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6년 11월 17일


無爲而 無不爲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부동산 문제, 이에 대처하느라고 진흙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점점 더 빠져 가는 정부를 보면서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 정부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무위이 무불위 (無爲而 無不爲 : 하는 것이 없기에 아니 하는 것이 없다).’
역설과 같이 들리는 도가(道家) 사상의 기본이 되는 이 말이 갖는 심오한 진리를 깊이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대체로 ‘의도적으로나 인위적으로 행하는 법이 없고 무엇을 하기 위하여 애쓰지도 않지만 스스로 그러하게, 그러면서도 법칙에 맞게 운행하여 천지만물을 생성 시킨다’는 의미라고 한다.
흔히 서양의 경제이론으로 이해되는 시장경제사상과 동양 고유의 이 사상 간에 존재하는 깊은 관련성에 필자는 주목한다.

시장에 대한 정부 역할의 적절한 설정 없이 시장경제는 될 수 없다.
그래서 시장경제체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영원한 핵심문제다.
시장경제를 진정으로 하는 나라라면 그 정부는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무엇을 하지 말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물건 값이 싼 것은 장차 비싸질 징조이며, 값이 비싼 것은 싸질 징조이다”
중국의 한 나라 무제 때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중 「화식열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시장에서의 가격결정 원리, 배후에 있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관한 기술이다.
사마천은 시장이나 시장경제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쓴 적 없지만 이 구절을 포함한 반 페이지도 못되는 짧은 글을 통해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하는 동시에 이런 모습의 경제의 흐름과 운영이 도(道) 즉 바른 길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경제의 흐름 그리고 시장의 원리에 따른 경제 운영의 중요성이다.
그러나 사마천이 2100년 전에 이미 설파(說破)한 바 있는 바른 길로서의 시장의 운영원리, 너무도 당연한 수요공급의 법칙이 오늘날 국가지도자들, 관ㆍ민 이코노미스트들에 의해서는 오히려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끊임없는 대책 수립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가 계속 악화돼 가는 원인은 정부가 대책을 세우기에 앞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노력이 시장에서 시장의 힘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려는 방향과 괴리(乖離)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사마천이 갈파한 것 같이 부동산 가격이 싸면 조만간 비싸질 징조이고 비싸면 언젠가 싸질 징조이며 이 징조대로 시장은 움직일 것이다.
물론 시장을 이 원리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는 장애 요인이 있다. 소위 ‘시장의 결함’이다. 정부는 이를 정확히 집어내어 이를 제거하거나 교정해주는 데에 역할의 기본을 둬야 한다.
부동산에 관한 한 시장이 수급원리에 따라 움직이기에 원천적 제약이 있는 장애는 택지의 공급뿐이다.
이 장애의 제거에만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나머지 문제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긴다면 장담컨대 이 시장의 힘은 정부의 어떤 대책보다 효율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어 갈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장에 대한 신뢰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기다리는 인내다.

바람직한 부동산시장, 그리고 이 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그림을 도가의 사상에 따라 그려 보면 ‘인위적인 부동산대책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을 이용하여 해결하지 않는 것이 없다’가 될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시장기능에 의한 해결 방향과 바람직한 정부 역할 바로 그 것이다.

이 길(道)을 두고 왜 자꾸 딴 길로 가려고 하는지?
부동산이 문제가 아니고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