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7년 2월 1일


성장률 공약의 虛實


『저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향후 10년간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7%로 유지되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을 핵심 경제 공약(公約)으로 제시 한 바 있습니다.
원래는 5% 정도의 안정 성장이 바람직하고 또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경제전문가들과의 토의 결과 제가 집권하면 이보다 적어도 2% 정도는 더 높은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이회창 후보가 6% 성장 공약을 했기 때문에 7%로 올려 공약을 내놓게 됐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런데 경제를 운영해 보니 취임 첫 해에는 매우 어려웠지만 둘째 해부터는 대부분의 지표들이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고 어느 정도 자신도 생겨 나머지 임기 동안 7%는 몰라도 6% 이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이와 같은 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역시 경제는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잘 될 것 같던 경제가 고유가, 환율 등 제가 어찌 할 수 없는 대외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북한 핵 문제 등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나 그렇게도 간곡하게 요청해도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고 전(前) 정부 시절 야기된 카드채 등 가계부채의 누적에서 오는 영향 등으로 소비의 회복도 기대같이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은 주로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로 고착돼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은 저의 임기 첫 해인 2003년의 3.1%를 시작으로 그 이후 4.7%, 4.0%, 5.0%와 금년도 정부목표 4.5% 수준이 달성 된다고 하더라도 제 임기 중 평균 4.3%에 그칠 것 같습니다.

저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 대한 인식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의 경제성장률은 한 국민경제에 속한 수많은 경제 주체들이 한 해 동안 행한 다양한 경제활동에 대한 종합 성적표입니다.
문제는 이 성적을 매기는 주체가 대통령이 아니고 시장이란 데 있습니다.
이 시장의 인식이 대통령의 인식과 같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성숙한 시장경제를 향해 갈수록 대통령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나 시장에 간여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저는 경제운영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이러한 시장과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저는 결국 높은 경제성장률은 경제가 질적,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 시스템이 정비(整備)되면 얻어지는 결과물이지 대통령이 목표로 설정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대상도 아니고 더욱이 공약으로서 국민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차기 주자들이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 환경에 대한 적절한 인식을 가지고 우리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 않고 외형적으로 높은 양적 성장을 추구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약하는 한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이 분들이 저의 경험에서 유익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저와 제가 이끈 정부의 경제 정책의 진정한 공과(功過)가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정당하게 역사에 의해 평가받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상은 최근에 행해진 노 대통령의 신 년 특별연설 중 경제성장률에 관한 부분을 들으면서 필자가 가상해 본 이 부분의 바람직한 대통령의 메시지다.
만약 이런 유(類)의 메시지가 나왔더라면 국민경제와 차기 주자들에게 참으로 유익한 교훈과 충고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