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6년 7월 21일


경제 잠재력은 예측 아닌 선택의 대상



신임 경제부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장래에 대한 예측, 경제 성장을 추가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 등을 놓고 경제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벌어진 그간의 논란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과 추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발전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데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어느 방법이건 다 일정한 가정과 전제 하에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경제의 현재나 장래의 성장 잠재력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고 본질적으로 계량적 예측의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유수한 관ㆍ민 연구기관, 중앙은행, 우수한 경제학자들의 탁월한 분석기능도 경제의 예측에 관한 한 도무지 신뢰할 바가 못 된다.
이들의 예측능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갖는 높은 가변적 속성, 우리의 예측이나 영향 밖에 있는 대외경제 환경에 대한 높은 의존성, 경제외적 변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절대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어떤 방법에 의해 추정되었건 잠재 성장률도 예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 정확성에 큰 기대를 하거나 그 유용성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가치가 없다.

굳이 잠재성장률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경제가 저성장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999년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추이는 2000년 상반기에 정점에 이른 이후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추세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OECD의 ‘2005년 한국경제 보고서’나 금년 5월 스위스의 IMD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크게 추락한 것으로 평가한 것은 우리경제가 직면한 저(低)성장 위기에 대한 외부의 진단이다.

문제는 경제의 구조다.
우리경제와 같이 구조적으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제도 없을 것이다.
IT, BT, NT 등 신 융합기술 분야의 강점, 한류(韓流)열풍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서비스 부문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 꺼질 줄 모르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 등은 밝은 면이다. 한국경제의 기술ㆍ지식 경쟁력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농업부문, 소상공인, 자영업자등 대부분의 서비스업을 포괄하는 웅대한 저 생산부문의 온존(溫存), 이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적 성과의 격차,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 추세 등 어두운 면도 이에 못지않다. 도무지 되 살아 날 줄 모르는 저조한 기업의 투자의욕이 문제의 핵심에 있다.

우리 경제의 앞길에 구조적으로 밝은 면이 보다 부각되고 어두운 면이 잘 극복된다면 계산된 잠재성장률을 크게 뛰어 넘는 추가적인 잠재력의 발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반대 경우도 항상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차피 숫자놀음에 불과한 잠재성장률에 얽매어 우리경제의 추가적인 성장가능성을 찾는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의 추가적인 투입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 노력은 우리 경제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경제의 구조적 왜곡을 가져와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적 접근만이 문제 해결의 길이라고 본다.
물 흐르는 것 과 같은 유연한 경제,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분명한 경제, ‘우리 식(式)’이 아닌 ‘세계 식’으로 운용되는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자발적 투자를 유인하는 방법 이외에 경제의 잠재력을 높일 길은 없다.
이러한 경제운용 방향과 이에 대한 국내외 시장의 호의적인 평가가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는 경제의 모습은 계량적인 예측 범위를 크게 뛰어 넘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력은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에 대한 선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