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朝鮮-국가경영전략연구원 공동주최 月例토론⑨
대학의 위기와 개혁

월간조선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재임시 : 2000년 11월호


참석자
사 회 : 金仁浩(김인호)-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발제 및 토론 : 李周浩(이주호)-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토 론 : 李鍾瑞(이종서)-교육부 고등교육지원국장   姜榮哲(강영철)-매일경제신문 지식부 부장ㆍ편집위원   朴釘洙(박정수)-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司 會 : 오늘 토론은 교육개혁에 관한 두 번째 토론으로 새로운 21세기의 특징인 지식 기반 사회로의 흐름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우리의 고등 교육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느냐에 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학 교육현황의 양적ㆍ질적 변화와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고등교육의 문제를 살펴보고, 세 번째는 사회적 기대에 비해 미흡했던 교육개혁 문제, 지난 정부 때 작성된 교육개혁프로그램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잘 진행되고 있는가를 논의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우리의 대학 교육의 개혁을 위한 정책 방향은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인지 논하고자 합니다. 우선 대학의 현주소는 양적ㆍ질적으로 어떠한가, 시대변화에 따른 대학에 대한 기대와 수요의 변화에 대응하는 대학의 역할은 어떠한가를 논의하면서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李周浩 : 우리 대학의 현주소는 양적으로는 상당히 팽창해 왔지만 질적인 부분에서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에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이 20만이었는데 지금은 약 17배가 증가한 336만명입니다. 또, 172개 대학과 158개의 전문대학을 보유하고 있는데 많은 나라들이 10개 미만의 대학을 가진 사실과 비교하면 대단한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질적인 면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학술연구 부문에서 국제적인 SCI기준 논문발표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16위입니다. 숫자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발표논문수는 미국의 3.9%, 일본의 15.6%로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또 대학의 경쟁력은 1999년 IMD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47개국 중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교수들 연구나 교육수준은 미국의 일류대는 물론 싱가포르나 홍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李鍾瑞 : 이 박사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양적인 팽창정책은 필요했었다는 것입니다. 산업화 시기에 어려운 정부재정으로 단기간에 산업인력을 양성해 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생산구조와 인력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교육제도의 경직성으로 인해 양적인 확충이 질적인 고도화 정책으로 전환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하나의 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국 다음으로 인구 만 명당 고등교육 인구가 많아지고 논문발표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Impact factor(논문들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고 있는가를 보는 지표)는 세계 60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등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을 더욱 가속화해야 할 것입니다.

姜榮哲 : 저는 핀란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핀란드가 90년대 초에 IMF위기를 겪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재개발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개혁을 심도있게 추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적인 국가경쟁력 지표에서 핀란드가 1위~3위를 유지하고 인재경쟁력은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산업경제시대에서 지식경제시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학교육개혁을 중심으로 한 학습혁명을 추진 성공한 케이스라 할 것입니다. 사람의 두뇌가 경쟁자원이 되는 지식경제시대에서 두뇌 개발의 핵심 중추는 대학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司 會 : 우리 사회의 지식혁명운동에 있어서 대학교육이 갖는 문제를 현장에서도 실감하고 있습니까?

姜榮哲 :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로 가기 위한 걸림돌이 과거에는 고비용 문제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보다는 선진국과의 지식격차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이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핵심기관이 바로 대학입니다. 대학에서의 학습혁명만 이루어내면 다른 모든 게 다 따라가는 것입니다. 지식기반사회의 창의적 인재란 스스로 학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학습혁명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朴釘洙 : 지식혁명에 있어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과의 차이가 앞으로는 代數的(대수적)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고등교육의 중등교육화 시스템을 통해서 양적인 팽창을 이뤄냈다고 하면 이제는 그것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이 곧 소프트웨어이고 그 소프트웨어가 곧 산업이며 그것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사회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시급히 그 차이를 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핀란드나 미국, 호주는 그러한 전환을 잘한 나라로 꼽히고 있지만 우리는 일본이나 대만과 함께 뒤쳐져 있습니다. 인센티브가 바뀌는 경쟁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대학교육은 자원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의 교체가 없다면 한계화, 주변화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司 會 : 우리는 서울대학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전세계 대학 수준에 비춰볼 때 서울대의 현재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李鍾瑞 : 평가지표나 방법에 따라 다르므로 객관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우리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도 세계적으로 100위 안에 들어가는 대학이 없었는데 SCI 논문발표수에서 서울대가 작년도에 94위, 올해 73위에 올라 연구경쟁력이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司 會 :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군요. 지금 논의한 내용을 보면 과거에 축적된 교육인력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컸다는 데 동의는 하지만 그러한 ‘성공체험으로부터 탈피’해서 질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 듯 합니다. 그렇다면 대학교육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가령 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예를 들면 전문성이나 지적 수준, 사회변화에 대한 기대, 수요자 중심적 사회에의 대응, 그리고 설립 정신에 따라 다양성과 특수성을 띤 외국 대학들에 비해 획일적이고 몰개성한 우리 대학의 문제 등이 있을 텐데요.

李周浩 : 대학에 대한 사회경제적 요구와 압박은 커진 반면 대학이 그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대학이 과거의 틀을 빨리 벗어나서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朴釘洙 : 최근 우리의 인구 10만명 당 대학생 수가 미국보다도 많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차피 투입하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고 할 때, 단가가 싸고 투자(Input)가 적을 수 밖에 없는 값싼 교육이 문제가 되겠고, 잘못된 대학 입시 제도로 인해 고등학교 교육은 획일화되는 반면에 대학에서는 충분한 학업성취도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이 문제라 할 것입니다.

姜榮哲 : 대학 자체가 사회적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한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미국 MBA 스쿨을 보면 해마다 커리큘럼을 바꾸는 신속한 대응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학교가 유지되는 것이구요.

司 會 : 우리 대학사회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더 보충할 내용이 있을까요?

李鍾瑞 :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공급자 즉, 대학간 경쟁하는 시스템이 없었으며 이러한 대학 진학열을 수용하기 위하여 입학정원을 확대하면서 대학들이 모든 학과를 나열하는 백화점식으로 팽창해 버린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교육 성과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 대한 투입 면에서도 질적으로 낙후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6.6명으로 미국 15명, 일본 18명, 독일 12명에 비하면 배가 넘는 수치이고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도 선진국의 4분의 1~20분의 1 수준입니다. 투자는 적게 하고 높은 성과를 얻으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朴釘洙 : 부실기업이 부실상품을 생산해내는 것과 같은 메카니즘이라 하겠군요.

司 會 : 이제 대학정책에 대해 논의해 보죠. 정부의 정책이 대학의 문제점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또 미흡한 점은 무엇이겠습니까?

李鍾瑞 : 과거의 양적인 확대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면 필요한 때 제대로 질적 고도화를 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지 못한 점을 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정부가 대학이 요구하는 대로 백화점식 학과 나열을 인정하는 등 대학을 올바르게 선도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대학을 다양화?특성화 하며 지속적으로 자율화와 더불어 책무성을 강화하면서 교 육?연구의질적 제고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司 會 : 대학 분야의 개혁 노력은 어떻습니까?

李周浩 : 경제사회적인 요구에 대해 대학이 빨리 반응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대학을 보다 자율적이고 책무성 있는 기관으로 만드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1995년 교육개혁도 이런 인식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정부의 힘은 오히려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는 풀리지 않은 경우가 있고, 개혁 자체가 개별 대학의 창의적인 노력을 끌어내기 보다는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姜榮哲 : 최근 자료를 보면 전반적으로 정부의 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일선 현장에서는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대학이라는 시장에 시장주의가 성립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안되어 있습니다. 마켓 참여자들이 자유경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다면, 대학이 자생적으로 마켓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쪽으로 정부이 정책 방향을 새롭게 규정해야 할 것입니다.

朴釘洙 : 현장과 정책 간에 괴리가 있는 것은, 경쟁 없는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이해 관계자들의 역할이 큽니다. 법이 바뀌는 것은 힘의 논리를 따르게 마련인데 사학운영자나 교육부에 지나치게 힘이 과했던 게 사실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개혁 청사진이 집행될 하부구조가 만들어지려면, 절박한 위기의식은 물론이고 재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산업체들의 압력, 대학교수들의 압력 등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李鍾瑞 : 최근 개혁정책은 오히려 대학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이상으로 앞서나간다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교수 임용이나 학생 선발, 학사운영 등 거의가 자율화되어 있는데 대학 내의 시스템이나 대학 구성원들의 의식이 문제가 될 때가 많습니다. 개혁 추진을 위하여 정부는 재정 지원이라는 인센티브로 유도하고 이에 따라 대학 내에서 갈등이 생기고 대학자율의 침해로 인식하기도 하나 개혁 초기단계에선 어느정도 불가피합니다. 교육의 질이나 대학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수요자가 대학을 선택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시스템은 아직은 불완전한 듯 합니다.

李周浩 : 대학의 시장여건이나 구성원 문제에 대해서는 반론을 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개혁에 있어서 대학의 지배구조의 룰을 설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 완화는 했지만 국립대학의 경우를 보면 아직도 정부가 행정직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경쟁을 유도는 했지만 대학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역할은 못한 것입니다. 사립대학도 역시 자율성과 책무성을 묻는 정부의 노력이 미약했습니다. 환경과 시장구조를 바꾸는 데 있어서도 정부가 룰을 설정하고 자율과 책임을 조절하는 2차적 개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것입니다.

姜榮哲 : 정부에서 계획은 많은데 실행 전략이 따르지 못한 것입니다. 현장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실행가능한 이행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李鍾瑞 : 교육부에서는 2단계 자율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교육부에서 대학 본부로, 대학 본부에서 단과대학으로, 단과대학에서 학과로 가는 식으로 패키지화하는 자율화입니다.

司 會 : 이제는 李周浩 교수의 발제에 따라 정부규제와 자율화 문제, 재정지원, 지배구조 등 세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대학교육 정책을 검토해 봤으면 합니다만 이 이외에 토의에 포함되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이 있을까요?

朴釘洙 : 다원화 문제도 여기서 이야기될 수 있겠고 국립과 사립간의 역할분담, 사립의 재정지원 방법, 효율적인 대학운영을 위한 인센티브 같은 지배구조 측면 등이 지금 논의하는 현황과 문제점을 적절히 포괄한다고 생각됩니다.

姜榮哲 : 자율화시키고 재정지원을 하고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해서 한국에 경쟁력 있는 대학이 생길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반적 변화를 이끌 핵심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정부의 역량을 거기에 집중시켜야 할 것입니다. 즉, 방아쇠 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적 과제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李鍾瑞 :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배구조란 용어가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요즘은 교육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쓰고 있는가 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70년대의 교육체제가 사회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사회학적 논점의 비판을 비롯하여 지금도 기회균등, 교육의 복지 측면을 요구하는 시각과 교육본질 추구론자들이 많이 있음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또한 개별 대학의 상부구조도 중요하지만 대학내의 실제적인 운영시스템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司 會 : 먼저 세 가지 가운데 대학의 규제완화나 자율성 문제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李周浩 : 규제 개혁 가운데서도 정부 조직의 변화는 핵심적 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조직을 그대로 두고 역할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문제가 있습니다.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고는 해도, 교육부가 재정 지원도 하고 동시에 규제도 하다 보니 현장에 혼란이 생기거든요. 교육부가 독립된 대학위원회를 설치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司 會 : 대학 운영의 자율화를 크게 보자면 설립의 자율화, 정원의 자율화, 학사운영의 자율화 등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교육부에서는 어느 정도 진행되어 왔다고 보십니까?

李鍾瑞 :우선 설립자유화를 말씀드리면 법적 요건만 갖추면 자동으로 대학이 설립되도록 준칙주의를 도입, 1996년 이후 2000년까지 32개 대학이 설립되었습니다. 사실 대학을 줄일 시점에 자율화가 되었는데 전남같은 경우는 25%를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보니 준칙주의를 다시 강화하라는 요구가 있고 한편에서는 더욱 자율화하라는 모순된 요구가 있습니다.

朴釘洙 : 대학의 경계를 허무는 학습혁명이 필요합니다. 평생학습이나 인적자원계정(Human Resource Account)이라는 이야기를 하지요. 본인이 필요한 지식을 쌓아가면 되지 꼭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학교와 학원간에도 경쟁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되기위해, 대학설립 준칙주의, 말 그대로 형식적인 등록만 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하자는 논의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대학의 퇴출이 그렇게 자유롭지 못합니다. 준칙주의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퇴출이 자유로울 수 있는 메카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기업체에서도 대학을 직접 설립할 수 있고 대학에 대한 수요와 공급간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준칙주의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司 會 : 교육은 일반 기업과는 달라서 쉽게 퇴출 결정을 하지는 못할 텐데요? 준칙주의에 대해선 교육부에서 충분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교육의 본질과 연관시켜 봤을 때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李鍾瑞 : 대학을 자유롭게 설립하고 퇴출하는 것은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문제 대학에 대해 폐쇄 전단계 조치를 취했는데 지역사회에서 저항이 있었습니다. 대학 퇴출의 길을 열어준다면,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편입하도록 할 수 있지만 교수나 학교 시설 활용의 문제가 남습니다.

姜榮哲 :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퇴출플랜을 짜는 일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퇴출이 수월하도록 길을 터 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설립에 대한 규제는 없어야 합니다. 원하기만 하면 햄버거 대학, 제빵 대학도 만들 수 있고 다만 퇴출을 쉽게 하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朴釘洙 : 국가가 대학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대학이 자유롭게 설립되었을 때 질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복지차원에서 최소한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대학교육을 수행할 수 있겠는지, 인성교육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있어서 최소한의 규제와 관여 만큼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교육부가 아니라 대학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맡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司 會 : 두 분이 말씀하신 대학위원회의 성격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부기구입니까, 아니면 정부가 아닌 별개의 조직입니까?

朴釘洙 :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지난 7월에 임기를 만료하면서 정책보고서를 만들었는데 대학위원회의 설립이 가장 중요한 개선안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자문위원회가 아니고 결정권을 갖는 합의제 정부기구입니다. 대학정책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의 괴리를 책임지고 평가하여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李周浩 : 영국에 고등교육재정위원회(HEFC: Higher Education Funding Council)가 있는데, 기능상으로 보면 교육부의 재정지원기능을 규제기능과 분리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李鍾瑞 :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즉 정책의 독점에 대한 비판과 위원 임기의 장기화를 통한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하여 제안되었습니다만 위원회를 두었다고 해서 과연 정부가 정책 독점의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반면 정책의 일관성 유지 면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부를 부총리로 승격하면서 또 하나의 교육에 관한 정부조직을 신설한다는 것이 작은 정부를 추진하는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는 문제와 여러 유사한 기구들과의 중복성을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姜榮哲 : 저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에 반대합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데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은 없지 않습니까. 정책의 일관성 때문에 임기가 긴 위원을 둔 위원회를 만든다고 하셨는데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만 한다면 재정위원회라고 해야죠. 정책의 일관성 결여는 정부의 의사결정 메카니즘 탓이지 임기 길이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朴釘洙 : 저는 노동부나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와 따로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교육 정책은 집행기능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규제가 이제는 지원 및 평가로 패러다임 전환을 할 경우에는 고등교육지원국이란 곳에서 지원과 평가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죠. 노동부와 과기부를 그대로 두고 교육부를 부총리를 장으로 하는 부서로 전환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인적자원개발부가 된다면 노동부와 과기부와의 역할 중복을 적절히 통합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관급이든 차관급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고등교육지원국에서 교육부 장관 산하의 집행기구로써 현재처럼 대학교육 정책과 지원과 평가를 담당하는 것이 이제는 脫(탈)규제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장기간에 걸쳐 고민하고 정책을 짜고 평가하여 지원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司 會 : 대학위원회도 전문가들로 이루어져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고 상당한 기간 임기가 보장되고 상임위 성격을 띤다면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문제가 생길 겁니다.

朴釘洙 : 규제로부터 손을 떼는 계기를 만들지 않고 지금 현재 시스템 및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탈규제가 가능하겠는가 의문입니다. 저는 우선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스템에서 규제에 대한 지배구조(Governance)가 기능하지 않는다고 볼 때 개선방안의 도출이 필요한 것이죠.

姜榮哲 : 정답이 있는데도 이를 택하지 않고 우회하다 보니 편법적인 정책이 남발됩니다. 노동부등에 산재된 관련 업무를 흡수해서 인적자원개발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반발에 부딪쳐 우회하다 보니 교육부총리라는 편법이 나오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집행업무에서 손 떼고 정책업무만 한다면 대학위원회를 별도로 둘 필요가 있겠습니까.

李周浩 : 대학위원회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될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고등교육지원국도 이름을 바꿔가며 지원에만 집중하려 했지만 교육부 안에 있음으로 인해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점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과 평가 기능을 교육부의 규제와 정책집행 기능으로부터 분리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司 會 :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결론을 내렸으면 합니다. 다음은 대학정원 자율화와 학사운영 자율화 문제인데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보십니까?

李鍾瑞 : 수도권과 국립 대학을 빼고는 완전 자율화되고 있습니다. 지방 사립대 경우에는 교원이나 시설 등이 법적 기준의 60%만 충족하면 완전 자율화되고 있습니다. 학사 운영은 교육과정은 완전 자율화되었고, 다만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모집단위 광역화는 강제하고 있습니다.

司 會 : 교육부에서 하는 말대로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李周浩 : 자율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학기가 3월달에 시작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교육부의 보고를 위한 편의라고 할 수 있거든요.

李鍾瑞 : 대학의 학기에 관한 규정은 풀자는 의견이 있고 일부는 실제 허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과 학기를 일치시키는 데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거론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姜榮哲 : 정원 자율화에 있어서는 교육의 질과 관련되는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을 제외하고 모두 자율화시켜야 합니다. 규제를 푼다고 해도 허가제에서 신고제나 등록제로 바뀌는 식인데 정부에서 혁신적 발상을 하지 못한다면 정말 어렵습니다. 물론 핵심지표는 철저히 관리해야 겠습니다.

朴釘洙 : 그것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아예 정공법으로 가서 분야별로 수요자들에게 질적인 수준의 정도를 공개해버리면 될 것입니다. 전체 대학이 아니라 학문 분야별 평가를 해야 합니다.

司 會 : 자율화에는 평가와 책임 문제가 따르게 되는데, 안전장치로서의 평가제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李周浩 : 평가제도가 자율화와 보완이 되어야 하는데 상충되는 면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평가는 최종적인 결과인 교육과 연구에 대한 평가로 단순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교육부가 결과에 대해서만 아니라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세세한 과정에 대하여도 평가합니다. 이러다 보니까 대학 현장에서는 평가를 통하여 정부가 오히려 간섭을 강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대학들이 본교 출신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충원하는 소위 동족번식(inbreeding)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는 대학 평가항목에 본교 출신의 교수비율을 포함시켜 이를 낮추도록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자칫하면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일 수 있습니다. 사실 정부가 교수의 교육과 연구 업적에 대하여만 엄격히 평가하더라도, 개별 대학은 우수 교수의 유치를 위하여 노력하게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본교 출신을 중심으로 교수를 채용하는 관행은 개선될 것입니다.

李鍾瑞 : 기관과 학문분야에 대한 평가는 대학교육협의회에서 하고 있고, 의학?공학의 경우는 자율적으로 학문 분야별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교수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각 대학에서 하고, 교육부에서 평가하는 부분은 재정 지원용으로 교육개혁을 얼마나 추진하고 있느냐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개혁방향이 옳다면 이의 추진을 위해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리 실정에서는 대학교수들의 연구결과만 보고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대학원에 자기 학부생만 입학시키거나 교수 임용시 자기 대학 출신자만을 뽑거나 해도 연구실적만 좋으면 괜찮다는 주장은 우리 현실에서 맞지 않습니다.

司 會 : 평가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조건이 잘 충족되는 대학을 자율대학 제도로 실시해서 점차 확대하자고 하는데요...

朴釘洙 : 평가를 중요시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타당성 있는 평가인가,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이 부분에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중과 자원의 배분이 있어야 합니다. 평가지표는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언론사보다는 학회를 중심으로 한 평가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李鍾瑞 : 평가에 대한 불만 사항은 결과가 서열화되는 것과 평가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된다는 점인데 기관평가는 서열화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가능하면 각 학교의 장점이나 단점을 발견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 때문에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개혁의 초기단계에서는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 단계를 넘기면 각 대학의 교수들이 받은 연구비에 일정비율의 Over Head를 지원하는 식으로 재정지원을 단순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李周浩: 지배구조 문제가 중요합니다. 크게 국립과 사학을 나눌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사학에 대해 교회와 자동차딜러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으로는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사학은 기본적으로 'NPO(Non Profit Organization)’, 즉 非영리조직입니다. 非영리조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非분배조건이라는 것입니다. 비영리조직이라는 말을 영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그런 것은 아니고 이익이 있어도 되지만 그 이익을 재단이나 설립자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기본적인 非분배조건이 어겨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학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를 다 풀지 못하겠다는 것에도 사학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사회, 경제 부분에서 사학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학의 공공성, 투명성, 책무성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는 룰이 필요한 것입니다. 한편 국립대학의 경우, 국립대학이 마치 정부의 조직처럼 되어 있습니다. 국립대의 행정직원은 교육부에서 파견합니다. 그들은 사실 교육부 직원이기 때문에 총장이 완전히 통솔하기 어렵고, 따라서 국립대의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대학의 이런 중요한 문제들이 결국은 지배구조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司 會: 지배구조라는 표현이 경제학적인 용어 같아서 교육계에서는 거부반응이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그런 용어 표현보다도 우리나라 사학과 정부의 관계가 재벌과 정부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느냐, 또 그런 연혁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는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재미있는 시각으로 생각됩니다. 용어에 대한 저항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교육 개혁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 문제는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교육 개혁에 대한 자료를 대충 훑어보았는데 이런 점은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다루어지고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학의 설립 동기를 말살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학의 육성, 확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사학의 지배구조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못한다, 대신에 세부적인 것에 대해 규제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토론을 하도록 하죠.

朴釘洙: 지배구조(governance)이론이 新공공관리론과 관련해서 최근에 경제, 경영, 행정 쪽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 공공선택과 관련해서 권력이론을 토대로 성립된 이론이라고 보는데 사학을 접근하는데 있어서도 지금까지 이런 측면을 잘 보지 않았을 뿐더러 보았더라도 지배구조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 대해 전혀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학의 실질적인 운영에 대해 상당한 제약이 따랐는데 그것은 교수확보율과 법인전입금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 상당한 수준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투명하게 강요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규범이나 논리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반면에 실질적으로 드러나는 행태 하나하나에 대해 통제를 하는 방향으로 사학이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사학에 대해서 완전한 자율권을 주어야 합니다. 요구되는 항목에 대한 지표를 어느 수준 확보하고 있는 사학에 대해서 개별적인 규제를 하지 않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즉 의사결정을 하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사회의 의사결정과정 공개, 재정의 집행 과정의 공시, 자원 투자에 대한 검증, 이사회 개방 등이 그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司 會: 지배구조의 문제가 사학 문제의 핵심이라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姜榮哲: 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사학의 가장 큰 문제가 불투명한 운영입니다. 자유를 주되 거기에 따른 책임을 묻는 지배구조 개선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실행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司 會: 사학에 자유를 주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고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견해인데 이 점에 대해 교육부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李鍾瑞: 저희는 지배구조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의사결정구조라는 말을 씁니다. 그동안 정부가 국민의 높은 고등교육열을 수용하지 못하니까 사학 설립을 유도한 측면이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제약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1999년에는 사학 이사회의 구성 문제를 혁신적으로 바꾸자는 안을 제출했다가 국회에서 부결된 일도 있습니다. 사립학교의 의사결정 문제에 대해서는 이처럼 이해 집단들 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기 때문에 우선 국립대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司 會: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국립대부터 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사학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여러 제도를 통해 투명성과 책무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토의를 했으면 합니다.

李周浩: 사학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는 크게 자율성, 투명성, 책무성이라는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먼저 자율성 면에서 보자면, 법인 이사의 취임을 교육부가 승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규제는 완화되어야 합니다. 투명성의 경우, 이사회 결정 사항을 공시하고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무성을 어떻게 강화하느냐는 것입니다. 책무성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처럼 사학의 비중이 큰 경우가 없습니다. 대학생의 70%가 사학에 다니고 있는데 시장 경제의 대표인 미국의 경우 25%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학이 이렇게 커진 것은 개발기에 빠른 교육팽창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부족을 사학으로 하여금 보충하도록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학은 교육기관이고 공공성의 책무가 있는 기관이지만 그런 부분을 강조하다보면 설립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는 그런 부분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 대신에 사학의 운영과 교육의 세세한 과정에 대한 강한 규제로 질적 수준을 담보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 설립자들은 외국의 경우와는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시기의 특수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학 설립자들이 생각하는 사학의 모습과 실제 운영 양상이 선진국의 그것과는 다른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사학 개혁안이 사학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국회에서 개혁안이 거부된 것입니다.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대학을 개혁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제안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는데 그 첫째가 이사회의 개방입니다. 대학의 경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있습니다. 설립자, 교수, 학생, 지역사회 등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이사회를 개방해야 합니다. 상장회사보다 공공성을 더 많이 요구받는 비영리조직인 대학인데 상장회사의 社外(사외)이사에 버금가는 제도가 없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교육부에서는 공익이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로 대학 운영위원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 대학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서 주요 문제에 대해 심의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司 會: 책무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은 없을까요?

姜榮哲: 두 가지 방안이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구덩이도 만나고 산도 만나는 건데요... 지난번에 정부에서 이사회 개혁을 하려다 못하지 않았습니까? 사학 설립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면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대기업에서도 사외 이사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데 대학에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朴釘洙: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사회를 개방하는 것이 당장 어렵다면 대학운영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司 會: 설립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사회에 참여해야한다는 것인데 기업의 사외이사의 경우 기업이 스스로 선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만 들어와서 유명무실해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앞으로의 대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李鍾瑞: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사립학교를 설립하도록 정부에서 유도했다가 이제 와서 손을 떼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는 분들은 육영을 위해 재산을 내놓았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운영에 관여하지 말라 하는데 설립자 측에서 보면 어떤 교육 목표를 가지고 설립했으니 설립취지데로 운영되는지 영원히 지켜보아야겠다고 말씀하기도 합니다. 초, 중등학교의 경우 학교 운영위원회 운영을 사립까지 넓히고 권장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바꾸었는데 아직 잘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과 입법상의 문제를 감안해서 지금은 연구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朴釘洙: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던 사립학교들이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많이 구성했는데 대학의 경우도 대학운영위원회나 이사회 개방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그 실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李周浩: 법제화의 어려움이 있을 경우 유인책을 강구할 수 있는데 사학의 책무성과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연계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규제하고 볼 수도 있지만 지배구조의 문제의 경우에는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합니다.

朴釘洙 : 재정 지원만큼의 사학에 대한 정부의 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유인책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司 會: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한 것 같은데 더 중요한 것은 교육부의 의지라고 봅니다.

李鍾瑞: 사학 운영예산에 대한 국고지원이 3.9% 밖에 안됩니다. 그것을 가지고 지분을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초, 중등학교에서 그랬듯이 국립대의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키고 사립학교에 적합한 모델을 마련, 확산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司 會 : 그렇다면 국립대 문제를 이야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국립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李周浩: 지방 대학 평가를 해보았습니다만 국립대 교수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국립대의 경우는 지배구조가 통제 위주라는 것입니다. 행정직원을 교육부에서 파견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국립대는 정부의 부서가 아닙니다. 공기업 민영화 추세나 사회 민주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제도입니다. 또 하나 국립대를 책임운영기관화 하여야 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데 국립대학의 총장이 교육부 장관과 경영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사전 규제를 철폐하고 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만 사후에 체크하는 것입니다. 조직권, 인사권, 재정권, 등 모든 권한을 국립대에 넘기는 것입니다. 사실 이 안이 새교육공동체에서 발표되었습니다.

姜榮哲: 국립대에 대한 교육부 행정직 공무원 파견 문제에 있어서는 인사권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司 會: 그렇게 한다면 국립대학의 경우, 대학경영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어떻게 양성해야 합니까?

朴釘洙: 현재의 44개 국립 대학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대학 경영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하는 문제 그리고 대학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야 합니다. 국립대학도 이제는 다원화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도 획일적으로 파견하기보다는 대학에 대해 소속감을 지닐 수 있도록 선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 이론을 국립대학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 이사회 제도가 국립대에는 없습니다. 국립대학의 주인은 정부인데 그 운영은 이해당사자의 한 부분인 교수집단의 대표인 총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의사결정기구로는 이해당사자들이 공정한 비율로 참여하는 대학운영위원회, 그리고 집행기구로는 계약관계로 이루어지는 책임운영기관이 필요한 것입니다.

李鍾瑞: 국립대학 사무국 직원으로 교육부에서 공무원을 발령하는 것이 지금 논의되는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봅니다. 교육부 국장, 과장, 사무관이 국립대학과 인사교류를 하는데 과장, 사무관은 그 비율이 많지도 않고 과장급 이하의 보직은 총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무국장은 관리업무를 주로하고 예산편성 등 권한은 별로 없습니다. 대학 단위로 행정직 인사가 이루어 진다면 고인물과 같이 정체되고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며 인사를 운영할 만한 조직단위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대학 자율화를 시행할 때 설립자인 국가를 대신할 만한 의사결정체제를 어떻게 갖추느냐는 것이 더 핵심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현재 국립대의 의사결정권은 총장에게 있습니다. 총장은 대부분 교수들에 의해 직선제로 선출되므로 의사결정이 민주적인 것 같지만 한편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그래서 교수회의를 의결기구로 법제화시켜달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는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을 확보하기 위해 교직원, 동문회, 지역사회 인사 등이 참여하는 대학평의회를 만들어 심의와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안을 국립대학 발전계획에서 제안했는데 교수협의회에서는 자기들이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司 會: 대학 평의회 제도는 국립대나 사립대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 운영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李周浩: 이런 제도도 획일화된 모형보다는 대학마다 다양하게 시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기구가 있고 주립대학의 경우 이사회도 존재합니다.

司 會: 한 두 학교를 선정해서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는 방안은 없을까요?

李鍾瑞: 초, 중등학교의 운영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두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임운영기관화 문제의 경우 책임운영기관의 총장이 교육부 장관과 경영 계약을 한다면 결국 교육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고 보고 일부 교수들이 대학들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의 도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며 이 제도는 사실 대학에 자율권을 대폭 주려는 제도입니다.

李周浩: 자율화는 정책의 수단이지 목표는 아닙니다. 지배구조의 경우 정부가 룰을 설정하는 데에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朴釘洙: 사립대의 경우도 의사결정구조를 개방하자는 마당에 국립대의 의사결정을 교수들에게만 맡긴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성은 어떻게 담보합니까?

姜榮哲: 국립대가 44개나 되는데 지금의 국립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지 여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대학 행정직의 경우 경영능력이 부족하면 기업체의 인력을 활용해도 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대학 자체가 독립된 인사권을 갖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학 행정직에도 경쟁이 생기고 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대학의 운영위원회가 교수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정부는 돈을 준 만큼 그 대학이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할 책무가 있습니다. 국립대의 구조조정이 안 되는 게 학과간의 이기적인 경쟁 때문인데 정부는 돈을 낸 만큼 거기에 대해 관여할 권리도 있습니다. 정부는 국립대의 주주로서 학사일정 등의 세세한 문제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司 會: 교육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자리에서 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국립대의 도립화나 시립화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죠.

李周浩: 최근 경제 정책이 대학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경제부흥을 한 것도 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계가 각 지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산학연계가 각 지역마다 대학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혁신의 센터가 되려면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국립대가 획일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道立化(도립화), 市立化(시립화) 체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司 會: 우리나라 같은 국립대 체제를 가진 나라가 있습니까?

朴釘洙: 일본이 그렇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도립, 현립 대학이 더 많습니다. 프랑스는 사립대학교가 거의 없고 대부분의 대학이 국립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사정은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司 會: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이고 각 시도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李鍾瑞: 지방의 국립대들이 그 지역의 산업과 긴밀히 연계되지 못한 것이 국립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교육부도 지역 산업에 맞도록 대학 특성화에 지원을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을 도지사가 맡는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 문제가 해결되려면 지방자치제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지금의 자치 단체 수준에서 대학의 운영권을 지방 자치단체에 넘긴다고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 없다고 봅니다.

朴釘洙: 산업대까지 합하면 국립대는 51개인데 국가가 획일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온 것입니다. 즉 중앙정부로부터 전적인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문제가 절실한 과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의 모든 국립대를 도립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두 개 대학을 지정해서 먼저 시행해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안성산업대가 한경대로 바뀌었는데 이를 일반 국립대로 바꾸어달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재정 자립도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도립 대학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서울 시립대, 그리고 사립대를 시립화한 인천대 정도가 현재 있는데 이를 대 여섯개 학교로 늘리면 경쟁이 생길 것입니다. 현재 도립화, 시립화가 가능한 대학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합니다.

李鍾瑞: 도립화 해달라는 요구가 현재는 없는데 당분간 그런 요구는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일하게 교육대학이 없는 곳이 경기도인데 경기도에서 교육대학을 만들어야겠다고 요구를 해서 도립이면 가능하다고 하나 그렇게는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같은 세제에서는 지방에서 대학을 맡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립 전문대학이 많이 생겼는데 감당하기 힘드니 이제는 국가보고 가져가라고 합니다.

司 會: 그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李鍾瑞: 지금의 구조에서는 그런 논의가 어렵습니다.

司 會: 세제나 지방 자치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마지막으로 재정 지원 문제에 대해 말씀을 하도록 합시다.

李周浩: 대학의 재정 상황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지출이 GDP의 약 0.3%입니다. 초, 중등학교에 비하면 10분의 1입니다. 일본이 7분의 1이고 미국이 3분의 1인 것과 비교해도 공공지출의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미약한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학에 대한 의존이 강한데 사학은 학생들의 재정부담이 많습니다. 이런 사부담까지 모두 포함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이 GDP의 1.9%입니다. OECD 평균 1.6% 보다는 높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2.4%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대학이 국가 혁신과 산학 연계의 중심 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司 會: 결국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국가 재원 배분의 차원에서 본다면 어떻습니까?

姜榮哲: 개인적으로는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교육비가 5백여 만원이고 미국이 4천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교육세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을 쓰는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구조조정에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제일은행에 18조가 들어가고 있는데 그 돈이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된다면 그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司 會: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GNP의 5% 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좋은데 미처 사업구상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예산부터 배정한다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어쨌거나 교육에 대한 재정지출 비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로서는 바람직한 일이겠지요.

李鍾瑞: 좋은 교육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등교육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올해 교육 예산이 GDP의 4.17%였는데 내년에는 4.54%로 늘어납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바뀌어서 내국세의 11.8%를 주던 것이 13%로 늘어나고 교육세 세율을 인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초, 중등 교육에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대학 교육 예산은 올해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도 투자가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司 會: 그렇다면 교육 재정의 분배 구조에 대한 논의가 교육부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李鍾瑞: 지금으로서는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재정확보를 제도화 하는 것으로서 분배구조를 바꿀 수 없습니다.

朴釘洙: 학교교육에 대한 低신뢰가 低투자를 초래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투자 확충 없이는 고등 교육의 질 제고가 어렵다는 판단이 선 다면 고등 교육에 대한 투자의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기관에 대한 보조보다는 학생 및 개별 연구에 대한 보조를 늘려야 합니다.

司 會: 말하자면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에 대한 교육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姜榮哲: 문제는 어떻게 돈을 쓰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GNP로 세계 11위 아닙니까? 그런데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대학이 없습니다. 학비보조도 중요하지만 기관 자체를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司 會: 재정지원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국고, 재정에 대해 말하게 되는데 사실은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70% 이상인데 재정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데 재단이 설립될 때에는 상당 부분 재정 부담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설립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대학의 재정에 대해 재단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사회로부터도 기부를 받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李周浩: 그 점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버드 같은 미국의 대학들의 재정 확보 수단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부금입니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미국의 상위 10%의 대학들이 교육비의 20% 만을 등록금에 의존합니다. 미국 경제의 원동력이 좋은 대학들이고 그 대학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사실은 기부금입니다.

司 會: 세제로 보완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까? 그리고 기부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그런 부분을 뒷받침할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이 방면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李鍾瑞: 세제상의 문제는 많이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부 문제는 아직 그런 풍토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朴釘洙: 세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준조세의 문제라고 보아야 합니다. 세제 부분에서 기부 문화의 발목을 잡는 것들은 모두 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가 활발하지 못한 현상의 원인을 따져보자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말고도 부담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학 연계를 활성화시켜 대학에 대한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 늘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司 會: 기여 입학제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은데 이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李周浩: 기여 입학제가 지금까지 공론화되지 않은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대학의 신입생 선발 기준이 획일적이었습니다.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대체할 만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기부금 입학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선발 기준이 다양화되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학력사회의 구조입니다. 좋은 대학 나오면 좋은 회사를 가고 계속 승진할 수 있다는 관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능력사회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기여 입학제를 가로막은 두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바뀌고 있습니다. 필요성에 대해 말하자면, 대학 재정 확충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왔고 우리나라 현실 상 대학의 70% 이상이 사학인데 이 큰 규모의 사학 재정을 충원할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여 입학제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姜榮哲: 기본적으로 기여 입학제에 찬성합니다. 기여 입학제에 대한 반대 논리 중에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있는데 교육은 여론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예컨대 69% 찬성이고 31%가 반대라면 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그 반대의 의견도 수렴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선택의 권리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기여 입학제에 대한 국민 정서 논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여 입학제를 통해서 사학 재정에 숨통이 트인다면 기여 입학금의 일정 부분을 장학금으로 배분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면서 시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여 입학에 대한 기초적인 수요 조사가 되어 있는지, 기여 입학제를 도입해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되어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기여 입학제가 대학의 재정난을 해결하는 우선 순위의 방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대학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핀란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다음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강조해야 합니다. 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입니다. 기여 입학제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司 會: 기여 입학제의 도입이 사학 재정 문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겠다는 얘기로군요.

李周浩: 기부금 낸 사람들을 모두 입학시킨다면 대학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학 자율에 맡기더라도 과감하게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부금의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朴釘洙: 대학 재정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같은 입시 제도 하에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입생 선발 기준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司 會: 이 기여 입학제에 대한 교육부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李鍾瑞: 지금 상황에서는 정책의제로 거론할 수도 없습니다. 말이 기여 입학제이지 돈을 주고 입학기회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능력에 따른 교육 기회 확보라는 헌법 정신에 위배됩니다. 그리고 기여금의 규모에 따라 대학의 서열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결국 명문 대학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말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계층 간의 위화감 문제 등 국민 정서상으로도 이 제도는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돈을 가지고 기여도를 따져서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李周浩: 대학의 서열화 문제가 있는데 대학 시장의 특성상 서열화 문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상위 10%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20% 정도인데 하위 10%는 80%입니다. 좋은 대학에 기부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로 기여 입학제를 반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司 會: 사학 재정의 문제는 산학연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고 기부금 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준조세들이 없어지는 등 사회적인 여건이 먼저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기여금이 신입생 선발을 위한 여러 기준들 중의 하나로서 고려될 수도 있다는 선에서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李周浩: 미국의 경우는 고등교육에도 영리법인을 허용했습니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의 10% 에 이른다고 하는데 교육이 공익성이 강조되는 부분이지만 영리적인 측면도 같이 강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司 會: 이제 토론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토론의 목적에 비추어 교육에 관련된 각계에 전해야할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말씀씩 해주십시오.

李周浩: 95년부터 시작된 대학 개혁이 1단계 개혁이었다면, 이제는 2단계 개혁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즉 규제 완화의 문제만 아니라 대학위원회의 설치와 같이 더 근본적인 부분이나, 지배구조나 평가제도의 문제처럼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대학 재정 문제의 경우도 기부금의 역할 등에 대하여 더 폭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朴釘洙: 획일화가 개발년대 이래 지금까지의 양적인 팽창 과정의 산물이었고 이제는 질적인 다원화와 그것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이루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국립대학부터 변해야 하고 사립대의 경우도 다양한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철저한 규제완화와 함께 재정지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姜榮哲: 교육의 실패를 정부 정책의 실패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교육이라는 시스템 안에서는 정부가 물론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대학 운영자나 교수, 학부모, 언론 등도 역할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패의 화살은 모두 정부 쪽으로만 돌려집니다. 교육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특히 언론은 교육을 사회부에서 취급하는데 교육은 계층 간의 위화감이라는 사회적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은 경제 문제입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나온 책을 읽어보니까 교육에 대한 핵심적인 공헌자가 누구냐, 하면 처음에는 교회였고 다음에는 정부였고 그 다음에는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李鍾瑞: 대학의 다양화, 특성화, 경쟁시스템 도입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먼저 대학 자율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대학 자율화는 정책 선택의 문제였는데 이제는 대학에 맡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율의 제도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한편 대학도 대학 내부의 운영 시스템을 이에 맞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또 자율화 이후에도 책임은 정부에 묻는 사회적인 압력이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 각 부처나 기업도 대학의 연구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사회에 맞는 투자를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司 會: 다른 주제에 비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 같은데 그것은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장시간 토론에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