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6년 4월 21일


경기 낙관론의 함정
(원제; 내년 이후가 문제다)



KDI가 최근 발표한 금년도 경제전망은 일부 논쟁의 여지를 안고 있다.
우선 작년 말 발표한 당초 전망보다 높은 5.3% 수준의 성장전망은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연구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민간 연구기관들의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시장의 느낌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한편 정부당국은 금번 전망에서 동 연구원이 아마도 진정 주고자 하는「현재의 경기 확장국면이 올해를 넘어서 장기화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우려스런 메세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재경부는 「최근의 경기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된 회복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하락세로 돌아 설 가능성은 낮다」고 낙관적으로 판단하면서 소위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2003년 8월 8일 자 본란 ‘경제예측 무용론’을 통해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 경제예측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경기의 단기적 예측결과의 호ㆍ불호에 일희일비하거나 정부가 연구기관들의 경제전망에 예측 이상의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생각이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 그리고 이에 뒷받침된 경제의 전반적 모습이 어떤 추세 선을 그리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내년 이후의 우리 경제의 예상되는 모습에 대한 균형 있는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위기 수습이후 겨우 5년 남짓한 기간에 우리 경제는 이미 각각 두 번에 걸친 경기의 상승과 하강을 거듭했고 2003년 이후에는 더블 딥 현상으로 경기의 단기적 부침이 거듭되어 왔지만 이런 순환적 현상에 관계없이 우리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추세가 2000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향 선을 그려오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금년 상반기에 걸친 경기의 확장국면도 이 추세 선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측의 한계를 인정하는 전제하에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보거나 주요국 정부의 통화 신용, 재정 등 정책의 중립기조로의 전환 추세 등을 종합해서 보면 내년도 세계경제는 금년을 고비로 그동안의 확장기조에서 경기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마도 금년도 1/4분기에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 경기가 그 확장 기조를 지속해 갈 구조적 요인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간 우리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경기가 국내 투자, 고용, 소득,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고리가 단절된 상태에서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가 우리 수출경쟁력에 극히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금년보다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과 인식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가 끊임없이 낙관적인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려는 접근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경제가 그 운영의 틀을 시장원리를 기본으로 철저히 재정비하고 이렇게 하여 이루어지는 경쟁구조를 바탕으로 경쟁력의 원천을 보강하면서 한편으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절히 수용함으로써 세계경제와의 통합에 빠른 시간 안에 성공을 거두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매우 어두울 수도 있다는 적절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를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정부는 많은 경제ㆍ사회 현안들을 이런 관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한ㆍ미 FT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 전망의 적정여부나 호ㆍ불호에 대한 논쟁, 그리고 경기호전에 대한 낙관적 기대보다는 내년 이후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을 좌우할 조건에 대해 적절한 문제의식을 가다듬고 이런 방향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