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 758호 (2004년 10월 19일자) 96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4년 10월 13일


한국경제의 市場性 검증


‘이코노미스트’에는 『 머나먼 시장경제의 길』을 제목으로 실렸으나, 필자의 집필의도를 분 명히 밝히기 위하여 제목을 원본과 같이 '한국경제의 市場性 검증'으로 변경하였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부정책의 사회주의적 성격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와 경제계 및 일부 경제학자들 간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그간 끊임없이 제기해 온 우리 경제가 과연 시장경제인지, 최소한 시장경제로 가고 있는지 라는 질문을 또 다시 하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들을 언뜻 생각해 본다.

즉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부의 인위적인 의지를 최대한 배제한 채 경제주체들의 자율을 기반으로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경쟁 원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보상과 징벌(incentive & penalty)’의 원칙과 ‘수요자 선택 원리’가 어느 정도나 지켜지고 있는지, 시장원리의 기초가 되는 ‘수요공급의 원칙’이 구체적인 경제현안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제대로 원용되고 있는지, 이런 문제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적정하게 하려는 노력 있는지 등이다.

위의 기준들을 놓고 우리 경제ㆍ사회의 중요한 다음 몇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면 우리 경제의 市場性에 대한 해답은 저절로 나온다고 본다.

우선 경제의 총체적 성과는 수시로 변하는 국ㆍ내외 시장여건 하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에 대한 시장의 반응의 결과인데 명색이 시장경제를 한다면서 정부가 총량 성장 목표를 정부의 정책목표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능한가?

우리 경제 특유의 기업조직 형태인 재벌문제와 관련하여 재벌의 형성, 성장 과정이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과 관계가 없는지? 재벌에 문제가 있다면 ‘기업 의 실패’인가? ‘정부의 실패’인가? 아니면 양 면이 다 있는가?

일단 끝난 문제지만 주요 노사 현안인 주 5일제 근무제와 관련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나 협상력과 관계없이 전 기업에 업종별로 강제적 일률적으로 실시하는 집단주의적 접근방법이 과연 시장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지?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 보험제도에 의해 전 국민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가? 개인이 스스로 책임지고 시장기능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람과 해결돼야 할 영역까지 왜 정부가 해결하려고 하는가?

30년간 일관되게 유지 강화돼 온 평준화 교육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초래된 비평준화의 극치인 오늘의 교육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학교의 선택과 입시과정에서 경쟁원리와 수요자 선택원리를 부활하지 않고도 얽히고 설킨 교육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성인력에 대해 생산성과 무관하게 행해지는 한국 특유의 각종 보호제도가 이미 직장을 가진 여성에게는 큰 보호가 되겠지만 새로이 취업을 하고자 하는 여성에게는 오히려 그 기회를 뺏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는지?

‘앵무새도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시장원리의 기초인 수요 공급의 법칙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도 경제문제의 대부분은 이해될 수 있고 또 적절한 처방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앵무새도 몇 분 안에 따라 외울 수 있는 이 간단한, 그러나 너무나 중요한 시장의 기초법칙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한국경제에게 ‘시장경제로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