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 801호, 8월 23일자 74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5년 8월 17일


서비스업, 한국경제 '희망출구'로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점포설립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기업의 활동 시간과 공간을 제한하고 발을 묶어도 국내 서비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입법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도대로 영세 중소 서비스업의 생존이 보장될까?

대체로 선진국은 국민소득과 고용의 서비스산업 의존도가 이미 70% 수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는 거의 모두 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예상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서비스 산업이 고용의 65%를, 국민소득의 55% 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지난 5월 OECD 각료회의가 채택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이태리· 스페인·폴란드와 함께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미흡한 국가로 지목됐다.
규모가 영세하고 생산성이 낮은 게 우리 서비스산업의 실상이다. 우리 경제의 한계다.
그러나 이같은 서비스업이 경쟁력 있는 부문으로 거듭날 수만 있다면 한국 경제 특히 중소기업에 희망의 출구가 될 것이다. 즉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육성이 관건이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은 우수한 인적 자원 확보가 핵심이다. 우선 문화적 감각과 지식기반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이 출발이다. 최근들어서는 서비스 지원을 위한 정보기술(IT)이 강조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서비스 강국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저생산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뭘까.
앞서 언급한 OECD 각료회의는 서비스산업 성장을 위한 최우선 정책과제중 하나가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이라고 견해를 모았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세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은 문제의 해답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키워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 개입이 자제되는 가운데 시장원리를 통해 전통서비스업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사례는 국제적으로는 흔하다.
최근 유럽의 유통시장에서 급부상한 이른바 ‘초(超)할인점(hard discounters)’인 Aldi사가 그 예다. 이 업체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미국, 호주 등에서 5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업시간과 주차공간을 줄이고, 다수의 소규모 매장을 주거지역에 밀착해 개설하고 있다. 특히 품목별로 소수의 제품만을 취급하면서 셀프서비스를 가미해 파격적으로 싼 값에 팔아 기존 대형 할인점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원칙을 중시하고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모든 서비스 사업자를 다 끌고 가겠다는 식의 발상을 버려야 한다. 서비스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승자 기업과 패자 기업으로 갈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패자기업의 인력은 성장 기업에서 추가로 창출된 유망한 일자리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

서비스 산업이 한국경제의 희망 출구가 될 것인지, ‘제2의 농업’으로 전락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서비스 산업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 돌파구가 마련되고 중소기업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