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Document

일본경제가 주는 교훈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재임시 (미발표)

日本은 우리와 같이 儒敎文化圈에 속하며 경제여건상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日本은 後發資本主義國家로서 우리보다 앞서 國家主導의 경제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룩하였다. 이같은 상황만으로도 이웃 日本은 우리의 成長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日本을 一見 성공으로 이끈 社會.經濟制度와 經濟運營方式을 우리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그대로 따라가야 할 것인가? 日本의 法律, 行動規範을 복사해서 도입하는 것은 진정으로 그들의 長點을 배우려는 태도가 아니다. 더구나 일본경제의 눈부신 발전의 裏面에는 그들 나름대로 構造的인 問題點을 안고 있다. 지금 日本內部에서는 旣存의 經濟構造를 유지하면서 과연 새로운 國際環境變化에 적응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論難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냉전구조하의 자유무역으로 일본은 성장했다.

일본을 흔히 '官民協助型' 시장경제체제라고 지칭한다. 國家主導의 集團的忠誠心에 바탕을 둔 각 주체간의 협조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 같은 協助關係는 일본사회 각계 각층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官僚機構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官僚機構는 정치적 영향력 으로부터 격리되어 장기적인 産業政策과 투자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를 수행하는 기업의 經營方式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독특하다. 일 본식 경영의 핵심은 終身雇傭, 年功序列, 企業內勞組라는 閉鎖的雇傭慣行인 것이다. 이와 같이 日本式資本主義의 형성은 그들 내부의 역 사적 산물로 보아야 한다. 근대화 이전의 武士道 정신, 集團指向的固有文化를 資本主義에 접목시켜 정부주도의 富國强兵, 植産興業政策을 실시한 것이다. 日本式資本主義를 번영시킨 주요인의 하나는 戰後國際環境與件에서 찾아야 한다. 즉, 冷戰構造下의 西方戰略上 일본은 중 요한 위치에 있었으며, 이같은 위치에서 自由貿易體制의 혜택을 極大化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自由貿易秩序는 그들에게 무한한 海外市場 을 제공하였다.

日本式産業政策과 經營方式은 무한한 해외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供給者爲主의 大量生産體制를 낳은 것이다.

부자나라의 가난한 국민

供給者重視의 經濟는 기업에게 資源과 人力을 몰아주는 체제이다. 勞動分配率을 억제하고 株式配當率을 극도로 낮추어 기업이 쓸 수 있는 자원몫을 크게 하는 것이다. 閉鎖的雇傭慣行은 근로자에게 大量生産體制에서의 목표달성을 위한 장시간의 노동을 마찰없이 요구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성공했다. 經濟指標를 보아도 일본의 최근 GNP 규모는 세계 2위이고, 經常收支黑字는 1,000억불을 넘고 있다. 資産規模는 地價나 株式價格에 거품요인이 있지만, 미국의 1.5배나 된다. 일본은 供給者重視의 경제 또는 共同體的資本主義를 통하여 經濟大國에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經濟大國의 日本人들은 이러한 經濟總量指標를 지표대로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미국.유럽의 국민들과 비교하여 그들 스스로가 부자나라의 가난한 국민임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農産物價格과 公共料金, 조악한 住居環境, 장시간의 勞動은 이들이 선진국 국민임을 실감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는 일본의 공급자중시 경제구조가 消費者의 厚生을 그만큼 희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의 跳躍을 보장했던 國際環境은 판이하게 변하고 있다. 冷戰構造가 소멸하고 西方陣營의 結束도 예전 같지가 않다. 冷戰終熄으로 기술력과 경제력을 가진 日本의 必要性이 서방측에서는 크게 감 소하고 있다. 그 결과 美國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일본에 대해 더욱 엄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國內的으로는 土地와 株式價格의 하락에서 시작된 '거품붕괴'로 消費不況의 양상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供給者重視의 經濟體制가 個人의 創意力과 活力을 억누르 고 있다는 自覺이다. 앞으로 日本이 消費者를 우선하는 생활대국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보다 消費者의 選擇에 따라 供給者의 成敗가 결정되 는 진정한 自由市場經濟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경직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經濟는 日本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지만 우리 經濟의 實狀은 일본과도 크게 다르다. 供給者爲主의 경제 구조는 일본보다 더욱 강력한 中央集權的政府에 의해 달성되었다. 정부의 지나친 市場介入과 企業所有集中 및 硬直된 經營方式에 의해 일 본보다 더 큰 問題點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企業은 政府依存型 및 競爭制限型經營으로 인해 기업특유의 資産인 技術.人力管理面 에서의 Know-how를 축적하지 못하였다. 종업원에게 動機를 부여할 수 있는 組織과 革新을 유발할 수 있는 企業文化를 조성하지 못하였 다. 이는 궁극적으로 環境變化의 적응에 둔감하고 競爭力을 低下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공급자중시의 한국과 일본경제는 급속한 國際環境變化에 따라 심각한 問題點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日本은 정부가 창안한 '統制된 價格機構'내에서는 치열한 競爭이 이루어지는 市場體制이 다. 그리고 우리보다 검소하고 까다로운 소비자가 버티고 있는 경제이다. 시장의 自淨能力을 저해한 代價를 우리는 일본보다 더 비싸게 치 루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供給者爲主經濟構造에 대한 問題點을 인식하여 生活大國 5個年計劃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의 실현과 함께 生活者爲主의 市場秩序確立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個人과 企業의 創意的인 활동에 의해 시장경제의 活力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環境造成 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의 日本政治構造의 급격한 변화는 經濟的側面에서 공급자중시의 경제운영에 대한 消費者의 反撥과 表裏關係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自民黨永久執權'의 神話는 냉전구조의 붕괴와 함께 그 막을 이미 내렸다. 일본의 변화로부터 일본보 다 우리가 더 큰 敎訓을 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