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A11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5년 2월 18일


여성고용 문제 시장에서 풀자


최근 주요 공직이나 전문직종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등 여성파워가 약진하고 있다. ‘女風’이라고 언론은 표현한다.
여성의 능력축적 이라는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지 않은 장래에 도래할 고령사회가 겪을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을 보완할 거의 유일한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여성인력이 다하리라는 전망은 서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최근의 여성의 경제활동은 아직도 50% 미만으로 남성의 2/3 수준에 머물고 있고 국제비교를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정도에 비추어서 매우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고용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력의 최대 수요처인 기업이 일반적으로 여성채용을 기피하는 데 있다. 공공부문이나 특정직종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기업부문에서의 여성 취업 율은 여전히 저조할 뿐 아니라 저임금,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현실이 이를 말한다.
전반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여성을 고용함으로써 그들이 갖는 생산성에 비해 남성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요소가 우리의 여성 고용이나 임금구조에 있다면 기업은 전체적으로 여성고용을 기피할 것이다.
시장의 원리나 기업의 생리에 비춰 볼 때 자명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여성의 고용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이런 기업의 시각이나 입장에 대한 이해나 고려가 충분했는지 반성할 여지가 크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특유의 모성보호 관련 법규들이 기업이 여성고용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사회보험에서 부담하는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총 출산휴가 90일 중 60일분에 대한 급여를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는 유급 생리휴가제도로 년 12일의 근로일수 손실 혹은 비용을 지금까지 기업이 부담해 왔다. 이 밖에도 다양하고 강한 모성보호 관련 규정들을 우리나라는 가지고 있다.

이미 취업을 하고 있는 여성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이런 보호 제도들을 비롯한 생산성 증가와 무관한 여성 근로조건 개선 노력이 새로이 취업을 하고자 하는 여성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여성이 임신. 육아 등 남성과 다른 특별한 생리적, 신체적 조건 때문에 갖는 불가피한 생산성의 차이를 법과 규제에 의해 해당 기업의 부담으로 해결하려는 식의 사고나 접근방식으로는 여성 고용의 확대는 기대할 수 없다.

여성이 기업내부에서 남성 못지않은 생산성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만이 여성의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궁극적인 길이다.
여성의 고용증대 노력은 이런 방향에 따라 공급과 수요의 양 측면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공급 면에서는 여성들에게 충분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이 부문에서의 정부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라이프스타일이나 고용형태 등에서 다양성이 크게 높아진 오늘날에는 고객의 필요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다양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부문의 참여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본다. 기업들이 보육서비스 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나 가격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
수요 면에서는 기업들이 생산성이라는 잣대로만 여성을 고용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비용 등 한국특유의 기업 부담을 최소화시켜 경쟁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모성보호비용을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이 쉬운 방법이겠지만 이 사회보험 역시 기업이 절반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주체나 적정 부담율에 관해서는 좀더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여성고용을 근원적으로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경쟁과 수요자 선택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을 만들어 가야만 보호를 통해서는 활성화될 수 없었던 여성고용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