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 772호 (2005년 1월 25일자) 79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5년 1월 24일


시장을 거스르지 말라

(원제; 양극화(兩極化)의 구조적 배경)



각 부문에서의 양극화(兩極化)의 심화는 우리 경제ㆍ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중화학 공업과 경공업간, IT산업과 비 IT산업간,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등 산업간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등 기업간 양극화, 그 결과로 초래되는 고용 및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바로 그 것이다.

이 현상은 균형이나 분배차원에서 문제제기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경제가 대내외 충격에 어느 경제보다 큰 영향을 받는 취약점을 보이고 있고,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가하면 물적, 인적 자본의 양성이 저해되어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어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회의를 낳게 하는 주요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 양극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구조 구축, 산업과 기업의 혁신과 구조조정, ‘성장촉진형 재분배정책의 확대’ 등이 주로 논의되는 방향이다. 현 정부의 주요한 정책 이념의 하나가 균형발전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은 우리 경제구조 내부에 점점 고착되어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왜곡된 자원배분 구조라고 생각하며 이 구조의 배경을 밝히고 이의 근본적인 교정이 없으면 이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가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합리적인 자원배분구조를 깨뜨리는 대표적인 힘은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인위적인 정부의 역할과 정책이다.
외환위기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채택된 정책수단들 즉 시장의 수급상황이나 국제적 흐름과 역행하는 금리와 환율 등 거시정책 변수의 운용을 비롯하여 전 정부 때 주로 추진된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가계신용 확장을 통한 인위적인 소비 촉진정책들이 그 것이다.
대표적으로 위기 이후 최근까지 일관되게 유지돼 온 우리 환율의 저평가 현상은 수년간 수출과 내수산업 간 자원배분구조를 수출산업에 엄청나게 유리하도록 왜곡시키고 가계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려 내수기반을 약화시켜왔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선순환구조가 깨뜨려진 주요한 배경이다.

평준화 교육기조는 결과적으로 비평준화의 극치를 가져오고 있다. 지역균형정책을 추구할수록 수도권비대 현상은 심화된다.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조치가 오히려 이들의 고용 축소로 연결되고 있다. 여성취업자에 대한 생산성과 괴리된 높은 보호수준은 오히려 여성의 신규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의 흐름과 괴리된, 시장논리와 배치된 정부정책이 초래한 왜곡된 자원배분의 결과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이런 왜곡된 자원배분 구조의 피해자는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 정책들이 보호하려고 했던 대상 즉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다. 이 원리를 거부하고 정부가 인위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추구하려고 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참담한 실패에서 유효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우리는 이 구조적 문제에 점점 더 빠져 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