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경제 2004년 가을호, 통권 제78호 23∼28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4년 12월 10일


한국경제 성장 동력을 중소기업의 경쟁력에서 찾자


경쟁력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

우리 경제는 경제의 불확실성, 장래 전망의 불투명성으로 끝없는 내수의 추락 즉 투자수요와 소비심리의 동결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로부터 위기의식이 점증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자신에도 불구하고, 또 경기의 순환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경제에 자리 잡고 있는 본질적이고 매우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의 결과로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의 흐름을 선순환으로 전환하여 경제위기의 재생산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불확실성, 불투명성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의 본질에 대한 내과적 진단과 처방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접근은 주로 외과적 처방과 조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필자는 바로 우리경제의 경쟁력의 문제로 인식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는 우리 경제의 취약한 국제경쟁력 구조이며 다음은 우리의 경쟁력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확신의 결여이고 마지막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선택이 정부에게도 없고 국민의 합의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104개 국 중 29위로 전년보다 무려 11위나 하락한 것으로 발표하여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기야 IMD는 이미 지난 5월 60개국 중 35위로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경제가 2000년을 고비로 IMF 위기로 하락된 경쟁력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02년 이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IMD나 WEF가 발표한 수자 자체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경쟁력 수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이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것은 우리나라가 IMF경제위기를 경험하고 그간 각 분야의 구조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경제의 외형적 성과에 비해 극히 취약한 경쟁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더불어 완성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Boardless Economy, Globalization, Knowledge- based Economy)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생존해 갈 것인가 보다도 더 중요한 국가적인 문제는 없다.
WTO의 뉴라운드 출범, 중국경제의 WTO 가입, 지역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증대 현상 등 국제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많은 국가적 논쟁이 있으나 경제의 최대 이슈는 경쟁력이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지 못하면 어떤 논의도 대안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경쟁력은 그것을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선택이 없이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 이를 보장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경제 체제는 경쟁적 구조를 가능하게 하여 경쟁력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임은 동서고금의 역사와 오늘날 세계경제 속에서 각국이 이룩하는 경제적 성취를 보면서 재확인하게 된다.

경쟁력의 위기인 우리 경제 위기구조의 극복을 위해서 첫째로 필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국가ㆍ사회적으로 확립되는 것이고 둘째는 시장경제하에서의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성찰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시장경제 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사회복지, 의료, 교육 등 일견 비경제 분야로 보이는 이 분야에 있어서도 가능한 한 시장원리에 의하거나 이 원리와의 조화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을 추구할 때에만 시장경제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중소기업의 문제의 본질도 바로 경쟁력의 문제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으로부터 GDP기준 경제규모 세계 제12위(2002년 기준)이며, 교역규모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그 발전단계에 상응하고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경제의 질적 변화, 구조적 면화를 이룩해 나가는 데 있어서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갖는 경제적 특성, 그리고 국민경제 내에 있어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추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바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발전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박 정희 대통령에 의해 완성되어 최근까지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왔던 모델 즉 정부의 고성장 추구, 기업의 팽창경영의 추구, 이 과정에서의 정부와 대기업의 파트너십에 의한 경제의 운용 모델의 유효성이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음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이 모델에 의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특히 고용문제의 해결이 벽에 부닥치고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산업정책의 유효성이 대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발휘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현상은 우리경제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국민경제內 비중은, 사업체수가 295만개로 전체의 99.8%, 고용이 1,039만 명으로 전체의 86.7%, 부가가치의 51.6%, 수출의 42.2%를 점유하고 있어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 중소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어려움 보다 훨씬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율이 2003년부터 70%를 넘지 못하고 있고(80%가 넘어야 정상으로 판단),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03년 말 2.1% → ’04년5월 3.1%),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수익성 관련 지표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판매, 인력, 자금, 기술 등 전 분야에서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경기순환적 측면에서의 불경기국면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구조적이고 본질적 측면에서 중소기업경제의 위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경제의 문제가 바로 중소기업의 문제이며, 중소기업의 문제가 즉 한국경제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만 우리경제문제의 본체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문제의 본질 역시 결국 경쟁력의 문제다. 경쟁력은, 기업 활동의 결과물인 생산물이 얼마나 잘 팔리는지 안 팔리는지 로 그 수준이 평가될 것이다. 최근 한국 중소기업문제는 그들이 만든 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며, 미래에도 잘 팔리리라는 보장이 없고, 나아가 미래에 다른 무엇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잘 팔리리라는 자신감도 없다는데 있다.

글로벌 경쟁체제라는 대내외적 경제 환경은 과거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보호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정부가 아무리 보호해주려 해도 보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중국 제품보다 비싸고 품질마저 좋지 않다면, 외국의 수요자들은 물론 우리의 대기업이나 국민들조차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사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는 곧 한국경제전체의 경쟁력과 긴밀하게 연결하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그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보호구조에서 역동적인 경쟁력 구조로의 정책 전환

중소기업 문제를 논할 때,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이라는 가정을 해 보기도 한다. 이 말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치밀한 중소기업지원정책을 구사한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빌 게이츠가 태어났을 때, 과연 미국에서처럼 마이크로 소프트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라는 회의적 시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연간 6조5천억이라는 중소기업지원예산규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분명 중소기업정책기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중소기업을 보호의 객체로서 인식하여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 정책방향으로부터 경쟁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중소기업, 세계화의 조류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시장에 진입하여 현존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도 의미가 있으나, 미래의 잠재적인 시장 참여자까지 고려한 역동적이고 동태적인 중소기업경쟁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기본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진입과 퇴출이 역동적으로 반복됨으로써 시장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나간다. 정책이 기존 중소기업의 보호에 치중된다면 미래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게 되고 결국 경제의 효율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을 일으키고 경영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존중받고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시급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을 일으키어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일은 그 어떤 직업 못지않게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패배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시장에서 고객을 유지하고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기업인들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은 남들의 이야기일 때가 많다. 그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하여 충분히 그들을 존중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국가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원이 국가차원에서 충분히 배분되고 투자되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사람, 자금, 기술 등이 중소기업에는 부족하고 대기업과 공공부문에만 넘쳐난다면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 중소기업에 투자되는 돈, 중소기업에서 쓰이는 기술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중소기업에 사람, 기술, 자금이 충분히 배분될 때 밖으로 나가려던 기업들이 다시 국내에 머물고 외국기업들도 국내에 둥지를 틀 것이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상호보완적 대ㆍ중소기업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사람과 자금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펴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특혜를 받았었다.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 환경보다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현상이 있었다면 대ㆍ중소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수의 역동적 중소기업과 경쟁력 있는 대기업간에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윈-윈 관계가 가능할 것이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변화도 필수적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은 내부적으로 어떠해야 할까?
우선 스피드, 유연성, 창의성, 역동성 등 중소기업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환경은 제품별 시장규모를 확대시킨 반면 시장 참여자도 증가하여 기업들의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증가하였다. 기업들은 전문화된 영역에 기업자원을 집중하여 경쟁력을 발휘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작지만 강한 기업구조가 유리한 환경이 많으므로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여건을 기회로서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경쟁력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내부적 역량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이 쉽사리 모방되거나 대체되지 않는 자원이나 역량을 지녀서 중, 장기적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니의 소형화 기술과 빠른 신제품개발 사이클, 나이키의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 부품업자 관리, 월마트의 통합물류와 공급망, 혼다의 엔진 및 동력전달 장치 기술, 딜러망 관리, 캐논의 광학 및 정밀기계기술 등이 핵심역량의 예들이다.
핵심역량은 쉽게 모방되거나 대체되어 단기에 소멸되지 않을 자원이나 역량이다. 특히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고 기업 내에서 창조된 기술이나 지식은 경쟁자의 모방이 쉽지 않아 장기간의 독점적 보유가 가능하다. 핵심역량을 개발하고 유지, 확장하는 것은 현대 경영의 매우 중요한 기능이 되었다. 핵심역량을 구성하는 지식자산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 지식의 원천인 사람을 채용, 개발, 유지,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요즈음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주도형 중소기업에 대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는 국가경쟁력 발전단계상 혁신주도(innovation-driven) 단계 초기에 진입하였다. 혁신주도 단계는 국가 내의 부존자원 능력에 따라 경제가 성장하는 요소주도(factor-driven) 단계나 특정 산업에 집중적인 자본투자를 함으로써 경제가 성장하는 투자주도(investment-driven) 단계를 지나서 지식과 기술의 혁신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단계이다. 우리 경제가 1인당 GDP 2만 불을 향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지식과 기술의 혁신으로 기업과 경제를 견인하여야 한다. 더욱이 창의성, 역동성, 유연성을 지닌 중소기업이 그 선도적 역할을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약술한 바람직한 중소기업 정책방향과 중소기업 스스로의 변화의 의지가 상승작용을 통하여 한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의 획기적인 상승으로 결과지어질 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세계경제와 조화하면서 경제의 경쟁력 구조를 유지해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