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

세계일보 게재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재임시 : 1994년 1월 27일


새해 벽두부터 낙동강 수질오염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15일 정부가 수질관리대책을 발표한 이후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단계에 들어선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懸案解決式 對應方式으로 앞으로 제기될 환경문제에 본질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런지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수질오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산업활동의 전면중단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산업폐기물의 처리문제, 대기오염문제와 최후의 水源이 될 수도 있는 지하수관리문제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어느날 갑자기 懸案問題로 대두되지 않을 것이 없다.

이제는 낙동강 수질오염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환경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기본 틀'을 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의 사태가 轉禍僞福의 契機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본 틀'은 經濟도 살고 環境도 살려가는 적극적 인 접근방법, 그리고 경제와 환경의 관계에 대한 認識 再定立의 바탕위에서 짜여져야만 한다.

먼저, 環境과 經濟를 相互排他的으로 분리하여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정책은 국내적으 로나 국제적으로 더이상 용인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1%의 성장을 가져오는 國民總生産은 0.6%의 國民總汚染의 증가를 수 반하여 성장으로 인한 실질적인 國民厚生增進을 크게 삭감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환경파괴적인 성장방식은 결국 생산비용 과 제품의 불량률을 높여서 成長潛在力 自體를 저하시킨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국제적으로도 2000년대의 世界經濟秩序가 地球環境保 全을 대전제로 형성될 것이 분명하다. 環境과 貿易規制의 連繫를 주내용으로 하는 속칭 Green Round의 엄청난 파고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 다.

한편, 환경문제해결의 열쇠는 [돈], 즉 環境財源問題로 귀결되며 막대한 환경투자 재원조달은 결국은 環境技術의 發展에 의해서만이 가능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국제적인 환경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환경보전노력이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에너지절약 등 산업의 효율성제고, 관련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산업육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 70년대 초까지도 세계최고의 환경오염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일본은 적극적인 환경정책의 추진과 환경기술의 개발로 70년대에 오히려 상당한 추가성장을 누린 것 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기술의 발달을 바탕으로 하는 환경산업의 발전, 이의 輸出로 環境과 經濟의 相衝을 조화있게 해결한 것이다. 일본의 경험은 우리의 환경문제 해결방향에 他山之石이 될 것이다.

環境과 經濟의 事前的 調和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부문에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의 자세이다. 이제는 우리의 經濟政策이나 産業政策의 큰 흐름이 더 이상 環境的 要因을 고려하지 않고도 추진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른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 능한 발전'의 개념하에 우리의 경제개발방향이 초기부터 環境的 檢證을 병행해 가면서 추진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금번 낙동강 수질오염사태의 해결과정만 보더라도 검찰까지 동원한 오염배출원에 대한 추적수사도 중요하고, 우선 오염된 수질의 시급한 개선을 위한 정수시설의 보강 등 투자계획의 조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낙동강 주변에 이미 설치된 무수한 공단, 공장, 축산농장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낙동강 오염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 가능한가와, 또 추가적으로 입안중에 있는 수많은 공단건설계획과 수질보전노력이 조화될 수 있는가를 사전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이 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무수한 경제적시설들이 충분한 오염제거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가동하는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도 철저히 검토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 리의 경제개발방향의 전면적인 재검토까지 연결될지도 모른다. 또한 환경문제를 다루는 사람들도 더이상 오직 환경적 이유만으로 각종 경 제개발사업에 대해서 무조건 거부하거나 부득이 대세에 밀리면 몇가지 조건을 붙여서 수용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환경문제전 문가들은 보다 환경적으로 수용가능한 實效性 있는 代案提示를 위해 당초 입안자 이상의 노력과 연구를 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자세가 필요 하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환경정책의 결정과 그에 따른 성과에 너무 조급한 기대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마도 지금 돌출된 환경문제가 지난 30년간 경제운영방식의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추진되는 환경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십여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오늘의 환경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틀'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환경문 제해결의 근본적 열쇠가 될 環境財源調達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시장 mechanism을 최대한 살려가는 장기적인 정책방 향을 조속히 설정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도 환경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따르는 어려움을 이해하여 인내를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해나가는 마 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