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영상정보대학교 강연자료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재임이후 : 2004년 7월 1일


한국경제의 위기구조에 대한 이해


1. 경제 위기론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

오늘의 경제적 상황이 위기적 상황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는 요즈음 매우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로 정부는 그러게 마련이지만 현 정부 역시 경제위기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위기론에 대한 반응은 거의 신경질적인 수준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연세대학에서 한 강연이나 17대 국회 개원식에서 한 연설 등에서 최근의 경제위기론을 강하게 부정하고 이런 논의 자체를 비판하면서 금년도에는 5% 수준, 내년 이후 임기 동안 매년 6%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펴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한국경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위기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수면으로 잠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가용 자원에 특별한 제약이 없는 한 경제의 성과는 경제주체들의 경제에 대한 기대와 확신의 결과의 종합으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주요한 경제주체인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일단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에게는 경제는 매우 쉬운 대상인 것 같이 보인다.
하기야 경제학의 기초개념인 수요 공급의 법칙만 제대로 이해하면 웬만한 경제현상은 이해와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앵무새도 10분만 수요 공급을 따라하게 하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경제의 세계에 있어서 이런 대통령의 그런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정부보다 더 중요한 또 다른 경제 주체인 기업들과 소비자들로부터 오늘의 우리 경제를 낙관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을 하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묶어 왔던 주머니를 풀어 소비를 확대하는 기도가 아직은 전연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각 경제예측기관들이 다투어 금년도의 우리 경제의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생각과 대통령이 지도하는 정부의 생각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이 틀림없고 경제가 노 대통령의 생각처럼 경제가 그렇게 쉬운 대상은 아닌 모양이다.

2. 경제 위기론의 성격

그런데 문제는 경제의 어려움 내지 위기를 논하는 데 있어서 위기의 본질적 성격을 어떻게 보고 접근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작금의 경제현상이 기대한 것만큼 또는 계획한 것 만큼 성과를 올리고 있느냐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런 단기적인 성과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오늘의 경제상황을 이런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여 이해하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적 측면을 논 하느냐에 따라 위기론의 성격은 전연 달라진다고 본다.

이 것은 위기론을 논함에 있어서 주로 경기 순환적 관점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구조적 시각에서 볼 것이냐 문제로 귀착된다.
이런 관점의 문제가 먼저 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위기논쟁은 전연 무의미하다고 본다.

노 대통령은 앞의 강연과 연설에서 위기론을 부정하면서 동시에 단기적으로 경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경기부양 목적의 정책수단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점도 천명하면서 과거 정부에 있었던 경기부양 노력이 가져온 문제점들을 낱낱이 지적한 것을 보면 그는 주로 경기 순환적인 관점에서 대두되는 위기론을 경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우리 경제의 위기의 본질적, 구조적 측면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구조적 측면과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상황과의 관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3. 한국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

경기침체와 성장률의 저하가 위기의 본질은 아니며 자본주의 경제는 속성상 어느 경제라도 경기의 순환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결과로서 드러난 경제의 성적만을 가지고 위기적 상황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경제의 침체가 금년에 끝나지 않고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고 이런 상황을 위기의 본질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문제는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문제인식의 결여가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에 빠뜨린 근본적인 원인이며, 이 문제에 대한 구조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일본은 ‘잃어버릴 10년’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일본경제의 재생에 대한 기대가 팽배해 있으나 일본경제를 주로 구조적 측면에서 관찰한다면 아직 낙관은 빠르다고 본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떤 국민경제나 제대로 된 경제라면 성공의 신화와 위기의 경험을 동시에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과거의 ‘성공신화로부터의 탈출’과 ‘위기로부터의 유효한 교훈의 습득’이다.

먼저 과거 한국 경제의 성공을 가져왔던 한국경제의 3대 성공신화 즉 ‘고도성장의 신화’, ‘한국주식회사의 신화’, ‘경제제일주의의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

‘성공신화로부터의 탈출’ 즉 기존의 ‘경제운영 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없이는 변화되는 세계경제 여건 하에서 한국이 앞으로 생존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IMF경제위기는 한국이 기존의 경제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드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어떤 의미에서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었다. 그러나 이 위기의 배경과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결여됨으로써 한국은 이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얻는데 실패했고 오늘날 끊임없는 위기론을 배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의 위기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국제경쟁력 구조,
▲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확신의 결여,
▲ 이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운영 원리의 불투명성,
▲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 하에서도 세계경제흐름에 대한 인식의 부족,
▲ 이 흐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국민의식과 경제운용 방향,
▲ 경제와 비경제 부문간 국정운영 원리의 일관성 결여,
등이며 우리경제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위기구조의 본질이라고 본다.

여기에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경제외적 측면(안보, 남북문제, 대미 공조관계의 변화 방향, 정치의 안정여부 등)까지 고려하면 위기의 구조적 성격은 보다 심각하다고 할 것이다.

이 위기의 구조적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위기라고 본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경제의 위기는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위기’로 규정될 수 있다.

4. 한국경제를 위한 바람직한 인식

가. 경쟁력의 중요성과 경제시스템에 대한 선택
WEF, IMD등 주요 국제 경쟁력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에 의하면 한국경제는 IMF 위기 이후 급격히 경쟁력이 하락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00년을 고비로 이전 수준으로 다소 회복하였다.
그러나 다시 2002년 이후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IMD의 평가에 의하면 오히려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다.
즉 IMF경제위기를 경험하고 그간 각 분야의 구조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경제의 외형적 성과에 비해 극히 취약한 경쟁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더불어 완성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Boardless Economy, Globalization, Knowledge- based Economy)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생존해 갈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어떤 경제시스템을 채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계속 부딪혀 왔으나 아직도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WTO의 뉴라운드 출범, 중국경제의 WTO 가입, 지역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증대 현상 등 국제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 준다.

경제의 최대 이슈는 경쟁력이며 이 경쟁력은 경쟁력을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선택이 없이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보장하는 유일한 시스템이 시장경제 체제라고 본다.

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시장경제는 정부가 말로서 한다고 해서 되는 제도가 아니다. 시장경제를 하기위해서는 경쟁력을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사회의 지도자들의 확신과 일관성 있는 선택,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우선 시장경제를 한다는 것은 경쟁원리 즉 유인과 징벌(incentive & penalty)의 원칙, 수요자 중심적 orientation, 완전한 국제화(개찰구 없는 개방화)의 세 요소가 경제의 모든 부문에 정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분명하게 설정하여 시장의 것은 시장이, 정부의 것은 정부가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시장경제의 원리와 부합되는 정부 역할의 설정이나 정책수단의 채택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의 상충(Trade-off)을 극복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과도한 국민적 기대를 자제시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우리 국민은 강력한 정부나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한 깊은 저항의식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경제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이 생각하는 등 이중적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고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 기업들 역시 아직도 시장경제 하에서 가혹한 경쟁을 견디어 낼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의 규제는 철폐해 달라고 하면서 정부의 보호막은 온전히 지속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반성해야 한다.

즉 시장경제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걸림돌은 정치권, 정부나 관료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민 일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비시장적, 폐쇄적 사고와 체질이다.
우리 국민의식 속에는 개인주의 보다는 집단주의적 의식구조, 가열된 경쟁과 분명한 승자와 패자의 구분보다는 적당한 타협과 하향 평준화,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에 대한 선호, 국제화를 추구하더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해야 된다는 의식 등 시장경제와 조화되기 어려운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이 경제정책과 관련분야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운영하지 않고 국민의 성향이나 인기를 염두에 두고 그때그때 편의에 맞추어 결정하는 대중영합적 접근을 하는 경우 시장경제의 원리는 하나의 수사(修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시장경제를 하기에 적합한 체질이 아닌 우리가 시장경제로의 길을 추구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향으로 우리의 체질과 인식구조를 바꾸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다고 본다.

다. 세계화 현상(Globalization)에 대한 인식
소위 세계화(Globalization)의 개념이나 의미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생산물은 물론 생산요소까지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이 국경을 초월하여 이루어지는 현상과 이를 향하여 국가의 모든 제도와 정책이 변하여 가는 과정”으로 정의할 때 그 실체가 분명해 진다.
즉 세계화의 기업적 의미에 주목해야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세계화(Globalization)현상은 국가와 기업, 개인 등 당사자의 호ㆍ불호,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세계적 추세이다.

Thomas Friedman(NYT 칼럼니스트)은 그가 쓴 ‘The Lexus & The Olive Tree’에서 이런 세계적 추세와 이에 통용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밝히면서 세계는 이에 따르는 길(이를 Lexus라고 칭함)을 걸으려는 사람과 이를 거부하고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태도(이를 Olive Tree라 칭함)를 갖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논쟁은 실질적으로 별 의미가 없으며 이런 추세를 인정하고 이 ‘게임의 법칙’ 즉 글로벌 자본, 자유시장규범 및 제도, 의식과 행태 등에 참여할 것이냐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이거나 과거 지향적 사고와 행태에 집착하고 그 결과 세계경제에서 도태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있다고 Friedman은 보고 있음

‘Lexus’는 ‘Olive Tree’로부터 주로 그 무차별성과 무자비함 때문에 강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음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책은 우선 이 길의 논리와 작동원리를 이해하여 이 길을 택함으로 오는 혜택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Friedman은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추세로부터 국가적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수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나 문제는 이에 대한 국가 사회적 인식이 적절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국정혼란과 사회적 갈등의 본질 역시 Olive Tree와 Lexus의 선택의 기로에서 맞는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잘살기를 원하면서도 잘 살기 위해서 힘들고 어렵더라도 세계가 보편적으로 추구하고 인정하는 ‘세계 식으로 살 것’에 대한 국가적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북한과 같이 ‘우리 식대로’ 살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잘 살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국민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 경제체제의 유지를 위한 노력 중앙일보 여론조사(2003. 4. 28)에서 국민의 절반가량이 ‘기업을 좋지 않게 생각 한다’고 응답했고, 특히 대기업과 재벌에 대해서는 57.3%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여론조사 기관인 테일러 넬슨 소프레(TNS)가 세계 33개국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2002년 11월)한 결과에 의하면 직장에 애착을 갖고 있는 한국인은 10명중 3명에 불과해 조사대상 중 최하위(33위)를 보인 바 있다.

즉 우리 사회에는 반 기업ㆍ 반 시장 정서가 심각한 수위에 달해 있고 건전한 직업관도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바 이는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시장경제체제 유지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된다고 본다. 특히 학생, 젊은 층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경제교육에 힘을 모아야 될 때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가장 발달된 미국은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경제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유치원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각종 경제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용하고 있는바 좋은 참고가 된다고 본다.

여기에 더하여 사회의 상층부가 솔선수범하는 Noblesse Oblige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항상 고려해야 할 규범적 태도이자 전략이라고 본다. 건전한 경제?사회체제의 유지 발전을 위한 비용부담 의식과 적정 수준의 ‘부의 사회 환원’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노사의 대립, 빈부의 대립, 세대의 대립 관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존립과 발전을 담보해주는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