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6년 5월 19일


경쟁력은 ‘경쟁적 구조’서 나온다
(원제; 競爭力은 오로지「競爭的 構造」에서)



지난 10일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국가경쟁력 보고서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전년 보다 9계단이나 낮은 38위로 발표함으로써 우리경제의 경쟁력의 실상과 추락 원인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각각 12단계, 10단계나 순위가 오른 중국, 인도와 대비되니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예상대로 정부는 금번 조사결과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과의 인정에 인색하다.
하기야 일국의 경쟁력 수준을 계량적으로 그 것도 순위를 매기는 것이 가능 한가, 그 것이 일 년 만에 어떤 방향이던 그렇게 큰 단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기본적인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력 순위의 등락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희비(喜悲)가 교차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경쟁력 수준에 대한 발표가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은 경쟁력의 대체적인 수준과 움직임의 방향, 그리고 변동을 초래하는 중요 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특히 경쟁대상국과의 비교는 우리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발표와 관련해서 진정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은 등락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력 하락의 요인이다.
금번 IMD의 보고서가 그 요인으로 제시하는 정부와 기업의 비효율성 즉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 발전해 갈 수 있는 법과 제도 기업관련 정책 등 기업 환경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특히 IMD의 조사방법이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갖는 의견을 취합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생산 활동의 주체인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산 활동의 기반이 될 정부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제도 등 경제 구조와 기업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는 기업 활동과 생산수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경쟁력으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 내용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 」라는 명제다.
경쟁적 구조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기업 활동과 관련되는 정부의 역할, 기능, 법과 제도이며 비경쟁적 구조 하에서는 기업이 효율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될 유인을 발견할 수 없다.
우리경제가 그간 이룩한 대단한 성과 그리고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내외에서 경쟁력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이 명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인식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지금 일본 내에서는 정부, 중앙은행, 기업, 언론 등 대부분 현재의 경제상황과 전망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그러나 저명한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綺雄)교수 등 일본경제를 구조적 시각에서 보는 인사들은 「일본 경제가 전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겪고도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의 개선이나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모색 등 구조적 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2차 대전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일본식 경제시스템인 ‘40년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경기 상승은 중국 특수에 기인한 경기적 현상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엄청난 인식의 차이다.

어떤 인식이 일본경제의 장래에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구조적 관점에서 제기하는 이들의 위기의식은 매우 적절하다고 보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발표가 한국경제도 같은 성격의 구조적 위기 즉 ‘경쟁력의 위기’, 한편으로 ‘시스템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認識이 문제해결의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