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7년 1월 19일


오페라 원가는 공개 안 하나?


세계적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그 유명세에 걸맞게 티켓 구하기 힘든 것으로도 명성이 높다. 자연히 암표(暗票)가 성행하며 그 가격도 높고 다양하다.

이런 현상의 절정이 2005년도 페스티벌 중 현대적 감각으로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연출된 <라 트라비아트>공연 때 있었다고 한다. 최근 드림커플로 불리는 인기 절정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레브코」와 테너 「롤란드 빌라죤」이 주연한 이 오페라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음악 애호가들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뛰어 오른 암표를 구하는 데 혈안이었다.
심지어 백지 수표가 등장하는가 하면 캐리비안 해의 2주간 크루즈 여행 가격까지 제안됐다는 후문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일하기 좋아하는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우선 암표상 단속에 나서고 암표 신고센터가 설치될 것이다. 이어서 공연 티켓 가격 수준과 가격 결정 시스템 전반을 정부가 심사하고 종국에는 티켓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그 원가의 공개를 강제하는 식으로 문제해결의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잘츠부르크의 경우 오히려 암표를 파는 상점 중에는 시 당국에 신고하고 정식으로 세금까지 내는 경우도 있어 거의 합법화 수준까지 가 있는 모양이니 문제해결의 방식은 우리 생각과 전연 다르다.
오스트리아 정부나 잘츠부르크 시 당국이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같이 부지런하고, 내ㆍ외국인의 문화생활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해 주겠다는 열의를 가진 일 좋아하는 정부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 보다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그런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들이 이런 식(式)의 시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축제인 이 페스티벌을 위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랬더라면 아마도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높은 수준의 연주가 선보이는 그런 축제로서의 이 페스티벌의 세계적 명성은 결코 지금같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비슷한 가격의, 그렇고 그런 수준의 작품들이 대종(大宗)을 이루는 평범한 축제로 전락했을 것이다.
한편 암표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공연이 있으면 위험부담을 감안해서 더 높은 가격으로 더 극성스럽게 암표가 횡행(橫行)할 것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설사 그 것이 일견 터무니없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의 가격을 즐거이 지불하겠다는 수요자가 존재하는 한 이를 바로 내리게 할 방법은 없다.
이 경우 그 가격의 적정 여부, 특히 원가보다 얼마나 높은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문제의 해결은 이런 높은 가격이 비슷한 또는 그보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공급을 불러 오는 경우, 즉 시장의 가격기능이 작동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간 이 페스티벌을 비롯한 그 유명한 유럽의 음악축제 시장은 이런 시장 기능이 충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의 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오는 9월부터 도입된다.
시장과 기업의 본질, 수요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원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장적 접근논리는 개혁의 명분을 앞세운 정치권의 주장에 결국 압도되고 말았다.
민간아파트 분양시장이라고 해서 이런 시장원리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의 축소와 가격상승, 공급되는 아파트의 획일화와 하향 평준화, 기존의 고급 아파트 가격의 추가적 상승, 기업의욕의 감퇴 등 돌이킬 수 없는 국민경제적 비능률과 낭비가 불 보듯 하다.
우리나라가 과연 시장경제를 할 수 있는 나라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지 않는 어떤 경제개혁 논리도 시장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나오거나 아니면 정치논리의 변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