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국제대학원 GLP 최고경영자과정 강연자료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4년 9월 30일


위기구조 속의 한국경제와 중소기업 그 해법은?


1. 위기구조속의 한국경제

가. 경제 위기론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

- 오늘의 경제 상황이 위기적 상황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는 요즈음 매우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 대체로 정부는 그러게 마련이지만 현 정부 역시 경제위기론에 대해 매우 부정적임. 특히 노 대통령의 위기론에 대한 반응이 그러함.

-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27일 연세대학에서 한 강연이나 이어서 6월 5일 17대 국회 개원식에서 한 연설 등에서 최근의 경제위기론을 강하게 부정하고 이런 논의 자체를 비판하면서 금년도에는 최소한 5% 수준, 내년 이후 임기 동안 매년 6%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펴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한국경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음. 최근 9월 5일 MBC와의 대담에서도 금년도의 경제성장률이 5.2로 예상되어 OECD 국가 중 제일 높으므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경기부양책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함.

- 문제는 현실 경제의 세계에 있어서 대통령이나 정부의 자신감이나 어떤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과 소비자들로부터 오늘의 우리 경제를 낙관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을 하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묶어 왔던 주머니를 풀어 소비를 확대하려는 기도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데 있음.

- 뿐만 아니라 국내외 경제예측 기관들이 다투어 금년도 우리 경제의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고 내년도도 3%대의 매우 어두운 전망이 국내외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이들의 생각과 대통령이 지도하는 정부의 생각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이 틀림없고 오늘의 한국경제의 문제가 노 대통령의 자신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닌 것이 확실함.

나. 경제 위기론의 성격

- 그런데 문제는 경제의 어려움 내지 위기를 논하는 데 있어서 위기의 본질적 성격을 어떻게 보고 접근하느냐가 매우 중요함. 구체적으로는 오늘의 경제현상이 기대한 것만큼 또는 계획한 것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느냐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런 단기적인 성과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오늘의 경제상황을 이런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여 분석하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적 측면을 논하느냐에 따라 위기론의 성격은 전혀 달라질 것임.

- 이것은 위기론을 논함에 있어서 주로 경기 순환적 관점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구조적 시각에서 볼 것이냐의 문제로 귀착됨. 이런 관점의 문제가 먼저 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위기논쟁은 전연 무의미하다고 본다.

- 노 대통령은 앞의 강연과 연설에서 위기론을 부정하면서 동시에 단기적으로 경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경기부양 목적의 정책수단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점도 천명한 바 있음. 과거 정부에 있었던 경기부양 노력이 가져온 문제점들을 낱낱이 지적한 것을 보면 그는 주로 경기 순환적인 관점에서 대두되는 위기론을 경계하고 있는 듯 함.

- 일단은 옳은 문제 인식이라고 생각되나 두 가지 문제점이 있음.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30일 발표한 정부 여당의 ‘경제 활성화대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문제제기 방향이나 정책방향은 두 어 달 전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경기의 부양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도 불사하겠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임.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경제위기론의 부정이나 비판이 우리 경제위기의 본질적, 구조적 측면까지 과소평가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임.

다. 한국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

- 경기침체와 성장률의 저하가 위기의 본질은 아니며 자본주의 경제는 속성상 어느 경제라도 경기의 순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 결과로서 드러난 경제의 성적만을 가지고 위기적 상황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실임.

- 우리경제의 침체가 금년에 끝나지 않고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고 이런 상황을 위기의 본질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음. 그러나 일본경제의 문제는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라는 데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봄. 하기야 당사자인 일본 스스로도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지나간 뒤에야 이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식이 철저한지 조차도 의문임.

-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결여가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에 빠뜨린 근본적인 원인이며, 이 문제에 대한 구조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일본은 ‘잃어버릴 10년’에 대한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봄.

-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에 빠뜨린 근본원인이 된 일본의 구조적 문제는 흔히 ‘55년 체제’라고 불리는 일본 특유의 경제ㆍ사회구조와 국가운영 체제임. 2차 대전을 거치고 맥아더 군정치하에서 개혁과정을 거치고 형성된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고성장 경제를 이룩하면서 전후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일본의 성공신화의 배경에 있는 경제 시스템 바로 그 것임.

- 정치적으로는 자민당 장기 집권구조이며 경제적으로는 정(政)ㆍ재(財)ㆍ관(官)의 공고한 철의 3각 구조, 흔히 일본주식회사로 불리는 정부 지도하의 선단식 기업경영 체제, 기업 내 종신고용제 등 독특한 노사관계 등이 그 핵심 요소를 이루고 있음. 이 체제는 관민통합(협조)형의 ‘변형된 시장경제체제’로 나타났고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에 의해서는 시장경제적 속성이 부정되기에 이르렀음. 또 수요자 또는 소비자 보다는 생산지 내지 공급자 중심의 경제구조로서의 특징이 고착되어 왔음.

- 시장 기능의 위축, 정부와 시장기능의 미분화로 특징 지워지는 이런 식의 일본경제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고성장 정책과 기업의 과도한 팽창적 경영 패턴을 유발했고 금융이 이를 뒷받침했음. 이 과정에서 금융, 부동산. 시설, 고용 등에 거대한 거품이 끼게 되었던 것임.

- 일본의 장기 불황은 이런 거품들이 붕괴되면서 시작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보다 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일본경제의 문제는 바로 일본의 성공을 가져다 준 이런 유형의 일본 특유의 경제구조가 80년대 말부터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더 이상 유효한 시스템으로 작동될 수 없었다는데서 찾아야 할 것임.

- 최근 일본경제의 재생에 대한 기대가 팽배해 있으나 일본경제를 주로 구조적 측면에서 관찰한다면 속단은 빠르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임. 우리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일본경제로부터 유효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임.

- 어떤 국민경제나 제대로 된 경제라면 성공의 신화와 위기의 경험을 동시에 갖게 마련임. 그러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과거의 ‘성공신화로부터의 탈출’과 ‘위기로부터의 유효한 교훈의 습득’임.

- 먼저 과거 한국 경제의 성공을 가져왔던 한국경제의 3대 성공신화 즉 ‘고도성장의 신화’, ‘한국주식회사의 신화’, ‘경제제일주의의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함. ‘성공신화로부터의 탈출’ 즉 기존의 ‘경제운영 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없이는 변화하는 세계경제 여건 하에서 한국이 앞으로 생존ㆍ발전할 수 없다고 봄.

- IMF경제위기는 한국이 기존의 경제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어떤 의미에서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었음. IMF를 겪고도 우리 경제의 위기구조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와 정부가 IMF위기의 원인과 배경이 되는 우리 경제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균형 있고 편견 없는 분석을 시도하지 않은 채 IMF체제를 극복하려고 한 데 있음.

- 즉 이 위기의 배경과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결여됨으로써 한국은 이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얻는데 실패했고 오늘날 끊임없는 위기론을 배태하는 배경이 되고 있음.

- 외부에 나타나는 우리 경제의 위기적 모습은 끝없는 내수의 추락 즉 투자수요와 소비심리의 동결로 나타나고 있음. 그러나 이 현상의 배후에는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 그것은 바로 경제의 불확실성, 장래 전망의 불투명성임. 기업의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의 흐름을 선순환으로 전환하여 경제위기의 재생산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불확실성, 불투명성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의 본질에 대한 내과적 진단과 처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 그런데도 정부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접근은 주로 외과적 처방과 조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음.

-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함.
▲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국제경쟁력 구조, 경제주체들의 이에 대한 확신의 결여
▲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선택의 결여
▲ 이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운영 원리의 불투명성
▲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 하에서도 세계경제흐름에 대한 인식의 부족
▲ 이 흐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국민의식과 경제운용 방향
▲ 경제와 비경제 부문간 국정운영 원리의 일관성 결여 등

- 요약컨대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이 흐름과 조화되면서 우리의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확신과 선택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결여’가 우리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이라고 생각함.

- 더욱이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경제외적 측면(안보, 남북문제, 대미 공조관계의 변화 방향, 정치의 불안정 등)이 더해져서 위기의 구조적 성격이 보다 심각해지고 있다고 봄. 이 위기의 구조적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위기라고 봄.

- 어떤 의미에서 한국경제의 위기는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위기’, ‘선택과 결단의 위기’로 규정될 수 있음.

2. 경제위기구조의 극복방향

- ‘선택과 결단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경제 위기구조의 극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고 봄. 그 첫째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립되는 것이고 둘째는 시장경제하에서의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함.

가. 경쟁력에 대한 인식과 경제시스템에 대한 선택

- WEF, IMD등 주요 국제 경쟁력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에 의하면 한국경제는 IMF 위기 이후 급격히 경쟁력이 하락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00년을 고비로 이전 수준으로 다소 회복하였음.

- 그러나 다시 2002년 이후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2004년 5월 IMD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조사대상 60개국 중 35위로 오히려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노사관계는 최하위로 조사되고 있음. 즉 IMF경제위기를 경험하고 그간 각 분야의 구조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경제의 외형적 성과에 비해 극히 취약한 경쟁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임.

-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더불어 완성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Boardless Economy, Globalization, Knowledge- based Economy)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생존해 갈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어떤 경제시스템을 채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계속 부딪혀 왔으나 아직도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봄.

- WTO의 뉴라운드 출범, 중국경제의 WTO 가입, 지역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증대 현상 등 국제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 주고 있음.

- 경제의 최대 이슈는 경쟁력이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지 못하면 어떤 논의도 대안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경쟁력은 그것을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선택이 없이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 이를 보장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함.

- 시장경제 체제는 경쟁적 구조를 가능하게 하여 경쟁력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임은 동서고금의 역사와 오늘날 세계경제속에서 각국이 이룩하는 경제적 성취를 보면서 재확인함.

나. 시장경제에 대한 실천적 이해

- 시장경제 사상이나 이론이 아담 스미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생성, 발전돼 온 것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큰 오류이며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의 본질을 간파한 이론은 지금부터 2000년 전 이미 동양에 있었음.

- BC 90년경 중국 한(漢)나라 무제 때 사마천이 완성한 ‘사기(史記)’중 열전(列傳)69권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은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한 최고의 설명으로서 아담스미스의 『국부론(1776년)』 보다 1870여 년 전에 이미 시장경제의 원리를 갈파하고 있음.

농민들이 곡식을 생산하고, 어부나 사냥꾼이 고기를 생산하고, 기술자들이 물건을 만들고, 상인들이 이를 유통시킨다. 이러한 일들이 어찌 나라의 정령(政令)이나 교화나 징발이나 혹은 사전에 한 약속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들이겠는가? 사람은 각자 자기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그 힘을 다해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다. 때문에 물건 값이 싼 것 은 장차 비싸질 징조이며, 값이 비싼 것은 장차 싸질 징조이다. 사람 마다 자신의 일에 힘쓰고 각자의 일을 즐겁게 하면, 이는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아 물자의 흐름도 밤낮 멈추는 때가 없다.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몰려들고 억지로 구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물품을 만들어 낸다. 이 어찌 도(道)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며, 자연스러움의 증명이 아니겠는가?


- 이렇게 시장경제는 자율을 기본원리로 물 흐르듯 유연한 제도가 그 본질임.

-그러나 반드시 이 시스템이 시행하기 쉬운 제도는 아니며 더욱이 정부가 말로 한다고 해서 되는 제도가 아님. 시장경제를 하기위해서는 그 원리에 대한 이해에 더하여 경쟁력을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사회의 지도자들의 확신과 일관성 있는 선택,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임.

- 시장경제를 한다면 우선 경쟁원리를 받아드리는 것이 전제돼야 함. 이것은 바로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의 비유’에서 적절하게 설명되는 ‘유인과 징벌(incentive & penalty)의 원칙이 확립된다는 것을 의미함.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유명한 ‘달란트의 비유’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다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 수요자 중심의 사고, 완전한 국제화(개찰구 없는 개방화)가 경제의 모든 부문에 정착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시장경제의 기본적 요소임.

-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분명하게 설정하여 ‘시장의 것은 시장이, 정부의 것은 정부가’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함.

다. 세계화 현상(Globalization)에 대한 인식

- 소위 ‘세계화(Globalization)’의 개념이나 의미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생산물은 물론 생산요소까지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이 국경을 초월하여 이루어지는 현상과 이를 향하여 국가의 모든 제도와 정책이 변해가는 과정”으로 정의할 때 그 실체가 분명해짐. 즉 세계화의 경제적, 기업적 의미에 주목해야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음.

- 이 세계화(Globalization)현상은 국가와 기업, 개인 등 당사자의 호ㆍ불호,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세계적 추세이며 이에 통용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 즉 글로벌 자본, 자유시장규범 및 제도, 의식과 행태 등이 정립되고 있음.

- 세계화에 따르는 문제는 이러한 추세와 게임의 법칙을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하고 이에 따르는 길을 걸어 세계경제에서 성공을 거두려는 사람들과 이를 거부하고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갖고 결국 세계경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반목이라고 볼 수 있음.

- 세계화의 논리는 그 무차별성과 무자비함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로부터 강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음.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최선의 방책은 우선 이 길의 논리와 작동원리를 이해하여 이 길을 택함으로 오는 혜택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봄.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 추세로부터 국가적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수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임.

- 이러한 세계화 현상에 대한 국가 사회적 인식이 적절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문제의 하나임. 나아가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국정혼란과 사회적 갈등의 본질 역시 여기서부터 초래되는 선택의 기로에서 맞는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임.

- 우리나라는 잘살기를 원하면서도 잘 살기 위해서 힘들고 어렵더라도 세계가 보편적으로 추구하고 인정하는 ‘세계 식으로 살 것’에 대한 국가적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음. 북한과 같이 ‘우리 식대로’ 살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잘 살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국민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 따라서 쟁점이 분명하지 않은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논쟁보다 ‘세계식’이냐 ‘우리식’이냐를 중심으로 사회의 논쟁의 쟁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봄.

라. 경제체제의 유지를 위한 노력

- 중앙일보 여론조사(2003. 4. 28)에서 국민의 절반가량이 ‘기업을 좋지 않게 생각 한다’고 응답했고, 특히 대기업과 재벌에 대해서는 57.3%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 대한 상의와 현대경제연구원의 공동조사(2003. 12) 중 기업 활동의 우선순위에 대한 설문에서 이윤창출(53.5%), 부의 사회 환원(46.5%)으로 조사되는 등 기업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적절하지 못함.

- 다국적 여론조사 기관인 테일러 넬슨 소프레(TNS)가 세계 33개국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2002년 11월)한 결과에 의하면 직장에 애착을 갖고 있는 한국인은 10명중 3명에 불과해 조사대상 중 최하위(33위)를 보인 바 있음.

-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는 기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고 반 기업, 반 시장 정서도 심각한 수위에 달해 있으며 건전한 직업관도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바 이는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음.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시장경제체제 유지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될 것임. 특히 학생, 젊은 층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봄.

-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가장 발달된 나라들, 특히 미국은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경제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유치원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각종 경제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용하고 있는바 좋은 참고가 될 것임.

- 사회의 상층부가 솔선수범하는 Noblesse Oblige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항상 고려해야 할 규범적 태도이자 전략이라고 봄. 건전한 경제ㆍ사회체제의 유지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비용부담 의식과 자발적인 적정 수준의 ‘부의 사회 환원’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노사의 대립, 빈부의 대립, 세대의 대립 관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존립과 발전을 담보해주는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임.

마. 시장경제하에서의 적정한 정부의 역할

시장경제를 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됨. 우리나라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한 경제운영을 하려고 한다면 다음의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재고(再考)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임.

□ 경제운용의 기본 틀 - 시장경제원리를 추구하는 한 높은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미리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시장개입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달성하려고 하는 종전의 경제운영의 기본 틀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함.

- 따라서 현재의 다양한 형태의 산업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시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산업정책 위주의 경제정책을 경쟁정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함.

□ 시장의 것은 시장이, 정부의 것은 정부가 - 구체적으로 시장경제를 실현하는 과정은 시장에 대하여 정부가 해야 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가리는 것이며, 시장에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맡기고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영역을 찾아서 해결하는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함.

- 또 시장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문제는 자기 책임 하에 시장에서 시장논리에 의해 해결하도록 하고, 이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의 문제해결에 정부의 역할이 모아져야 함.

- 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에도 시스템 내에서 경쟁개념, 민간의 활력 도입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함.

□ 정부의 기능, 역할 및 조직의 orientation - 우리 정부의 조직은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오리엔테이션을 가지고 있고, 기능별 역할보다는 산업별, 품목별 위주의 조직원리로 편성됨. 따라서 각급 정부조직은 책임을 지고 관장하는 산업, 또는 품목을 가지고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발전을 책임지는 것을 기본적인 사명으로 하고 있음.

- 정부 각 부처가 사실상 공동행위의 온상이 되어있고 정부의 지도하에 수 많은 사업자 단체를 통하여 각종의 경쟁제한적인 조치가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문제인식과 개선이 필요함. 어떤 의미에서 ‘정부 주도 하의 관민 통합형 공동행위(담합)’가 보편화 되어있는 것이 한국의 경쟁구조의 실상임.

- 그런 의미에서 경쟁시장 최대의 적은 정부 그 자체이며 ‘시장실패’에 못지않게 ‘정부실패’를 경계해야 됨. 다시 말하면 시장경제에 있어서 정부의 바른 구조와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
- 이런 관점에서 시장경제의 원리와 조화되는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부의 조직과 운영원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함.

- 이렇게 정부의 경제정책의 큰 흐름이 시장경제의 원리에서 보아 문제가 많고 정부의 조직원리나 운영행태가 반경쟁적인 요소가 너무 많은 현실에서 경쟁당국을 중심으로 독점방지와 공정거래 관련 법규의 운영을 통해서 경쟁정책을 수행해 나가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 또 끊임없는 규제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큰 진전이 없는 것도 바로 여기에 근본 원인이 있음.

□ 경제와 관련부문의 운용원리의 일관성 - 시장의 원리는 반드시 경제 분야에 국한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님. 노사관계, 사회복지, 의료, 교육 등 분야는 그 시장의 성격이나 역할이 일반적인 경제 분야에 비하여 특수하고 제한적이지만 이러한 분야에서도 가능한 한 시장원리에 의하거나 이 원리와의 조화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을 추구해야함.

- 이러한 분야에서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서 한 나라가 실현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구체적 모습이 드러난다고 봄.

3. 위기의 중소기업 : 문제는 경쟁력

가. 한국경제의 발전단계의 진행과 중소기업경제의 중요성

- 1950년대 이전 아프리카 국가보다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은 이미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음. 한국의 GDP기준 경제력 서열은 세계 제12위(2002년 기준)이며, 교역규모 기준으로는 세계 11위임.

-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발전단계에 상응하는 새로운 경제구조가 필요하고, 그것은 경제선진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라고 요약할 수 있음.

- 정보화, 글로벌화 등으로 대변되는 세계적 경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창의성과 유연성을 핵심으로 하는 중소ㆍ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필요함.

나. 중소기업 현황과 위기의 중소기업

- 중소기업의 국민경제內 비중은, 사업체수가 295만개로 전체의 99.8%이며, 고용이 1,039만 명으로 전체의 86.7%, 부가가치의 51.6%, 수출의 42.2%를 점유하고 있음.

-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상황 속에서 중소기업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율이 2003년부터 70%를 넘지 못하고 있고(80%가 넘어야 정상으로 판단),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03년말 2.1% → ’04년5월 3.1%),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수익성 관련 지표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 판매, 인력, 자금, 기술 등 전 분야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음.

- 이런 상황은 매우 심각한 총체적 위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경기순환론적 측면에서의 불경기국면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구조적이고 본질적 측면에서 중소기업경제의 위기로 보아야 할 것임.

다. 중소기업 문제의 본질

- 중소기업문제의 본질은 결국 경쟁력의 문제임. 경쟁력은, 기업 활동의 결과물인 생산물이 얼마나 잘 팔리는가, 안 팔리는가 그 수준이 평가될 것임. 최근 한국 중소기업문제의 본질은, 그들이 만든 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며, 미래에도 잘 팔리리라는 보장이 없고, 나아가 미래에 다른 무엇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잘 팔리리라는 자신감도 없다는데 있음.

- 글로벌 경쟁체제라는 대내외적 경제 환경은 과거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보호조차 용납하지 않음. 다시 말해 정부가 아무리 보호해주려 해도 보호할 수가 없다는 것임.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중국 제품보다 비싸고 품질마저 좋지 않다면, 우리 국민들조차 우리 제품을 사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임.

- 중소기업문제는 한국경제전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 다시 말해 중소기업문제는 한국경제전체의 틀 속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만 유효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임. 소위 5대재벌 내지 30대 대기업 등을 제외하면 중소기업경제가 곧 국민경제이며, 대기업경제가 오히려 특수경제일 수 있음.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는 곧 한국경제전체의 경쟁력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함.

라. 바람직한 중소기업 정책 방향

- 중소기업 정책을 논할 때,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이라는 가정을 해 볼 필요가 있음.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치밀한 중소기업지원정책을 구사한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빌 게이츠가 태어났을 때, 과연 미국에서처럼 마이크로 소프트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제기됨.

- 연간 6-7조원이라는 중소기업지원예산규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분명 중소기업정책기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필요가 있음.

- 중소기업을 보호의 객체로서 인식하여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 중소기업정책이 경쟁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중소기업, 세계화의 조류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임

- 중소기업정책기조의 전환 방향을 몇 가지 예시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음.

1) 현존 중소기업 보호구조에서 역동적 경쟁시스템 구축으로
- 이미 시장에 진입하여 현존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도 의미가 있으나, 미래의 잠재 시장 진입자까지 고려한 역동적이고 동태적인 중소기업경쟁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기본 틀을 바꿀 필요가 있음.

- 시장경제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진입과 퇴출이 역동적으로 반복됨으로써 시장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함. 정책이 기존 중소기업의 보호에 치중된다면 미래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게 되고 결국 경제의 효율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음.

2) 제조중심 산업구조에서 제조관련서비스업 포괄 구조로
- 과거 경제 개발기 이후 중소기업정책은 제조업육성 위주로 이루어져 왔음. 경제가 발전하면 1차, 2차 산업의 비중은 줄고 3차 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음. 2차 산업의 비중 축소는 생산력의 발전에 기인하는 것이라 결국 바람직한 것이고, 2차 산업의 발전은 그것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서비스업의 발전을 필요로 함. 따라서 마케팅, 유통, 물류, 설계ㆍ디자인 등 제조관련서비스업도 제조업과 동일선상에서 육성되어야 함.

- 최근 중소제조업공동화에 대한 정책적 우려가 있으나,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음. 글로벌 경쟁 구조속에서 생산요소비용이 싸고, 원자재가 있고, 이머징 마켓이 있는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겠다는 자연스런 현상임. 국내 제조를 고집하기 보다는 저렴한 제조에 기반을 둔 경제거래를 장악하는 쪽으로 경제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고, 정책은 이에 부합해야 할 필요가 있음.

3) 대차(貸借)금융구조에서 투자금융구조로
-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자금부족임. 중소기업 부문에로의 금융자원 분배가 만족스럽지 못하여 정책은 언제나 중소기업금융의 양적분배에 간섭해 왔음. 은행의 의무대출 비율, 총액한도대출, 신용보증지원 등이 그것이며, 주로 대출금융에 관한 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

-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은 본질적으로 대출(Loan)로서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 위험기업에 대한 금융이 ‘갚을 것을 전제로 하는’ 대출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시장의 원리임.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은 위험과 수익의 정(+)의 상관법칙에 따라 분배되어야 하고,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을 근본적으로 투자(Investment)의 문제로 인식하여 정책방향도 중소기업투자금융시장육성 쪽으로 선회하여야 함.

4) 기술국적주의에서 개방기술주의로
-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곧 기술 경쟁력이라는 논리는 언제나 설득력이 있음. 기술의 독보성이 경쟁력으로 귀결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고, 원천기술, 핵심기술 없이는 경제의 주도권을 쥘 수 없는 것도 사실임. 그러나 기술을 우리가 개발하여 기술자체를 우리가 소유해야한다는 정책기조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측면이 있음. 원천기술, 핵심기술을 우리가 개발하여 기술자체를 우리가 소유하면 물론 좋지만, 그것이 가능하고 또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懷疑)할 필요가 있음.

- 기술개발은 그 자체보다 그것을 통한 경제적 이익의 창출에 있음. 누가 기술을 개발했건, 기술의 국적이 어디에 있건, 그것을 사업화하고 그것과 연관된 경제를 장악하는 것이 보다 중요함. 기술개발지원정책도 중요하나 기술소유권의 국적을 불문하고 그것을 사업화하는데 대한 지원정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함.

4. 결 어 : 멀고 험난한 시장경제로의 길

-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설정하고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는 길 이외에는 경쟁력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고 봄. 그러나 이 시장경제를 추구해 나가는 데 있어서 극복하기 많은 걸림돌들이 있음

-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권, 정부나 관료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민 일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비시장적, 폐쇄적 사고와 체질이라고 봄.

- 우리 국민은 강력한 정부나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한 깊은 저항의식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경제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이 생각하는 이중적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고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봄.

- 우리 국민의식 속에는 개인주의 보다는 집단주의적 의식구조, 가열된 경쟁과 분명한 승자와 패자의 구분보다는 적당한 타협과 하향 평준화,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에 대한 선호, 국제화를 추구하더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해야 된다는 의식 등 시장경제와 조화되기 어려운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임.

- 다음으로 우리 기업들 역시 아직도 시장경제 하에서 가혹한 경쟁을 견디어 낼 각오가 되어 있으며, 정부의 규제는 철폐해 달라고 하면서 정부의 보호막은 온전히 지속해 주었으면 하는 모순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지 생각할 여지가 많음.

- 특히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이 경제정책과 관련분야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운영하지 않고 국민의 성향이나 인기를 염두에 두고 그때그때 편의에 맞추어 결정하는 대중영합적 접근을 하는 경우 시장경제의 원리는 하나의 수사(修辭)에 그칠 가능성이 큼.

-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리와 부합되게 정부 역할을 설정하거나 정책수단을 채택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 고로 이의 상충(Trade-off)을 극복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과도한 국민적 기대를 자제시켜야 하는데 이 것은 사실은 정부가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임. - 이렇게 시장경제를 하기에 적합한 체질이 아닌 우리가 시장경제로의 길을 추구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것이 아닐 수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향으로 우리의 체질과 인식구조를 바꾸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다고 봄.

- 그래서 혹자는 ‘한국경제 제3의 길’, ‘한국적 시장경제’ 또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가능성을 논함. 그러나 이들은 그 실질이 빈약하고 국제경제의 흐름과 경쟁력 요소를 간과한 공허한 내용이어서 우리 경제운영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봄.

- 결론적으로 ‘열린 시장경제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경제 운용’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back to the basic), 그리고 이 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 이외에 한국경제가 위기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