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공정거래법과정 초청강연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재임이후 : 2002년 03월 11일


한국경제 문제의 본질과 경쟁정책의 과제




저는 그동안 스스로 이코노미스트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저는 공정거래제도를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오늘 강좌구성을 보니 주로 법률적인 관점에서 공정거래제도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순수한 경제적인 시각으로 이를 접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경쟁질서를 지키기 위한 법입니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시장’과 ‘시장경제’에 대한 정의 그리고 우리의 시장경제 달성 정도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명되어야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역할과 그동안의 평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가능할 것입니다.

먼저 한국경제의 현황에 대해 검토하고자 합니다. 지난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제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여 간단한 표어로 만든 말들이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했던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 만든 말은 ‘시장으로의 귀환’입니다. 그에 대한 책도 발간한 적이 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결국 우리는 시장경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보호원장 시절에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경제’ 그리고 대외문제를 집중적으로 생각할 때는 ‘선진국 줄에 서야한다’는 문구가 그 당시 저의 사고를 집약하는 표어였습니다. 우리가 줄은 후진국에 서 있으면서 선진국을 지향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는 ‘경쟁이 꽃피는 경제’로 표어를 정했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경쟁이 꽃피고, 소비자가 선택하고, 국제적인 흐름에 우리 경제를 조화시키는 것이 우리 경제가 추구하는 목표이고, 이것이 완성될 때의 모습이 시장경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해 한국경제 전망과 금년 주가 동향 등에 대해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제가 오랫동안 경제를 다루어 왔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학문적으로는 경제 예측에 대한 테크닉이 발전하고 있지만 경제 내적?외적인 요인이 너무 많아져서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예측 무용론’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경제는 분명 작년 경제보다는 좋아질 것입니다. 작년 경제가 무척이나 침체되었기 때문에 조금만 경제지표가 좋아져도 굉장히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내심 정부가 5～6%를 생각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작년 11월까지는 경제가 어려웠고, 끊임없이 우리 경제의 위기론이 제기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분은 ‘제2의 위기’라고도 말하고, 어떤 분은 ‘위기의 재생산 구조’라는 말도 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경제가 호전되었고, 제가 오늘 배포한 자료를 만들 때만해도 주가가 700대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800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호전되면 경제위기론은 쑥 들어가고, 이를 언급하면 센스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기가 좀 나쁘면 위기론이 대두되고, 경기가 좀 좋아지면 위기론이 없어진다고 한다면 그런 위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한 위기의식은 바람직하지도, 건전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저는 경기의 움직임 여하에 상관없이 우리 경제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고, 그 본질적 문제는 그동안 많은 노력은 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보기위해서는 올바른 접근 방법이 필요합니다. 먼저 사실(fact)을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사실을 보는데 오류를 범하면 그 이후는 볼 필요가 없습니다. 즉 ‘Know-What’을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다음으로는 왜 그런 현상이 생겼는지에 대한 ‘Know-Why’가 필요하고, 그 다음에는 이를 해결할 처방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인 ‘Know-How’가 필요합니다. 다음에는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하고, 어떻게 역할 분담할지에 대한 ‘Know-Who’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 가장 상식적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저의 생각이 아닌 이미 OECD가 ‘지식기반 사회’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발표한 내용이고, 이에 제가 나름의 해석을 덧붙인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문제인식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지적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위기고, 경기가 좋으면 위기가 아닌 상황이 되는 즉 경기의 호불황(好不況)을 경제문제의 본질로 보는 바람직하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경제가 경기의 순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은 이미 정립된 이론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90년대 들어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과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던 일본이 지난 10년간 계속 경기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위 ‘the lost decade’를 보이고 있다는 두가지 현상으로 인해 과거의 경기순환이론이 비판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를 보이는 것을 보면 경기의 순환현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는 근본적인 경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구조론적인 시각으로 보아야지 순환론적인 시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호?불황은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경제의 특성입니다. 그것을 경제문제의 본질로 생각하여 구조적인 문제와 혼동하는 시각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경제문제를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매우 필요하며, 하루하루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인식 능력에 문제가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무의식중에 고성장 신화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에 의해 60년대부터 추진되어온 경제개발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국제적 평가를 받으면서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는 고성장의 신화에 대한 생각이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고성장 신화는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IMF가 초래된 원인도 우리 국민에게 깊이 박혀 있는 고성장에 대한 집착과 이를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 기업의 경영관행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최인호씨의 소설인 ‘상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소설은 200년 전에 실존했던 거상인 임상옥에 대한 소설입니다. 임상옥은 젊었을 때에 승려가 되려고 절에 있다가 다시 환속하게 되었는데 그 때 그곳의 큰 스님인 석숭 스님이 임상옥에게 앞으로 세 번의 큰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경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 세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크게 성공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줄거리입니다. 큰 스님은 이 위기를 말씀하시며 세 번의 위기중 첫 번째 위기는 위기의 실체를 알고 맞이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극복할 것이라고 말하고, 두 번째 위기는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맞이하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처럼 위기의 성격과 본질과 배경을 충분히 알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뿐더러 그 위기로부터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거나 그러한 위기를 앞으로는 더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건강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을 하면 항상 그에 대비하고 관리를 하게 됩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는데 올해로 99살입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60대 초반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시니 곧 죽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을 하셨는데 이제 곧 100살이십니다. 반대로 저희 아버지는 초인적인 건강을 유지하시던 분이었지만 80대 중반에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예측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된다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경제를 보면 어떤 분들은 우리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분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97년에 1차 IMF 위기가 왔을 때 그 위기에 대한 본질을 달러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달러를 보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만약 달러의 부족이 하나의 현상이고, 그 배후에 보다 큰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 없다면 앞으로 계속 심각한 위기가 올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우리 사회가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가 심각한 고민과 해답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없다고 봅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끝난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다시 뉴라운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번 뉴라운드인 ‘도하라운드’가 끝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후에 다시 뉴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결국 세계는 국경없는 경제를 향해 끊임없이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세계경제와의 통합에 대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장래가 없는 것입니다. 일본은 우리의 벤치마킹의 대상이었고,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일본경제에 대해 깊은 연구를 했었습니다. 일본이 곧 미국을 따라잡을 것 같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와서 일본경제는 10년 이상 계속 경기의 저점에서 침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03년 일본 침몰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을 벤치마킹한 우리가 그러한 상황의 극복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예로서 농업문제를 이러한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대두되었던 것이 쌀개방문제입니다. 그 과정에서 농업의 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해 모두 인식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93년의 우루과이라운드가 끝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 대한 정책은 상황인식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우리 농업은 더 개방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나서서 그러한 개방의 추세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우리 농업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방과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국제사회의 압력보다는 우리 내부의 요구가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사 국제사회의 압력이 없다 해도 낮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농업을 계속 존속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서 우리 농업구조를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장래가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있는데에 진정으로 우리 농업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한국경제가 결코 혼자 살 수 있는 경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90년대 초에 북한에 갔었는데 그 때 가장 인상적인 표어는 ‘우리식대로 살자’입니다. 못살아도 좋으니 우리식대로 살자는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 남한 국민은 잘 살아야 되는데 우리식대로 살고 싶은 발상이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우리식대로 살면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주변으로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중심에 우리를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외세의존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었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생존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지금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힘에 우리를 맞춰가지 않는다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경제, 대외의존적인 경제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결국 이 세상을 움직이는 조류와 힘은 바로 ‘시장경제’, ‘국경없는 경제’, ‘지식경제’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결코 외부적인 요인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느낀 점인데 경쟁력은 결국 경쟁적 구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경쟁구조가 아닌 곳에서 경쟁력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 시스템은 한마디로 ‘시장경제’입니다. 우리 국민경제 안에서만 움직이는 시장경제는 지금과 같은 개방경제하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시장경제가 필요하며, 그것은 우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시장경제의 실현은 매우 어려운 길입니다. 사실상 시장경제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현 정부도 최근에 ‘생산적 복지’라는 국정지표가 하나 더 추가됐지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행태와 사고방식은 시장경제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무척이나 거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 점은 우리는 시장경제하기 매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며, 저의 의식구조 한 구석에도 시장경제적이지 못한 모습을 자주 발견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80:20’의 사회 즉 능률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결과의 차이에 대한 극복 방법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국민들은 정부를 불신함에도 불구하고 문제만 발생하면 정부가 해결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없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이러한 전 국민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시행할 때 과연 국민들의 아우성을 어떻게 인내하고, 국민들을 기다리게 할 것인지도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른 대안은 없다고 봅니다. 요즘 몇몇 학자 분들이 다른 대안을 연구하면서 ‘한국적 시장경제’, ‘한국경제의 제3의 길’에 대해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제가 그러한 책들을 읽어 본 결과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문제제기는 있지만 대안이 없습니다. 저는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것이 ‘제1의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에 우리가 걸어왔던 정부 주도의 길은 ‘제2의 길’입니다. 정부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공고히 결합했고 그결과 부패구조가 불가피했지만 경제의 성장은 이룩한 바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웠던 ‘제2의 길’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제1의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성공한 연후에 새로운 한국적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쟁정책이 가야할 방향을 몇 가지로 생각해 봅니다. 먼저 과거 우리 경제는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정부가 거시적인 경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달성의 과정에서 수단이 다소 시장 개입적인 방법이더라도 용인되었습니다. 이제는 이 방식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지만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운용 행태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 없이는 경쟁구조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제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때 재벌들과 많이 싸웠고, 그래서 지금도 제가 재벌을 크게 혼을 낸 사람으로 기억할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업과 싸움을 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바른 정책방향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했을 때 기업과는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정당한 정부의 권력은 막강합니다. 그런데 제가 끊임없이 싸운 것은 정부 내부의 다른 부처, 다른 장관들입니다.

시장경제는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시장을 향해 정부가 해야 할일은 반드시하고, 하지 말아야 할일은 하지 않는 것이 시장경제입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문제는 시장에 맡기고,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의 문제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시장경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시장경제를 진정으로 추진한다면 경쟁정책이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정책은 방대한 정부의 힘을 바탕으로 한 지원과 규제중심의 산업정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제관련 법령의 대부분은 산업의 육성과 규제를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은 일본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이는 요즘 말하고 있는 규제완화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으나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볼 때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극히 미흡하다고 봅니다.

경제부처를 보면 대부분 산업별로 부서가 편성되어 산업을 관리하는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경쟁정책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반면에 수요자 중심적 관점과 기능별 관점으로 조직원리가 되어 있는 곳은 매우 적습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는 전혀 다릅니다. 바로 이러한 면을 비교해 보면 우리는 아직 경쟁정책을 제대로 하겠다는 면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제가 마지막 공직에 있을 때 지금과 같은 통상산업부의 모습으로 계속 유지한다면 신정부가 들어서면 간판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기능별 조직으로의 개편을 매우 신중하게 추진했지만 외환위기 등으로 결실을 보지는 못하고 나왔습니다. 따라서 산업별 편성을 가지고 있는 정부 부서들은 변화해 가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스스로의 역할과 모습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오마에겐이찌(大前硏一)가 '헤이세이관료론(平成官僚論)’이라는 책에서 일본 정부를 매우 신랄하게 비판하며, 일본 정부부처가 간섭해서 제대로 된 일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일본 게임산업의 발전은 일본의 통상성에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부서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바둑을 매우 잘합니다. 어느 분이 농담하길 이것은 바둑을 관장하는 정부 부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좀 과격한 표현이 될지 모르는데 경쟁정책의 가장 큰 적은 정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부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제가 그동안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일관되게 해 왔던 말입니다. 제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이와 관련된 무수한 저의 글과 강연 등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적이라는 표현만 사용하지 않았지 메시지는 똑같습니다.

경쟁정책과 관련해서 정부가 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경제에 대한 운용원리와 비경제 부분에 대한 운용원리가 같은 궤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노동, 교육 등의 영역이 그 나름의 특수성과 제한성은 있겠지만 시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이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만일 이러한 노력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이미 시장경제가 아닌 것이며, 어찌보면 우리가 직면한 대부분의 문제는 경제보다 비경제적인 영역에서 더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경제적인 영역에서 시장경제의 원칙을 세워나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제부문에서 노력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만일 자동차의 한바퀴가 찌그러져 있다고 한다면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처럼 서로 상이한 두바퀴를 가지고 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시장경제원리를 국정의 제1원리로 제시했지만 교육과 사회, 노동, 복지 등을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노동을 노동시장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으며, 만일 그러한 발상이 있었다면 노사정위원회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노사문제도 노동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서 그들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해 조정되고 결정되어야 합니다. 주5일제 근무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만나 언제부터 하자고 결정하여 시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주5일제 근무라는 것은 문화적, 경제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입니다. 그것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은 그로인해 뒤따르는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합니다. 경쟁력과 효율성이 천차만별인 개별 기업들의 상황을 무시하고 언제부터 주5일제 근무를 시행하라고 하는 것은 전혀 시장경제적이지 않은 발상입니다.

세 번째로 재벌정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 재벌정책이라고 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력 집중억제제도’가 전부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벌정책은 일반정책, 세제, 금융, 산업정책 등 모든 경제정책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가장 제도화된 것이 공정거래법상의 ‘경제력 집중 억제제도’인 것입니다. 요즘 이 제도의 존폐여부 및 개정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법을 공정거래법에 두느냐, 두지 않느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법이 만들어진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어떤 변화가 있는지의 여부,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이며, 이 제도가 우리 경제 전체의 문제해결 수단으로 일관되게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몇가지 잘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첫째는 ‘형평논리’입니다. 재벌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을 보는 두가지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데 하나는 경제력이 너무 한쪽으로 몰리는 부의 집중에 대한 방지를 존재 이유로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책이 오히려 경쟁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저는 과거 효율성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았습니다. 경쟁력집중이 한국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데 기여한다면 그로인해 다소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반대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효율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시장의 완전성에 두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이에 대한 몇가지 예를 들었는데 첫째로는 ‘운동장이론’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어 한쪽 편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공을 차고, 다른 편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을 찬다면 공평한 게임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또 400미터 경주를 하는데 한사람은 시작부터 100미터 앞에서 뛴다고 할 때 공평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쟁력집중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발생하고, 이로인해 경쟁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억제시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 정부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발상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력 집중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검토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재벌 생성의 역사적 배경과 재벌형성이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이 역사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또한 재벌의 실패가 있다면 정부와 기업의 책임 등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재벌정책의 실패는 기업의 책임에 못지않게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재벌구조를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했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가 재벌구조의 문제점을 교정해 나갈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었으나 정부의 정책목표에 가려서 그 일을 하지 못한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따라서 재벌에 대한 경제, 사회, 국가적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그 문제제기를 사후적으로 공정거래제도를 통해 완충시켜 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재벌정책에 대한 문제는 공정거래위와 공정거래법의 집행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봅니다. 먼저 경쟁정책의 기조에 대한 분명한 방향 정립과 수익성위주의 기업 금융관행의 정착 그리고 투명한 기업경영의 토대위에 정부의 경쟁정책이 가세할 때 우리의 재벌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갖추어진다면 재벌의 구조 등에 대해서는 재벌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시각을 기본으로 하여 우리 재벌문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한다면 매우 유효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 우리 사회문제의 본질은 총체적인 국가경영능력의 부재, 문제 인식능력의 부재, 과도성장에 대한 집착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방된 시장경제체제로 해결될 수 있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또한 시장경제는 경제만 아니라 비경제적인 분야에까지 확장되어야 하셨는데 의료와 같은 특수한 사회복지분야는 시장경제 원칙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답변 : 시장경제는 우리 헌법에서도 경제의 기조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기조로 하되 부분적으로 필요에 의해 제한을 가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경제는 완전시장을 전제로 하여 이론적 분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완전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불안정성을 가진 불완전시장이 대부분입니다. 정부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해서 시장을 그냥 방치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각각의 사안들을 접하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인지를 혼동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외부에서 공정거래법의 운영을 지켜보면 자칫 약자보호법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경쟁법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소비자보호기능이 추가되면서 그러한 색채가 더 강화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처럼 법을 운용하면서 담당자들은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느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완전한 형태의 시장이 되도록 만들어 가는 노력과 그 시장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유도하고 기다리는 것이 정부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보호문제의 경우도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정부가 모두 해결하거나, 반면 시장이 모두 해결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국민의 건강은 시장과 정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풀어갈 문제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건강문제를 시장에서 해결하고, 시장에서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사람들은 의료보호제도에 의해 국가책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기능만 해도 교육, 국방과 더불어 정부의 최대의 기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작 필요할 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국가 중심의 공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접근방법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며, 시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좀 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책임을 지는 ‘의료보호제도’와 일부는 국가가 부담하고 일부는 수익자가 부담하는 ‘공보험제도’ 그리고 ‘사보험제도’의 3층 구조로 시행하는 것도 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의료보험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의약분업의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봅니다.



질문 : 지난 97년 11월 16일 IMF행이 결정되었는데 그 시점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럽고 어려웠던 시기라고 봅니다. 특히 노동법 파동 등 사회적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기 때문에 저는 야당과 노동계가 IMF행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농업이 특수한 분야라는 국민적, 정치적 정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씀중에 이는 개방화의 시대적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농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시장경제만을 강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답변 : IMF행이 발표된 것은 11월 21일이지만 이미 11월 16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이를 신임 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부인을 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11월 21일에 다시 IMF행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중앙일보에 게재를 하고 있으니 그것을 참조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노동법파동이 IMF행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IMF에 가게된 것은 단지 달러의 부족인 유동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IMF위기의 본질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한국의 인식문제와 해결능력의 부족, 노사문제와 금융문제, 재벌문제 등이 시장원칙에 따라 해결되지 못함에 대한 불신이 쌓여서 발생된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법 파동도 그동안의 문제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서울대 이면우 교수가 IMF 이후 한국경제신문에 ‘신창조론’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후에 발간된 책을 보면 이면우 교수가 첫장에 ‘IMF행은 신이 준 선물이다’라고 적고 있고, 한국의 IMF행은 이미 박정희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70년대 중반부터 그 연원이 배태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문제가 하루 이틀에 축적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유동성위기로 인해 발생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가 구조조정, 즉 공공부문 개혁, 금융과 기업개혁, 노사개혁, 해외개방 확대 등의 처방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농업구조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업의 특수성을 부정했다면 이미 농업은 문을 닫았어야 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과거에 해 왔던 그러한 식의 농업지원과 지원의 확대는 더 이상 어려울 것이며, 외국의 개방요구가 없다고 해서 농업의 구조개편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러한 시각으로 본다면 그동안 우리의 농업정책은 도리어 거꾸로 가는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보다 더 강한 농민 파워를 가진 일본의 경우도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쌀에 대한 가격지지정책을 포기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 쌀값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고, 작년의 경우 600만석이 초과 생산되었습니다. 쌀의 소비가 점점 줄어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언제까지 그러한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과연 그것이 농민을 위한 것인지 깊이 있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질문 : 지금 미국과 강대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세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과연 그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IMF이후 신자유주의체제에 대한 비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체제는 강대국중심의 강자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주변국과 약소국은 강대국의 논리에 끌려만 가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안은 있는지 질문드립니다.

답변 : 신자유주의경제이론을 우리가 대단한 이론으로 생각하는데 별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기 고전적 자유경제이론이 케인즈 이후 정부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수정되다가 근간에 이르러 다시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등 고전적인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이론입니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나라들의 경우 자국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이러한 이론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의 이익 때문에 이 질서에 참여하라는 말을 하지는 않으며, 마치 자유무역이 서로간에 도움이 되듯이 이 질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에 대해 다른 생각과 주장을 가진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미국측 주장에 모두다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미국이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그러한 원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주의이론과 개방이론에 상대적으로 가장 충실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법입니다. 만일 우리가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다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제3의 길이 있을 것이나 제가 언급한 것과 같이 그에 대한 대안이 현재 매우 부족한 현실입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리지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경쟁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세계속에서 존속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세계의 조류인 동시에 이를 수용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