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6년 2월 17일


'韓美 FTA' 일본서 배운다


「한ㆍ미 FTA」는 오래 전의 「미ㆍ일 구조조정 협의」를 생각하게 한다.
1989년 개시되고 이듬해 최종보고서가 채택된 이 협의는 외형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이 양국간의 무역과 국제수지조정 상 상대방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장애요소들을 지적하고 서로 고쳐 가기로 협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초점은 일본 측의 문제였으며 일본의 경제정책 및 제도의 시장경제화, 개방화와 일본 특유의 기업 관행의 대폭적인 개선이 주요과제였다.
일본 내부에서 미국의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이 컸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 협의가 당시 일본경제가 안고 있던 본질적 문제점인 전근대적인 일본식 경제시스템을 청산하고 요즈음 식 표현으로 하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함으로서 세계경제와 통합을 이루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이 협의 이전에도 일본경제의 근대화 내지 개혁 과정 중 중요한 것들은 일본 스스로의 자각과 의지가 동인이 된 것이 아니고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인들은 이런 외압(外壓)이 밀려올 때 마다 대체로 수용하고 소화시키는 방향에서 이를 극복함으로써 나라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 지혜를 보였다.
1854년 페리제독이 이끄는 흑선의 압력에 따른 문호개방을 시작으로 2차대전 이후 맥아더 정부에 의한 개혁, 80년대 1,2차 석유파동에 따른 에너지 절약형 경제구조로의 이행, 1985년 플라자 합의 결과 초래된「엔고」에 따른 경제의 전면적 구조조정과정 등 어느 것도 이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본인들의 지혜는 이 협의 결과의 실천 과정에서는 거의 발휘되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되는 문명사적 세계 경제패러다임의 전환기에 경제 시스템을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이런 상황에서 배태되고 있었다.

한ㆍ미 FTA 협상 과정에서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세계경제와 조화되지 않는 우리 식 경제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초점은 농업과 서비스 부문 특히 서비스 부문에 집중될 것이며 이 부문에 있어서 정부 기능, 그리고 정부와 시장과의 관계를 새로이 설정하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 될 것이다.
우리 경제에 있어서 웅대한 저 생산성 부문의 실체를 이루고 있는 서비스 부문으로서는 위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문의 획기적인 구조조정 없이 한국경제의 희망출구가 찾아 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은 물론 당면한 일자리 창출, 나아가 양극화의 해소도 어쩌면 이 부문의 구조조정의 성공 없이 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기에 따라서는 한ㆍ미 FTA는 우리 스스로의 자각과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구조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로부터의 유효한 충격이 될 것이다.
일본의 예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이다.

플러스로 나온 협정 결과의 추정 손익계산서는이 협정의 성패를 가름할 국민설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협정의 본질은 상호 시장의 추가 개방에 따른 이해득실의 계산에 있지 않다. 또 국민설득도 이런 식 설명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이 협정이 가져 올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의 불가피성과 변화가 초래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의 향상 가능성, 그리고 이 과정을 감내해 갈 수 있는 우리 경제의 체질에 대해 주목하고 이에 대한 인식과 믿음을 국가사회의 지도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유하여야만 이 협정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선진국 줄에 분명하게 서야한다.’
한ㆍ미 FTA는 우리가 이 줄에 분명하게 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