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9월 23일자, 23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5년 9월 23일


글로벌 중소기업을 꿈꾸며


최근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우리 중소기업의 문제는 한국경제의 문제이며 중소기업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경제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현재 중소기업들이 직면해 있는 여러 문제들, 예컨대 판로의 한계, 금융조달의 어려움, 대기업과의 문제, 환율ㆍ유가 등 대외변수에 대한 적응능력, 인력 확보상의 애로 등 모든 문제는 본질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대외여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및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이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성장원천(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범용기술에 의존한 주력상품 생산 및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수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기술통계에 따르면, 세계최초 개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8.8%에 불과하고, 국내 및 신흥공업국에 보편화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43.3%로 나타났다. 또한 보유제품기술은 제품의 생명주기상 도입기 제품기술이 12.1%, 성장기 39.2%, 성숙기 36.3%, 쇠퇴기 12.5%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개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 중소기업들은 차별화된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시장 진출은 어렵게 되고 내수시장에 집중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내수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해 오던 여러 제도들을 정비한 결과, 내수시장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로 인해 과당경쟁이 발생하여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율이 IMF경제위기 이전에는 6%대를 기록하였으나 2003년에는 4.6%로 하락하였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과 투자부진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최악의 경영난에 내몰리게 되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지금처럼 내수시장에 머물러서는 희망이 없다.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제경쟁에 더 많이 노출되어서 야성을 키워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중소기업들 중에는 일찍이 세계시장을 겨냥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글로벌 중소기업들이 많다. 글로벌 중소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른바 블록버스터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세계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들은 아직은 이러한 글로벌 중소기업들이 소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은 부품ㆍ소재산업 등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싱가포르 역시 2010년까지 자국 중소기업의 1/15을 대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소기업 육성 10개년 계획(SME 21)’을 추진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도 글로벌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07년까지 3만개의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 중소기업들이 기술역량이나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3만개 혁신형 중소기업 중에서 약 10%는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중소기업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생산 혹은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이 보유해야 하며,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제품생산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와 기업내 모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열린 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 우물을 파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는 용기, 기업가 정신이 결합되어야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글로벌 중소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불굴의 기업가정신의 회복이 우리 중소기업의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