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월 14일자, A3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5년 10월 14일


‘시장으로 돌아가라’는 OECD 권고


한국도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다.
일본 경제가 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요즘에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대세인 것 같지만 작년 초 이후 만해도 경기 상황에 따라 수차례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려 왔다.
최근 방한한 한 일본 경제연구소장이 일본경제가 희생 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 비결이 정부가 기업에 관여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사실 일본 경제가 과연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느냐 여부 보다 왜 장기침체에 빠졌으며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설명은 이에 대한 본질적 조건의 하나 즉 시장 내지 기업에 대한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을 말하는 것으로서 과거에는 일본 정부나 관변 경제전문가로부터는 들어보기 힘든 것이었다.

최근 OECD가 ‘2005년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경제성장 실적이나 한국경제가 가진 잠재력에 대한 평가해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에 대해 강한 회의를 표시하고 있어 그간 계속돼 온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향의 논란은 별 의미가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본다.
우선 일본 경제의 전망이나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장ㆍ단기 전망에 대해서도 국내ㆍ외 연구소나 경제전문가 또는 정부의 경제 예측치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맞아 본 적이 없다. 이 점에서는 OECD도 예외일 수 없다.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한국경제의 장래를 좌우할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사실 이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성장전망 자체보다는 거시정책분야를 비롯한 5개 부문 25개 과제에 걸쳐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과 권고를 제시하는 데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
제시된 수많은 정책권고 들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들 권고의 대부분이 매우 의미 있는 것들이지만 사실은 그 어느 것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이다.
외환시장 개입 자제, 시장과 괴리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우려,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 운용과 종합투자계획에 대한 경계, 균형재정 달성의 중요성, 신규기업 특히 서비스 부문의 진입장벽의 완화와 퇴출 메카니즘의 개선,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을 통한 대학의 구조조정과 외국교육기관의 진입 확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의 유연성 제고,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단계적 폐지와 기업 경영권 시장의 대내외 개방 등이 핵심 권고 내용들이다. 그 어느 것도 우리사회 내부에서 일찍이 제기되고 논의되지 않은 것이 없다. 해결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다양한 내용을 가진 이 권고들을 일관하고 있는 흐름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시장기능에 의해 해결되어져 할 문제임을 지적하고 그렇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 보고서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 모든 권고는 결국 그 배후에 있거나 있을 수 있는 ‘정부의 실패’를 지적하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은 자명하다. 경기의 흐름이나 전망의 호ㆍ불호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 이에 대한 인식 그리고 해결방향의 모색이 시장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의 전철이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경제가 저성장 위기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시장으로 돌아가라’는 권고를 담은 OECD의 금번 보고서는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