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경제 2005년 봄호, 통권 제 80호 24~2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5년 6월 15일


중소기업의 활로를 찾자


중소기업 현황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993년 230만개에 달하던 중소기업체 수는 2003년 300만개를 상회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종사자는 1,048만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과는 달리 최근 경기부진 등으로 중소기업의 전반적인 경영성과는 부진한 실정이다. 2004년 중소기업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5% 정도 감소하고 수익성도 8% 정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ㆍ숙박업, 부동산, 운수업, 개인서비스업 등의 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내수부진 등의 경기침체에 따른 경기순환적인 요인도 있지만 국제화, 개방화, 기술변화 등에 따른 경제구조 개편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왜 부진할까?

그렇다면 왜 우리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수많은 지원제도와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제발전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양극화로 대변되는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은 우리 경제구조 내부에 점점 고착되어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왜곡된 자원배분구조라고 생각된다. 외환위기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채택된 정책수단들 즉 시장의 수급상황이나 국제적 흐름과 역행하는 금리와 환율 등 거시정책 변수의 운용을 비롯하여 과거 정부 때 주로 추진된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가계신용 확장을 통한 인위적인 소비 촉진정책들이 양극화를 초래한 주요한 구조적 요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관성적으로 추진된 각종 지원정책과 더불어 그동안 우리경제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에게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이 고착화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를 확산시키지 못하고 협력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론에 휩싸여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착근시키지 못하였다. 국제경제여건은 국제화, 개방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보호와 육성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기술 및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들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이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컴퓨터, 디지털가전 등 IT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산업의 부품ㆍ소재산업이 취약하여 주력 수출품목에서의 부품 해외의존도가 40%를 상회하는 등 중소기업 역할이 미흡하여 수출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경제구조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대처능력이 떨어지면서 대기업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우리 경제는 임금 등 생산요소적인 비교우위에서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소위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2002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90년대 후반이후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과 자본의 성장기여도는 저하되고, 기술의 기여도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보다는 기술과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산업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IT산업과 비IT산업간 경기양극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표1> 생산요소별 잠재성장률 기여도(%)

구 분

1980-84

1985-89

1990-94

1996

1999

노 동

13.9

23.5

19.3

12.7

10.9

자 본

51.7

51.4

56.3

50.7

48.9

기 술

34.3

25.1

24.3

36.6

40.1

자료 : 한국은행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국제경쟁에 너무 취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쟁력은 경쟁적 구조에서만 생긴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지론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진정한 경쟁력도 경쟁구조와 환경 속에서만 생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국제경쟁 환경에 노출되고 익숙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 중소기업들이 국제화, 개방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정부의 우산 속에서 안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흔히 말하는 ‘차이나 쇼크’에 대비할 시간도 없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노출되어 경쟁력을 급속하게 상실하였으며 급변하는 기술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외경쟁력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핵심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고속성장을 하는 반면,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들이 급속하게 국제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추세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하겠다.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2004년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력상품의 시장 축소시기에 대하여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이미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이라고 응답하였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는 미래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표2> 중소기업 주력상품 시장의 축소시기

이미 진행

진행중

3년이내

5년이내

10년전후

관계없음

10.6

52.8

10.1

5.3

6.1

14.3

* 응답자 비율(%)

자료 : 중소기업청

 

중소기업 문제의 해결방안

시장친화적인 경제체제로 개편해야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은 두 가지 큰 틀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우리의 경제구조를 시장친화적인 구조로 개편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시장친화적인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과거의 제도와 관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은 어렵지만 중소기업들도 더 이상 정부의 우산 속에서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최근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재편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시장친화적인 정책구조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시장친화적인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중소기업 관련법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 부처로 흩어진 지원정책을 정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2003년말 현재 전체 중소기업 수는 약 300만개로 이중 소상공인은 265만개에 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 모든 중소기업 전체를 만족시킬만한 정책수단이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을 전략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취약한 부품ㆍ소재산업분야의 중소기업을 육성한다거나 혁신주도형 중소기업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라 할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금융 및 인력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기술가치 평가 및 신용평가 등 금융시스템을 개선하여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애로요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기술, 인력, 판로 등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시장접근성을 높여주는 인프라 구축이 훨씬 효율적인 지원정책이라 할 것이다.

셋째, 경쟁여건 정비 등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보호ㆍ육성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밀려 소홀히 해온 자율과 경쟁여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화, 개방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국제경제여건 속에서 보호만을 강조하는 정책은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단체수의계약제도, 고유업종제도 등 경쟁제한적인 중소기업정책의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경쟁 여건이 점점 심화되는 것은 국내에서도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과의 하청거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은 중소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룰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넷째,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정책이 공급자 중심으로 정부 및 지원기관의 입장에서 추진된 정책이 적지 않았음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아무리 화려한 지원정책을 내놓아도 일선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일선 창구에서의 내용이 다르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과는 달리 신청절차도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가 너무 까다롭다는 중소기업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정책집행기관들이 중소기업의 애로요인을 찾아서 해결해 주는 서비스정신과 수요자(중소기업) 입장에서 문제의식을 가져야만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왕 지원하는 정책,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제도라면 발상을 전환하여 중소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는 문제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경쟁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야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경제개발과정에서 경험한 바로는 국제경쟁에 많이 노출된 산업일수록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그러하고, 반도체 및 정보통신산업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일관한 분야는 어떠한가? 대표적인 예로 농업을 생각할 수 있다. 그간 농업에 대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그것은 농업에 대한 지나친 보호로 인해 농업의 자생력이 상실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의 경험에 비추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많은 방안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해야할 것은 중소기업의 국제화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중소기업들이 국제경쟁에 더 많이 노출되어 면역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에 있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성공한 중소기업들은 국내시장에 안주지 않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이 중소기업의 국제화의 필요성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국제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국제경쟁 속에 노출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국제화 및 국제교류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외국기업과의 기술교류 등을 추진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부분이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국제교류 및 협력에 나서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국내에서 이러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전용 국제교류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중소기업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검토할 과제라고 본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시야를 해외로 돌려 국제적인 기술 및 산업의 흐름도 파악하고 새로운 기술도입 및 기술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전시회,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ㆍ칠레 FTA에 이어 한일, 한미, 한중FTA협상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중소기업들의 국제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지상명제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은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는 경제구조를 만들고 중소기업들을 보다 더 국제화 하는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