학에서 자격전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갈등이 일어나 반대도 많이 했지만 점차 받아들이는 분위기예요.

金仁浩 학생들의 선호도가 달라지면 교사들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정부가 완전하게 신분을 보장해 주었으니 어려웠겠죠.

李秉南 그런 경직된 요인들이 해결의 걸림돌인 것 같습니다. 「수요 변화에 맞는 교육개편」이라고 하면 별로 듣기 좋아하지 않아요. 『교육하고 수요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우리가 물건 파는 장사꾼이냐』라고 하시는데, 인성교육의 측면에서 시장 개념이 항상 적용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기능적 측면에서는 좀 더 개선할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李仁浩 시대가 변화가 되면 대학의 과목과 정원이 조정되어야 하는데 교수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로 인해 불필요한 전공자들을 양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학의 경우는 앞으로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서, 몇 년이 지나도 강의를 듣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강의를 폐쇄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다만 기본적인 학문분야들은 수강을 원하는 사람이 적다고 해도 연구분야로서는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국가가 보장을 하고, 나머지는 수요에 따라 조절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金仁浩 기업에서 외부인력을 활용하는 문제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미국을 보면 기업이 연구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대학에 주고 그 결과를 활용하는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李秉南 시도는 되고 있으나 대학 내에 기업이 들어와서 연구소 같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되어 있는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아직도 상당한 제약이 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는 인력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아주 완고한 섹터인데, 그렇게 되면 새로운 혁신이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이공계통은 기업과의 협력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죠.

교육부의 대학 지원액은 스탠포드大 1년 예산의 2분의 1 수준

文龍鱗 기업이 대학에 자금을 지원해서 도움을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대학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을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분야에 학생을 동참시키는 것입니다. 교수가 학생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려면 공공부문의 투자가 상당히 유입되어야 합니다. 대학에 이렇게 돈을 대지 않는 나라가 없어요. 교육부 단독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액수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 1년 예산의 2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李秉南 대학에 건물을 기부하는 것을 기업의 주요 역할로 생각한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주고받는 파트너십이 있어야 하고, 상호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협력관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文龍鱗 우리 교육의 경직성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30여만 명에 이르는 초?중?고등학교 교사의 정원 관리를 행자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교육감이 교장보다는 교감중심의 조그마한 학교를 짓고 싶어도 행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해요. 하다못해 교사 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해도 행자부 장관이 공무원 정원을 늘려주어야 합니다.

金仁浩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종합적인 대응 차원에서 그동안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하는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 長官도 부총리로 격상되어서 다른 장관보다 한 직급 위에서 업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어요. 과연 교육인적자원부의 역할과 기능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뀌었고 또 바뀌어야 할지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文龍鱗 그 전의 교육부는 실질적으로 ‘학교 관리부’였어요.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면서 중점을 두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지역개발 문제예요. 종래의 시스템은 지방의 인재들을 서울에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인구가 53만 명인데, 매년 1200명이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자 올라옵니다. 이들이 한 달에 150만원을 쓴다고 치면 216억원이에요. 제주도가 한 해 제주감귤을 팔아서 생기는 돈이 3400억원입니다. 그 중 순수익이 2000억원이라고 쳐도 10%가 넘는 액수는 서울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래서야 제주도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각 지역에서 열심히 자녀를 키워서 서울로 돈까지 얹어 보내는 현상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요. 기존의 교육부는 이를 시정할 수 없었습니다. 16개 시도교육감도 자신의 재임시절에 유명대학에 몇 명을 입학시켰냐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인재의 難開發 현상

사법고시 합격자의 95%가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자입니다. 그 중 85%는 지방 소재 고등학교의 졸업자입니다. 지방에서 지방대학을 나와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서울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인재의 難開發(난개발) 현상이죠. 이런 것은 교육부 혼자서 못합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관련 부처와 협의하여 지방 인재 할당제를 당분간이라도 실시했으면 합니다. 지방에서 발탁되어 중앙으로 와야지, 중앙에서 유명해져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金仁浩 또 하나는 무엇입니까.

文龍鱗 入職(입직) 연령(직장에 처음 취업하는 연령)을 낮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入職 연령이 29～30세입니다. 영국은 21세이고, 미국과 일본만 해도 23～24세가 되면 경제적 독립을 해요. 우리나라 남성은 군대를 갔다 온다지만 그 기간은 26개월밖에 안 되거든요. 연령에 따라 무수한 인간 留水池(유수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재수생 25만 명, 더 좋은 고등학교를 가겠다고 대기하는 아이들이 많고, 사법고시나 고등고시를 보려는 考試村(고시촌) 인력이 10여만 명, 군입대 대기자, 유학을 가겠다고 대기하는 인원 등이 평균적으로 수천 명에 이릅니다. 군대나 유학을 갔다 오면 복학하기 위해서 또 1년을 기다려요.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취업 연령을 높이고 있습니다. 入職 연령과 관련해서는 국방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큽니다.

禹天植 지난 정권 동안 교육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교육인적자원부로의 변화가 그 상징이고, 1년 동안 교육부를 비롯한 관련부처가 참가하는 인적자원개발회의가 활발히 운영됐습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인적자원개발회의는 나름대로 이슈를 많이 발굴했고요, 부수 효과로서는 이를 통해서 교육계와 비교육계의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만들 때 KDI가 함께 참여했는데,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물론 앞으로 학교관리 기능과 인적자원 총괄기능을 한 부처에 둘 수 있겠느냐는 難題가 남아 있습니다. 교육부 내에서도 학교관리를 담당하시는 분과 인적자원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담당하시는 분의 내부 갈등이 있다고 해요. 교육부 스태프들이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인적자원 업무를 담당하는 관료들의 수준을 서둘러 높여야 합니다. 과기부나 산자부 공무원들은 우리나라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려면 교육부도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죠.

金仁浩 정말 이 시스템을 계속 추진할 생각이라면 다음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5년을 같이 할 수 있는, 다른 장관보다 역량이 뛰어난 분을 장관으로 임명해야 해요. 교육부총리가 필요하다면 『이런 장관과는 도저히 같이 일할 수 없으니 바꿔 달라』는 정도의 건의를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부총리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산학협동 문제에 대해 다뤄야겠는데요, 대체 우리나라의 산학협동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활발해지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李秉南 대기업들의 경우 산학협동은 필요에 의해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전자공학과 IT계통, 化工계통 등은 인력도 부족하고 수요도 많아요. 반면에 벤처나 중소기업에는 정부 역할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金仁浩 대학하고 산학협동을 하면 대체적으로 만족스런 결과가 나옵니까?

李秉南 다양한 반응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파트너십이 성립하려면 상호간의 이해가 일치해야 하는데, 그 기회는 과거에 비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산업이 대량생산체제였을 때는 별 유인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첨단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산학협동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 강해지는 현상도 있습니다. 산학협동은 대학 내 토지이용 문제나, 기타 어려운 조건만 제거해 주면 활발해질 수 있는 분야입니다.

산학협동의 모범, 핀란드

文龍鱗 산학협동의 모범으로는 핀란드의 「인더스트리 클러스터(Industry Cluster)」가 있습니다. 지역 사회, 기업, 대학 연구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 일제히 호응해 주거든요. 핀란드에는 여덟 개 산학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학과 연구소의 전문인력은 사실 公共財(공공재)이거든요. 영문학자라면 출판사가 2년 정도 지원하면서 세익스피어라든지 여러 작가에 대한 연구를 시키고 책을 출판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학도 아무 조건없이 교수를 장기간 외부로 보내려 하지는 않겠죠. 이 때 국가는 몇 년 동안의 공백을 보상하는 기금을 마련해서 대학에 일정 액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정부가 구태여 도와줄 필요가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연구가 잘 되면 이를 통해 고용이 늘어나고 회사가 발전하여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산학협동이라면 기업체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업만이 일방적으로 자금을 대기는 힘들죠.

禹天植 산학협동을 할 때 대학이나 기업의 능력과 역할을 제대로 고려해야 합니다. LG나 삼성이 원하는 것은 원천기술 정도의 전국형 모델이거든요. 그런데 아주大라든가 창원大는 산업기술을 개발하는 광역형 모형입니다. 중소기업의 산학협동 방식은 그보다 더 작은 부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선도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가진 대학은 극소수이고, 여러 가지 산업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대학도 20개 정도예요. 대학 전체가 산학협동을 통해서 기술협력을 할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입니다. 많은 대학들은 대개 지역 내에서의 중소기업과 연계하면서 인력문제와 현장 애로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李秉南 산학협동 하면 과학기술을 연상하는데, 사실 사회과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직 운영기법의 후진성 때문에 기업의 손실이 상당히 크거든요. 자연과학에 비해서 사회과학 부문은 갈 길이 훨씬 멀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이유로 LG 인화원을 아예 비즈니스 스쿨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다가 결국은 포기했어요. 법적으로 학교법인을 만들기 위한 장벽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는 개선작업을 기업이 스스로 추진하려는 시도들이 이런 제도의 걸림돌에 막혀 좌절되고 있습니다.

金仁浩 이 외에도 대학시장에 대한 민간 참여 문제, 대학의 특성화 및 전문화를 위한 재정지원 문제, 대학운영의 자율화 내지 공정경쟁기반 조성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文龍鱗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간섭을 대폭 줄여야 해요. 가칭 ‘국가대학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하여 절반은 민간위원으로, 절반은 관련부처 장관급으로 구성하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어서 대학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다루도록 하는 것이죠. 교육부는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고등교육과 관련된 정책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다룬다는 장점이 있고, 관련 장관들이 참여하니까 협의 과정에서 자동적인 정책조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국공립대학 총액예산제 실시해야

국가대학위원회는 큰 원칙을 세우고, 세부적인 사항은 대학총장에게 전적으로 일임해야 합니다. 사립대학은 완전 자율화하고, 국공립대학도 예산 집행 권한을 확대해 주어야 합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정부의 사무관이 일일이 설계비를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총액예산제를 실시하여 총장의 재량권을 늘리되 일정한 원칙에 비추어서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金仁浩 문 교수께서는 2000년에 장관을 지내셨는데,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대학을 자율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추진이 되었을까요?

文龍鱗 제 아젠다가 두 개였습니다. 하나는 교육부의 750여 개 업무 중 50%를 덜어내어 교육감에게 이양하자는 것이었어요. 또 하나는 국가 인적자원 개념을 도입하여 교육부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실현이 되었죠. 하지만 제일 역점을 둔 업무 이양 문제는 잘 진척이 안 되었어요.

金仁浩 禹天植 박사께서는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으로 볼 때, 대학시장에서 민간의 참여 확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禹天植 LG에서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려고 했더니 진입제한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같은 사내대학은 삼성이 한 개를 설립했고 대한항공도 기술대학을 만들었습니다. 제한을 풀어줄 경우 대기업에서는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자체로서 내부 인력을 교육하는 효과가 있지만, 대학 시장 전체에 대한 경쟁 압력을 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좀더 민간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는 부분으로는 대학 내에 학과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입니다. 삼성에서는 서울공대에 디지털 집적단지(convergency)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대학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인데, 기업활동에 대한 대학의 수용기반이 넓어지면 점차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일반 직업훈련소나 기능기술 훈련기관의 영역입니다. 평생교육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간 계층의 再훈련과정이 증가하고 있어요. IT 같은 부분은 민간의 사설학원을 많이 키워서 대학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李仁浩 저는 좀 의견이 다른데, 대학이라는 말이 너무 무질서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다만 어떤 기관이 종합대학에 해당하는지, 단과대학과 기술전문학교의 구분은 어떻게 할지는 정부가 담당하여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文龍鱗 경제학자들은 대학이 양질의 인력에 대한 공급처가 되어야 한다는 측면을 너무 강조해요. 대학은 국가와 사회의 역사적인 진보를 위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공간입니다. 또 한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면 가장 자유로운 곳이어야 하거든요. 온갖 상상력을 키우면서 지적 뿌리도 깊게 키우는 것을 대학의 임무로 봐야 합니다.

규제 완화에 따른 「정보 실패」의 가능성

禹天植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시장이 돌아가서 기업이나 학생 같은 최종수요자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정보 실패」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개인이 알아서 선택하는 것은 좋은데 워낙 정보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를 정확히 수행하는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민간 자율 기관이 평가를 담당하면서 믿을 만한 정보를 공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민간 기관이 보이지 않습니다.

李仁浩 사실 평가 수단 개발과 주체 선정이 열쇠예요. 한편에서 교육시장 개방 문제가 닥쳐오고 있는데 이는 불가피한 면이 있으므로, 역시 국제수준과 연계되어서 논의되어야 하겠지요. 처음에는 진통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金仁浩 교육에 있어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과 시장에 맡길 일이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정부가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文龍鱗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만, 실제 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면서까지 교육부가 돈을 직접 다루는 업무는 개선되어야 해요. 공모를 실시해서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에게 연구비를 나누어준다고 하면 응모자가 많이 몰립니다. 교육부 한 구석의 업무가 마비돼요. 교과서까지도 교육부가 주관해서, 한 페이지가 이상하게 씌어졌다고 하면 교육부 국장의 지위가 불안해 집니다. 큰 정책업무만 하고 길게 생각하는 교육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꼭 해야 할 일도 있어요. 지금 나라 밖에 있는 교포가 500～600만 명이나 되고, 그 자녀들이 또 수없이 많아요. 우리나라는 해외에 있는 교포와 국민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을 거의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상사 직원이 국외로 가족을 데리고 나가면, 아이는 전적으로 본인 책임입니다. ‘해외 교육청’을 만들어서 외국에 있는 초?중?고등학생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李仁浩 우리는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격상된 것을 긍정적인 조짐으로 이야기했지만, 사회에서는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진지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교육비는 많이 쓰는데 학교는 공동화되다시피 하고 교육은 私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기초적인 학습능력과 창의력은 하급학교에서부터 길러야 하는데, 지금 제도 하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학부모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과외를 시켜요. 이제는 외국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현상까지 일어나는데,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자율적인 사립학교가 생기도록 길을 터주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金仁浩 우리나라 정부의 각 부처는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경제부처의 각 국?과들은 각자 관장하는 산업이 있고, 그 산업에 대해서 내가 책임진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어요. 또 우리 국민들은 어떤 사안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정부가 해결하라고 나오거든요. 그래서 지원과 규제를 걷어치우고 시장원리를 받아들이는 데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禹天植 교육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집착이 다소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특히 문 교수님의 장관재임 시절에는 아예 교육3법(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자는 검토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게 상당한 작업이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익집단 때문에 규제를 풀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한 것 같아요. 교육부 내에서 정책적으로 사립학교의 정체성을 회복해주고 싶어도, 이 주제만 나오면 학부모나 전교조가 반대해서 교육부의 의지를 관철하기 어렵게 합니다.

교육의 권리는 헌법적 권리

李仁浩 고등학교 평준화의 틀을 완전히 깰 수는 없어요. 누구든지 고등학교를 갈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더 많은 비용을 쓰겠다는 사람들은 국가도 막을 권리가 없단 말이죠.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압력단체에서 나서고, 서울시 교육감마저 반대한다고 해서 좌절된다는 것은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헌법적 원칙에 어긋납니다. 또한 학원이나 또는 대안학교라는 것들이 출현하여 외국의 평가를 받아서 국가적인 규제를 넘어서서 정규학교처럼 기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 단계까지 와 있어요.

禹天植 국민이 이익집단화하는 경향 속에서 민감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범국가 차원의 리더십과 正論이 필요해요. 이것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교육 부문의 규제를 완화하고자 해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文龍鱗 사립학교의 자율을 완전히 허용하자는 대원칙은 맞는데 꼭 문제가 생겨요. 서울시 서초구의 모 고등학교는 이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사를 해임한 사건 때문에 분규가 일어났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사립학교, 사립대학 중 말썽이 난 곳이 100개가 넘어요.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편이 갈라지며 갈등이 발생합니다. 교육부는 차라리 규제를 풀지 않는다는 욕을 먹는 편이 낫지, 서투르게 풀었다가 부정부패가 일어나면 더 욕먹을 것을 아니까 주저하게 됩니다.

李仁浩 부정부패는 사법적인 차원에서 다뤄야지, 제도의 자율성이라는 전체적인 방향성과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禹天植 지금 교육에 소득정책, 분배정책, 경쟁정책까지 고려되고 있어요. 사회가 미발달할수록 각 분야가 뒤죽박죽 섞이는(bundling) 것입니다. 공정경쟁이라는 테마는 경쟁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고, 형평성 문제는 소득이라든가 재정정책 차원에서 다가서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다양성ㆍ수월성에 집중하고, 파생되는 부작용은 다른 분야의 정책으로 해결하는 정책기능의 전문화가 요구됩니다.

文龍鱗 교육이 잘 이루어지려면 일선의 선생님들이 경쟁적으로 자기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는 풍토가 활성화되어야 하잖아요. 기업의 세일즈맨은 『열심히 물건 팔면 회사가 나를 알아준다』는 것 아닙니까. 교육은 기본적으로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아요. 선생님들이 경쟁을 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어요. 유일한 성과평가라는 것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맡았던 아이들이 유명대학에 몇 명 진학했느냐는 것뿐이에요.

李仁浩 시험을 교과서 내에서만 출제해야 한다는 것도 우리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마치 싱싱한 음식은 절대로 먹지 말고, 통조림만 먹으라는 것이거든요. 저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래도 그만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이유가, 학교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지고 각종 매체를 통해서 많은 것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文龍鱗 자율화란, 아래 단위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중앙정부에서 대학을 자율화하면 총장의 권한만 강화되었지 단과대학과 각 학과의 자율화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교육감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만큼 교장의 재량권도 확대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중간층의 권한만 강화가 되었습니다. 자율화를 추진할 때 이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金仁浩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다음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런 토론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신정부가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유아교육과 성인교육의 중요성

文龍鱗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아교육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벌써 20년 전부터 세 살을 교육 연령 시점으로 보고 그에 맞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인관계나 감정조절 같은 사회적 적응 훈련을 시켜요. 프랑스에서는 3세 아동의 100%가 公교육을 받고 있으며, 일본도 15년 전부터 3세 아동의 60% 이상을 교육시키는데, 우리는 20%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OECD 가입국 중 최저 수준이에요. 또 성인교육 참여율이 全세계에서 제일 낮은 6～7%에 불과합니다. 미국만 해도 최종 교육과정을 끝낸 후 10년 이내에 6개월～1년의 교육을 받는 사람이 40%가 넘습니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학습해야만 인적자원의 質이 올라갈 텐데, 우리나라는 직장인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어요. 말로만 평생교육을 떠들지, 시스템도 없고 국가적인 합의도 없어요. 일본에 비해 뒤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거든요. 우리나라 교육은 ‘M자형’ 교육입니다. 유아교육과 평생교육은 소홀히 취급되고 있고 초중고와 대학교육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의 교육은 ‘W자형’으로, 고등교육과 더불어 유아교육과 평생교육의 비중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李仁浩 교육철학이라는 관점에서, 각급 학교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교육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테스트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지난 번 초등학교 3학년의 기초 학력을 테스트하려다 홍역을 치른 적이 있지 않습니까? 결국 시험은 치렀지만, 이는 언어도단입니다. 표면에 나타난 차이가 무서워서 테스트를 하지 말라는 주장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을 희생시키는 결과밖에 안 돼요.

禹天植 교원과 학부모의 바다를 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衆愚主義(중우주의)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일방적으로 정부를 믿고 따르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公論化하여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시스템을 전환하면 피해를 보는 집단이 반드시 생기거든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에 대한 보상기제를 구축하는 풍토가 약해요. 정부는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교육의 형평성은 단지 교육부의 역할만은 아니며, 재경부나 기획예산처, 기타 유관 부처와 협의하여 학생 융자를 지원하는 등의 협조 체제를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金仁浩 또 하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은 교육이 철저히 사회주의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비슷하게 살아야 하고, 색다르게 튀는 사람도 평등화 시스템에 맞추도록 강요하고, 교사들은 경쟁하거나 평가받거나 감독받기를 싫어해요. 한국이 나아가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과 반하는 교육이 계속 실행될 경우에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을 가질지 걱정됩니다.

李仁浩 그렇지만 무한경쟁을 허용하는 시장경제가 마치 교육의 목표인양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서 교육을 자율화할 필요는 있어요. 그러나 생산성을 높이는 만큼 혜택을 분배하고 참여 기회를 나누는 다른 차원의 고민도 더불어 가야 합니다. 다만 교육이란 교육 효과의 생산이라는 면에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데, 분배가 어줍지 않게 먼저 끼어들고 있는 풍토가 우려되는 것이죠. 자율적인 교육시스템의 상한선을 풀어주는 경쟁을 보장하면서,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복지의 하한선은 계속 확대해야 합니다. 경쟁과 복지의 조화는 모순이 아니며, 국가 차원에서도 유리합니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생산해서 많은 세금이 들어와야만 복지 하한선을 낮출 수 있어요. 『교육을 받지 않고 중ㆍ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다만 똑같이 살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文龍鱗 그런 점에서 자립형 고등학교를 허용하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능력에 맞게 자식을 교육시키지 못하니까 학부모들이 자꾸 아이를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이거든요.

李仁浩 전교조 등 교육 자율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私교육비 지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요. 돈이 없는 집의 아이가 어떻게 경제적 부담이 큰 고액과외를 받겠어요. 오히려 자립형 사립학교를 허용하고 학생의 일정 비율은 장학생으로 받으라고 하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집 학생이라도 재주만 있으면 돈 한 푼 내지 않고 비싼 사립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죠.

金仁浩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교육이 꼭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됐는데,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요.

文龍鱗 미국에서는 벌써 홈스쿨링(Home-Schooling)이 3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우리도 自家敎育을 허용해야 해요. 학교를 빠지면 개근상 못 준다고 겁주면 안 되죠. 아버지가 해외로 출장을 갈 때 아이도 함께 데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李仁浩 OECD 장관 회의에서 그 문제를 논의한 적도 있는데요. 제가 핀란드에 있을 때 교육부장관이던 헤이노넨 장관은 29세에 장관이 되어 35세까지 교육부 장관을 지냈는데, 장관 중 가장 인기가 높았고, 아이가 어리다고 하여 월요일은 재택근무를 하더군요. 아빠하고 애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교육적 관점에서 국가가 수용한 까닭이지요.

金仁浩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근간은 우수한 인재입니다. 영국의 총리 토니 블레어는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정책은 교육』이라는 말을 했다던데, 그만큼 해결이 어려운 것이 교육이라는 뜻도 될 것입니다.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을 공론화 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