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7년 6월 22일


이제는 ‘기업가 정신’이다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중소기업 문제라는 데 이의를 갖는 사람은 없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도 없었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와 결과적으로 우리는 중소기업정책과 지원 측면에서 가장 완비(完備)된 제도를 가진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소기업의 문제는 여전한 미해결의 과제다.
우리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거나 축소되는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배경과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정확한 인식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이 전제가 적절하다면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출발이 되는 중소기업문제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식을 우리 사회가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중소기업 문제의 본질은 우리 중소기업 대부분이 경쟁력의 문제에 구조적으로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본질이 이렇다면 문제의 해결방향도 자명(自明)하다.
첫째는 경쟁력을 배양(培養)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고 다음은 중소기업인 스스로의 정신과 능력의 배양이다.
전자는 바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의 영역이며 후자는 우리 중소기업가들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문제다.

중소기업문제가 진정한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두 분야 모두에 있어 우리 사회가 중요한 인식의 오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정부가 중소기업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정부는 스스로 가진 직접적인 지원과 보호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은 경쟁적 구조에서만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가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바람직하고 가능한 시장적 접근방법에 대한 모색은 배제되거나 소홀히 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정책이 갖는 문제점의 핵심이다.

다음은 중소기업인들 스스로가 갖추어야 할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 중소기업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에 있어서는 기업가정신이 중소기업 문제의 핵심적 논의 주제로 자리 잡고 있고 이를 배양하고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소기업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의 중심에 있다.
필자가 최근 다녀 온 ‘국제중소기업협의회(ICSB)’의 연차 총회를 매년 관통하는 기본적인 논의 주제도 바로 이 ‘기업가 정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의 문제의 해결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이 갖는 의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고려가 근본적으로 부족하다.
더욱이 과거와 다른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필요한 기업가 정신으로 보다 심화, 발전돼 가야 할 필요성과 그 방향에 대한 인식은 크게 미흡하다고 본다.

가열되는 경쟁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어느 것도 우리 중소기업인들의 능력과 기업가 정신의 배양이 그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의 주 대상을 ‘기업 또는 산업’으로부터 ‘기업인 또는 기업가 정신’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전체가 기업가 정신에 가치를 두는 분위기로 탈바꿈되고 전 사회가 ‘기업가 정신의 학습장’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가정신의 체계적 배양을 위해 특별한 교육시스템에 대한 구상도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문제 인식을 정부와 기업인들을 비롯한 온 사회가 공유해야만 성취 가능한 일이다.

늦어도 10년 이내에 세계 일류의 ‘기업가형 국가(entrepreneurial state)’의 실현 여부에 한국경제와 우리 중소기업의 장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