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기업인협의회 초청강연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4년 9월 23일


'달란트의 비유'가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


1. ‘달란트의 비유’의 경제적 의미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달란트의 비유’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에 있는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떤 사람이 세 사람의 하인에게 차례로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고 타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성경사전에 의하면 이 때 금 한 달란트는 34.27㎏이니 지금 우리 돈으로 약 5-6억 원 정도 되는 큰 돈이다.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주인이 이들과 결산을 한다. 다섯 달란트 받은 하인은 이를 밑천으로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고 두 달란트 받은 하인도 비슷하게 또 두 달란트를 남겼다. 주인은 이 두 하인을 향해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므로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길 것이며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리라”고 극구 칭찬 한다.

반면 한 달란트 받은 하인은 이 것을 그냥 묵혀 두었다가 그대로 주인에게 바친다. 주인은 격노하면서 “악하고 게으른 종아 네가 최소한 그 돈을 은행에 맡겨 이자라도 받아 본전과 같이 나에게 돌려 줘야 할 것이다” 하면서 그에게서 그 한 달란트마저 빼앗아 이미 열 달란트를 가진 자에게 더하여 준다. 그러면서 그를 향해서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이 쓸 데 없는 자를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 것이다”고 저주한다.

성경에는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매우 많다. 어떤 경제학자의 분석에 의하면 성경의 전 내용의 약 1/3이 직ㆍ간접으로 경제와 관련이 있는 구절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비유는 경제와 관련되는 이런 수많은 성경 구절 중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원리의 핵심적 요소를 가장 잘 나타내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또 오늘의 세계경제 질서를 잘 예견한 것으로 가열되는 세계경쟁 속에서 한 국민경제가 가야할 길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비유가 갖는 경제적 의미를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이야기는 예수께서 직접 한 비유로서 현대어로 쓰인 영어성경(Good News Bible)에 의하면 “그 때에 천국의 모습은 이러 하리라(at that time, the Kingdom of Heaven will be like this)”라는 말로 시작한다.
단순한 이야기 꺼리가 아니고 천국의 모습을 예수께서 직접 묘사한 매우 흔치 않은 비유이니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직한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받은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게으름은 꾸중의 대상이 되어야겠지만 그래도 가장 적게 가진 사람은 동정을 받고 균형 차원의 사후적 배분을 받는 것이 상식이고 대개의 사람이 상상하는 천국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이 비유는 전연 다르다. 동정이나 사후적 배분은커녕 그나마 가진 것도 빼앗기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이 것을 더해서 가진다.
이 것이 천국의 한 모습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독교의 천국의 일반적인 환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 것이다.

인간 개개인이 가진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according to his ability)이 전제되어 있고 이 차이에 따라 주어지는 달란트의 크기가 크게 다르며 그 성과도 당연히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분명히 한 내용은 연장선상에서 세계경제 속에서 어떤 국민경제의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 비유 속에는 왜 능력의 차이가 있는지 설명이 없고 이에 대한 불평을 하거나 이를 받아드리는 묘사도 전연 없다. 아마도 이는 신(神)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보다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인간의 본분임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여러 측면과 비교하여 얻을 교훈이 크다.

모든 과정과 결과에 적용되고 있는 엄격한 ‘유인과 징벌(incentive & penalty)의 원칙’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원리의 핵심이며 시장경제를 경쟁력 있는 체제로 만드는 가장 본질적 요소인 이 원칙이 성서에서 천국의 한 모습으로 이렇게 분명하게 기술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시장경제는 경쟁원리에 서 있고 경쟁원리의 핵심적 요소는 바로 이 ‘유인과 징벌’의 원칙이다. 이 원칙이 분명하게 서야만 시장경제는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만약 이 원칙에 대한 분명한 인식도 없고 이를 확실하게 세우려는 의지도 없는 경우에는 말로는 아무리 시장경제 하겠다고 해도 허구(虛構)에 그칠 것이다. 이 것이 오늘날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배경이 되고 있고 따라서 한국경제의 모든 문제는 이에서 비롯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한국경제 문제에 대한 내과적 진단

작년 한국경제는 경기의 전반적인 하강과 이로 인한 낮은 성장률과 실업의 증가 등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노동시장의 경색, 금융시장의 불안, 부동산 투기와 신용불량자 양산, 무엇보다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등 많은 구조적 문제점도 크게 드러났다.

금년도의 경우 한 때 연초보다 낙관적인 전망도 가능하여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초 고유가의 진행,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경기 속도 조절 등 대외 환경의 악화의 영향을 어떤 나라보다 심각하게 받고 있어 경제 위기의식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가 극복해나갈 수밖에 없는 여건인 이런 대외환경의 악화에서 오는 어려움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확실한 경제정책방향과 이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신뢰가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진정한 의미의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한 때 정치, 사회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불확실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던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났으나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된 여당이 이끄는 정부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본질에 보다 주목하여 일관성 있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만한 경제 환경을 조성할지가 내외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바 이 역시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의 하나가 되고 있다.

북핵문제와 이를 포함하여 국제 정치에 있어서 한미공조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 등 경제심리의 배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인이 여전히 가변적이기 때문에 한국경제는 여전히 내외의 깊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 역시 또 다른 ‘경제위기론’이 거론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가 위기극복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에 드러난 현상 자체보다도 그 배후에 있는 한국경제 위기의 구조적 측면 그리고 그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즉 오늘의 한국경제는 외과적 처방이나 치료보다 정확한 내과적 진단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먼저 우리 경제의 취약한 국제경쟁력 구조에 대한 깊은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은 오로지 이를 보장해 주는 경제시스템 하에서만 나온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이 정부는 그 동안 이 정부를 지배했던 이런 확신의 결여 및 이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운용 원리의 불투명성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와 비경제 부문 간 국정운영 원리의 일관성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 하에서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없고 이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경제운영의 기본적인 틀을 재정비하지 않고 정부 스스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의 흐름과 조화되지 못하는 국민의식을 가지고도 경제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열린 시장으로의 길’로 요약될 수 있는 이런 방향으로 경제운영의 큰 틀이 바뀌기 까지는 대내외 투자가들의 투자심리에 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발동을 거는 것이 모든 경제현안 해결의 출발점이다. 즉 적정 성장과 고용 수준의 회복, 노사관계의 안정 등의 현안은 기업과 근로자 등 시장참가자들의 투자심리의 회복과 활동 결과, 그리고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따라 ‘선 순환’의 길로 들어 설 것이다.

3. 위기로부터 얻는 교훈

현재 한국경제가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내과적 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처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지난번 ‘IMF위기’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IMF위기’는 한국경제에는 역설적으로는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었다. 바로 앞에서 제시된 길로 가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살 길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위기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얻는 데 실패했다.

전 정부는 외환보유고의 증가를 근거로 ‘IMF 졸업’식의 위기극복 업적을 홍보하는 데 급급함으로써 위기구조에 대한 국민의 바른 인식과 고통 감내(堪耐)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구조개혁만 해도 그렇다. 만만한 기업 부문과 금융 부문의 부분적 구조조정에 그치고 보다 본질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구조개혁 즉 정부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 노사관계 규범의 재정립 등은 방기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낙관적인 전제를 달면서 끊임없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한편 위기의 구조적인 극복을 위해 이 조정 과정에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각종의 경기부양 정책에 크게 의존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크게 문제되고 있는 신용불량자의 양산, 부동산 가격의 앙등과 투기의 재연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축적 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의 위기 대처 노력은 오히려 위기구조를 심화시켜 왔다.

현 정부 역시 이런 문제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에 진정 필요한 것은 위기구조의 본질에 대한 내과적인 진단과 처방이다. 그런데 이 정부도 이 것은 제쳐 놓고 주로 외과적인 처방이나 치료에 신경을 쓰는 경제 운영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4.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

국경의 의미가 거의 없어져가는 대 경쟁과 세계화되어가는 세계경제환경,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이라는 엄청남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지 못하면 지속적인 발전은 고사하고 현재의 경제수준의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세계화(Globalization)현상은 국가와 기업, 개인 등 당사자의 호ㆍ불호,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세계적 추세이다.

요즈음 나라 안에서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 추세에 따르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우리는 날이 갈수록 단일화되어가고 무한 경쟁의 장으로 바뀌어 가는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한국경제가 생존하고 계속적인 번영을 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단일화되어 가는 시장에서 잃는 것 보다 얻을 것이 훨씬 더 많은 나라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 세계화 추세를 우리가 걸어야 할 시장으로의 길과 연계하여 우리의 국익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한 달란트를 받아 꽁꽁 묻어 두었다가 주인의 질책의 대상이 되는 하인의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 속에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 그리고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의 기본방향을 앞부분에서 서술한 ‘달란트의 비유’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비유 속의 천국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우리경제의 앞날의 이상적 모습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