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플러스 06년 10월호 22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6년 9월 26일


정치와 경제의 컨버전스


한 나라의 경제의 흐름의 변화는 정치지도자의 역할과 역량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비교적 최근에만 해도 ‘레이거노믹스’로 90년대 미국 호황의 발판을 마련한 레이건 대통령, 2류 국가로의 추락 직전의 영국을 소위 ‘영국병’에서 건져 유럽에서 가장 빠르고 균형적인 성장을 하는 나라로 되돌려 놓은 대처 수상,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지만 오랫동안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 경제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수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의외에도 이들 역사에 남을 만한 경제적 업적을 남긴 정치지도자들에게서 대단한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이와 관련된 경력을 찾을 수 없다.
이 들은 경제의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을 마련하느라고 경제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들은 경제가 되기 위한 핵심적 요소에 대해 분명한 인식이 있었고 이의 해결을 위해 그 들이 해야 할 역할 즉 정치적 리더십의 발휘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 리더십은 대부분 경제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그러나 매우 어려운 제도적 개혁 과제에 부닥쳤을 때 이를 회피하거나 미루지 않고 정면 대응하여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휘되었다.
대처나 메르켈 모두 만난을 무릅쓰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레이건은 감세와 정부규제의 축소를 통해 기업의 활력을 불러 일으켜 시들어가던 자국 경제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나머지는 경제전문가들의 몫이었다.
바람직한 ‘정치와 경제의 컨버전스’라고 할 만 하다.

사실 경제이론은 정치의 뒷받침이 있어야 실천적 학문으로서의 설 땅을 찾게 된다. 20세기 이전에는 경제학은 이름조차가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경제이론이나 경제정책이 갖는 딜레마는 이의 실천성을 보장하고 현실세계와의 연결 고리인 정치가 경제와 점점 더 이완돼 가는 데 있다.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문제가 해결 되지 않고 점점 쌓여 가고 있는 것은 경제이론이 부족하거나 경제전문가가 없어서가 아니고 예외 없이 마지막 부닥치는 ‘정치의 벽’ 때문이다.
무책임하고 소신 없는 김 대중 정권이 현 정부에 떠넘겨 5년이나 미뤄 왔고 또 다시 3년 유예가 논의되고 있는 노사관계 개혁과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 시대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리더십은 무수한 가정과 전제가 필요한 2-30년 후의 장밋빛 나라 모습을 그리는 일 같은 것이 아니다. 진정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시점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현안 과제를 회피하거나 미루지 않고 해결하는 정치적 결단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사관계의 개혁, 한ㆍ미 FTA의 완결은 대표적으로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할 과제다.
이 것만 돼도 우리 경제의 큰 흐름은 바뀔 것이다. 또 이 정부의 그간의 경제적 허물, 그리고 이에 대한 비난도 대체로 덮어질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정치적 역할은 젖혀 둔 채 경제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기업들에게 투자를 촉구하고 있는 정치인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우리가 기업을 한다면 지금 같은 정치, 안보 환경 하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를 하겠는가?”

「정치와 경제의 컨버전스는 불가능한가?」
이 시대 한국경제가 답을 찾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